놀랍게 빠르다. 이곳은 문 연 지 1년도 안 됐고, 저곳은 1달도 안 됐는데 벌써 ‘부산 명소’란다. 직접 가 보니 이유를 알겠다.
 

파도 위의 멋스런 휴식
웨이브온 커피(Waveon Coffee)
 
부산에, 아니 한국에 이렇게 멋진 곳이 생기다니! ‘바다가 보이는 카페’라기엔 너무 바다와 가까워 ‘바다 위에 떠 있는 카페’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푹신한 하늘색 좌식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 바다를 보고 있으면 ‘그저 좋다’는 생각뿐이다. 부산 바다가 아니라 지중해를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까지 든다. 전망도 할 말을 잃게 만들 정도지만, 독특한 디자인의 건축물 자체도 큰 볼거리다. 이미 국제 건축상을 수상했고 해외 건축 디자인 매거진에도 몇 차례 소개됐다. 1층부터 4층까지, 내부와 외부 어느 한 구석 나무랄 데 없을 정도로 멋스럽다. 2016년 말에 오픈하자마자 SNS에서 너무 유명해진 탓에 주말엔 너무 붐벼 정신이 없을 정도라고. 평일 한낮에 가야 헤매지 않고 앉을 자리를 찾을 수 있다. 시그니처 메뉴는 싱글 오리진 원두로 내린 고소한 ‘월내 라테’와 초콜릿을 직접 녹여 만든 ‘웨이브온 코코’다.

주소: 부산 기장군 장안읍 해맞이로 286  
가격: 월내 라테 6,500원, 웨이브온 코코 8,000원, 아메리카노 5,500원
 
예쁨이 넘치는 일본식 우유 가게
카페 초량
 
걸어서는 올라가기 힘든 높은 언덕 위에 자리했고, 얼마 전인 2017년 1월 오픈했다. 그런데 벌써 인기가 너무 뜨거워 빈자리를 찾기 힘들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곳을 ‘한옥카페’라고 하는데, 한옥이 아니다. 일제강점기인 1941년 일본인들이 지어 놓은 적산가옥을 개조해 만들었다. 주 메뉴는 말차우유, 홍차우유, 생강우유 등 여러 종류의 우유. 작은 유리병에 담아 예쁘게 포장한 패키지에는 일본 감성이 듬뿍 담겼다. 입구 처마에 달린 풍경부터 화장실 문까지 구석구석 예뻐 처음 찾아온 손님들은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다. 카페에서는 사장이 일본에서 직접 사 온 작은 식기류와 소품, 아티스트들이 만든 수제 향초도 판매한다. 우유 가게는 오후 5시가 되면 영업을 종료한다. 오후 6시부터는 카페 뒤편에 자리한 ‘초량 핑거맥주’의 손님들에게 공간을 빌려준다.

주소: 부산광역시 동구 망양로 533-5
전화: 051 462 7774
가격: 우유 6,000원, 커피젤리 5,000원
 
 
뉴욕타임즈도 인정한 명소
브라운핸즈 백제
 
1922년 지어진 부산 최초의 근대식 병원 건물이 트렌디한 카페로 다시 태어났다. 디자인 가구 회사인 브라운핸즈는 버려지거나 잊힌 공간을 발견해 새 생명을 불어 넣는 일을 하고 있는데, 그중 한 곳이다. 처음 이 건물의 이름이 ‘백제병원’이었기 때문에 ‘브라운핸즈 백제’라 이름 붙였다. 2016년 3월에 오픈해 1년도 되기 전에 <뉴욕타임즈>에 부산에서 꼭 가 봐야 할 3곳 중 하나로 소개되는 경사를 치렀다. 카페 공사를 하면서 내부에 발라져 있던 하얀 페인트와 시멘트를 다 걷어내니 본래의 붉은 벽돌이 드러나 그 자체로 훌륭한 인테리어가 됐다. 처음엔 역사적인 근대건축물을 훼손한다는 오해도 받았지만, 카페를 오픈한 다음엔 그게 복원의 과정이었단 걸 인정받았다고. 브라운핸즈 백제가 생기고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침체되어 있던 주변 상권도 다시 활기를 띄게 됐다. 도장을 다 찍으면 하나의 그림이 완성되는 카페 쿠폰은 이곳을 자주 찾는 손님들에게 작은 즐거움을 준다. 아티스트들의 그림이나 사진을 무료로 전시해 주는 행사도 지속적으로 열고 있다.   

주소: 부산광역시 동구 초량동 467 1층  
전화:  051 464 0332  
요금: 아메리카노 4,800원, 카페라떼 5,300원
 
 
●부산 남자가 알려준 맛집

“뭐? 부산 사람들은 그런 거 안 묵는다니까. 어디? 부산 사람들은 그런 데 안 간다! 외지인들이나 블로그 보고 찾아가지.” “그럼 부산 사람들은 뭘 먹는데요?” 
 
 
숨어서 장사해도 줄이 늘어서는
대성밀냉면

부산에서 가장 유명한 3대 밀면 식당은 개금밀면, 가야밀면, 춘하추동이다. ‘대성밀냉면’은 상대적으로 외지인들에게 덜 알려졌지만 부산 사람들이 3대 밀면집 못지않게 최고로 치는 맛집이다. 고구마와 감자 전분, 찹쌀과 멥쌀가루를 섞어서 반죽하고 숙성해 매일매일 생면으로 뽑는다는 이곳의 밀면은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다. 오는 4월6일이면 이 자리에 문을 연 지 딱 36년이 되는데, 그날부터 식당을 2배로 확장 오픈한다.
주소: 부산광역시 중구 부평동 보수대로 44번길 6
전화:  051 244 9658
가격: 밀면 5,000원, 냉면 7,000원
 
 
진짜 전복죽이란 이런 것이다 
송정할매

부산 남자는 기장 연화리 전복죽의 원조가 ‘송정할매’라고 알려주었다. 전복죽과 해물 한 접시를 주문하니 우선 멍게, 해삼, 개불 등 싱싱한 해물 모둠이 나왔다. 해물을 다 먹어 갈 때쯤, 김이 펄펄 올라오는 진한 녹색의 전복죽이 상 위에 올라왔다. 주문 즉시 죽을 끓이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단다. 맛은? 이전까지 먹었던 전복죽은 다 가짜였구나 싶다. 

주소: 부산광역시 기장군 기장읍 연화1길 184 어선등제소 옆 포장마차촌
전화: 010 3064 6168  
가격: 전복죽 1인분 1만원, 해물한접시 1만5,000원  
오픈: 09:00 오픈, 마지막 주문 18:00 마감.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휴무  
*현금결제만 가능
 
 
완벽한 오뎅바, 완벽한 저녁
미소오뎅

부산에서 단골이 가장 많은 오뎅바라는 ‘미소오뎅’을 찾아갔다. 허영만의 <식객> 만화책에도 소개되었을 정도로 내공이 깊은 집이지만 규모는 아주 조그마하다. 모르는 사람들과 섞여 앉는 오뎅바 테이블은 12명이 붙어 앉으면 꽉 찬다. 이곳의 ‘레어템’은 새우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 있는 오뎅과 떡 꼬치다. 사장님에게 새우 몇 개, 떡 몇 개 달라고 따로 요청해야 내 준다. 미더덕젓갈도 꼭 함께 맛 봐야 할 별미다.

주소: 부산 남구 유엔평화로 14   
전화: 051 902 2710
가격:오뎅 꼬치 하나에 1,000~2,000원, 미더덕 젓갈 5,000원
 
 
양념이 쏙 밴 초량 스타일 돼지갈비
은하갈비

해산물로 유명한 부산에서도 고기가 당길 때가 있다. 그럴 땐 부산역 바로 앞 초량동에 있는 50년 역사의 돼지갈비 골목으로 가면 된다. 그곳의 여러 식당 중에서 부산 남자가 맛집으로 꼽은 곳은 ‘은하갈비’다. 초량 돼지갈비의 특징은 불판에 직접 고기를 올리지 않고, 양념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쿠킹호일에 고기를 올린다는 것. 조리되면서 양념이 고기로 진하게 스며든다. 흰 쌀밥과 함께 먹으면 한 그릇이 뚝딱 비워진다.

주소: 부산 동구 초량중로 86
전화: 051 467 4303  
가격: 돼지양념갈비 1인분 160g 8,000원 
 
 
세꼬시로 승부하는 횟집
칠성횟집

카페와 식당이 계속해서 간판을 바꿔 다는 광안리 해변에서 오랫동안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횟집이다. 유명 관광지에서 회를 잘 사 먹지 않는다는 부산 사람들도 광안리 칠성횟집만은 종종 찾아온단다. 곁들이 안주는 다 빼고 회로만 승부하는 곳으로, 가격 대비 훌륭한 회를 맛볼 수 있다. 대표 메뉴는 뼈째 썰어낸 ‘도다리 세꼬시’. 깔끔하고 진한 매운탕도 일품이다. 통유리 창을 통해 광안대교의 전망을 감상하면서 식사할 수 있다.

주소: 부산광역시 수영구 광안해변로 263 2층
전화: 051 753 3704
가격: 도다리 세꼬시 3만원, 매운탕 5,000원
 
글 고서령 기자 사진 김봉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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