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Paradise in the Philippines
 
 
하얀 모래와 쪽빛 바다를 등지고 달려간 곳에 필리핀의 또 다른 천국이 있었다. 그곳에서 몸과 마음의 찌꺼기를 비워내고 맑은 자연의 에너지로 가득 채웠다.
 
더팜 앳 산베니토에서는 매일 두세 번의 요가 클래스가 열린다. 자연 속에서 요가를 즐기는 동안 몸과 마음이 한없이 편안해진다
 
1 가든뷰 빌라의 외관. 나무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렇게 넓은 전용 정원과 프라이빗 빌라가 조용히 자리해 있다 2 리조트의 액티비티 중 하나인 플라워 어레인지먼트. 물 위에 풀잎과 꽃잎을 띄워 그림을 그리는 기분이다 3 이곳의 공용 수영장은 24시간 운영하기 때문에 별을 보며 즐기는 밤 수영도 마음껏 할 수 있다 4 비건 레스토랑에서의 아침식사. 배불리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다

●더팜 앳 산베니토
The Farm at San Benito

‘날씨 명당’에 자리한 천국의 숲
 
4월이었다. 1년 내내 더운 필리핀에서도 특히 더 더운 3월부터 5월까지를 ‘여름’이라 부른단다. 마닐라 도심의 기온이 40도까지 오른 그날, 마닐라 공항에 내리자마자 바탕가스(Batangas)주 리파 시티(Lipa City)를 향해 2시간 30분을 달렸다. 차 안에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놓은 터라 더위를 느낄 겨를은 없었다. 작은 시골마을을 지나고 울퉁불퉁한 길을 통과해 깊숙이 더 깊숙이, 한참을 들어간 끝에 목적지인 ‘더팜 앳 산베니토(The Farm at San Benito)’에 멈췄다. 차 문을 열면 무겁고 더운 공기가 훅 끼칠 거라 생각했는데, 솔솔 시원한 바람이 기분 좋게 볼을 스쳤다. 불쾌하지 않을 정도의 딱 좋은 여름 날씨. 필리핀이 원래 이렇게 덥지 않았던가? 아니면 내가 더위를 타지 않는 건가? 좀 이상하단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가이드 돌리(Dolly)가 말했다. “바탕가스는 커피 재배지로 유명할 정도로 기후가 서늘한 곳이에요. 과거 스페인이 필리핀을 점령했을 때 이곳으로 커피나무를 대량 가져와 재배했죠. 리파는 바탕가스에서도 가장 시원한 지역에 속해요.”

말하자면 필리핀의 ‘날씨 명당’ 같은 곳에 온 셈이었다. 신선한 코코넛워터를 꿀꺽꿀꺽 마시고 아로마향이 나는 물수건으로 목덜미를 닦으니 아름답게 가꿔진 리조트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햇살에 반짝이는 호수 주변으로 하얀 오리들이 놀고 있었고, 시선이 닿는 곳 어디에나 야자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 쭉쭉 뻗어 있었다. 무려 50만㎡(약 15만평) 넓이에 객실은 33개뿐. 그마저도 서로 뚝뚝 떨어져 있는 프라이빗 빌라 형태여서 좀처럼 다른 투숙객의 인기척을 느끼기 힘들었다. 나머지 공간은 온갖 초록빛 나무와 식물이 가득 채우고 있는데, 하나하나 사람의 손으로 가꾸어 깔끔하고 곱다. 리조트라고 하기엔 너무 큰, 숲 속에 자리한 하나의 마을 같다.

리조트 리셉션에서 내가 묵는 가든뷰 빌라 15호까지는 10분 가까이 걸어야 했다. 방에서 수영장, 휘트니스센터, 레스토랑을 찾아갈 때도 비슷한 시간이 걸렸다. 더팜 앳 산베니토는 이렇게 사람을 움직이게 만든다. 초록 잎이 울창한 숲 속의 길을 걷는 것은 그 자체로 치유의 시간이었다. 걸음걸음 상쾌한 풀 냄새로 가득한 공기를 들이마실 때마다 서울의 미세먼지에 오염된 폐를 씻어내는 듯했다. 생각해 보면 도시인들은 몸을 움직일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자동차를 타고, 사무실 의자에 앉아 하루를 보낸다. 어쩌면 도시인들이 시달리는 온갖 통증은 본래 움직여야 하는 몸을 너무 가만히 두는 데서 비롯한 게 아닐까?
 
1 더팜 앳 산베니토에는 20여 마리의 공작새들이 주인처럼 살고 있다 2 가든뷰 객실의 샤워실은 야외에 있다. 바깥 공기 속에서 몸을 씻는 일은 처음엔 좀 어색할 수 있지만 곧 즐기게 된다 3 리조트 산책길에는 200년이 넘은 고목도 있다

자연과 동화되는 치유의 시간
 
더팜 앳 산베니토는 생명과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레스토랑에서는 고기, 생선, 달걀 등 모든 육식을 배제한 ‘비건(Vegan)’ 메뉴만을 제공하는데, 식재료는 리조트 내 농장에서 직접 유기농으로 재배·수확한 것들이다. 당도 높은 열대과일과 샐러드, 영양분 가득한 시리얼과 바탕가스 지역 커피로 구성된 조식은 배불리 먹으면서 디톡스를 하는 느낌이었다. 몸에 해로운 것은 하나도 첨가하지 않은 음식으로 식사하는 일이 이토록 특별하게 느껴질 줄이야. 그동안 몸에 나쁜 것들을 참 많이 먹어 왔구나, 문득 내 몸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육식이 없는 세상에 사는 동물들은 하루하루 죽음의 공포에 떨지 않아도 된다. 이곳의 닭, 오리, 공작새는 인간을 위해 식용이나 관상용으로 키워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리조트를 터전으로 자연스럽게 살아간다. 닭은 ‘꼬끼오~’ 울음소리로 매일 아침을 깨우고, 일가를 이룬 오리들은 호수에서 헤엄을 치거나 열을 맞춰 산책을 다닌다. 20여마리의 공작새들은 리조트의 주인인 양 이곳저곳으로 우아한 걸음을 옮긴다. 밤이 되면 낮 동안 잠을 자던 개구리들이 나와 해충을 잡아먹는다. 그 덕분인지 울창한 숲속임에도 모기, 파리를 보기 어렵다.

이처럼 자연이 본연의 역할을 하도록 두는 이곳에서, 사람도 자연스럽게 자연에 동화된다. 아침 6시, 일출과 함께 요가로 하루를 시작했다. 요가를 하는 동안 옆에 가만히 잠자리가 앉았다 가고, 멀리서 풀잎 향기를 듬뿍 머금은 바람이 솔솔 불어 왔다. 리조트 농장에서 자란 코코넛으로 만들었다는 천연 비누와 오일로 몸을 씻고, 새 소리와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스파를 받았다. 꽃잎과 풀잎을 띄워 물 위에 그림을 그려 보고, 방으로 가는 길에 만난 공작새를 졸졸 따라다니며 산책도 했다. 고기 없이 만든 피자와 파스타의 맛에 감탄하며 저녁식사를 하고, 다이 아몬드처럼 반짝이는 별을 보며 밤 수영을 즐겼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는 동안 피부는 맑아졌고, 몸은 가벼워졌고, 마음은 깨끗해졌다. 더팜 앳 산베니토에서는 매일 두세 번의 요가 클래스와 트레이너와 함께하는 산책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피트니스 센터와 수영장은 24시간 열려 있으니 시간에 상관없이 몸을 움직일 수 있다. 체중 감소를 위해 몇 달씩 머무르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이곳에서라면 다이어트도 행복하기만 할 것 같다.
 
더팜 앳 산베니토
주소  119 Barangay Tipakan 4217 Lipa City, Batangas, Philippines 
웹사이트  www.thefarmatsanbenito.com
이메일  info@thefarm.com.ph
전화  +632 884 8074
 

●필리핀에서 함께 여행하면 좋은 곳
 
타가이타이 Tagaytay City
꼬마 화산이 있는 열대과일 산지
 
더팜 앳 산베니토 리조트가 있는 리파에서 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도시. 세계에서 가장 작은 활화산인 타알 화산(Taal Volcano)이 아름답게 내려다보이는 고지대에 위치했다. 열대과일 산지로 특히 유명한 곳이어서, 도롯가에 파인애플, 망고, 바나나, 파파야 등을 쌓아 놓고 파는 노점상이 매우 흔하다. 타가이타이에서는 소냐의 가든(Sonya’s Garden)을 들러볼 만하다. 꽃을 좋아해 정원 가꾸기를 즐겼던 소냐 가르시아(Sonya Garcia)가 1998년부터 일반인들에게 개방한 곳이다. 가지각색 꽃과 나무가 가득한 정원을 산책하며 사진을 찍기에 좋다. 유기농으로 재배한 과일과 채소를 판매하고, 스파와 숙박시설도 운영한다.
 
과일 산지로 유명한 타가이타이에는 도로 가에 과일 노점상이 즐비하다
과일 산지로 유명한 타가이타이에는 도로 가에 과일 노점상이 즐비하다

소냐의 가든
주소  Barangay Buck Estate, Alfonso, Cavite, Philippines
웹사이트  www.sonyasgarden.com 
 
 
1 베니스를 모티브로 만든 쇼핑몰 2 오토바이보다 자전거가 많은 보니파시오 글로벌 시티 3 저녁엔 각종 먹거리를 파는 야시장이 열린다
 
보니파시오 글로벌 시티
BGC, Bonifacio Global City
마닐라 옆 화려한 신도시
 
필리핀 군이 수십년 동안 밀리터리 캠프로 사용하던 토지를 대기업들이 임대, 투자해 세운 신도시다. 마닐라를 포함한 16개 수도권 도시 중 하나인 타귁(Taguig City)에 위치했다. 우범 지역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마닐라와 달리 치안이 철저하고 고소득층과 외국인의 거주율이 높다. 전봇대와 전깃줄도 모두 지하로 설치해 거리가 깨끗하고, 배달업 등으로 등록된 것 외에 오토바이도 다니지 않으며, 자전거 라이딩을 하는 서양인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저녁까지 거리를 걸어 다녀도 안전한 곳이어서 쇼핑을 하며 놀기에 좋다. 각종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이 입점한 쇼핑센터가 잘 갖춰져 있고, 저녁에는 야외 먹거리 시장도 열린다. 이탈리아 베니스처럼 꾸민 복합쇼핑몰인 ‘베니스 피아차 그랜드 카날 몰(Venice Piazza Grand Canal Mall)’과 필리핀 각 지역의 특산품을 한 곳에서 구매할 수 있는 ‘마켓 마켓(Market Market)’을 가보길 추천한다. 2차 세계 대전에서 희생된 군인들을 추모하는 묘지인 ‘마닐라 아메리칸 공동묘지(Manila American Cemetery and Memorial)’도 BGC 안에 있다.
 
샹그릴라 호텔의 객실 내부와 럭셔리한 분위기의 치스파

Edsa 샹그릴라 치 스파
Chi Spa at Edsa Shagri-la Manila
럭셔리 스파의 정석
 
Edsa 샹그릴라는 필리핀 내 5개 샹그릴라 호텔 중 가장 먼저 문을 연 곳으로, 올해 오픈 25주년이 됐다. 이곳의 ‘치 스파’는 5성급 호텔이 운영하는 스파인 만큼 럭셔리한 것이 특징. 프라이빗한 1인용 마사지실에는 전용 샤워실과 사우나가 갖춰져 있어서 스파를 받기 전 편하게 몸을 씻고 근육의 긴장을 풀 수 있다. 이 호텔의 야외 수영장은 수심이 1.3m부터 최대 3m까지 내려가 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 워터 슬라이드를 포함한 어린이 전용 수영장, 풀바도 갖췄다. 피트니스센터는 24시간 운영한다. 방대한 음식과 디저트를 맛볼 수 있는 뷔페레스토랑 ‘히트Heat’를 포함해 6개 레스토랑이 있다.

Edsa 샹그릴라
주소  1 Garden Way, Ortigas Center, Mandaluyong City 1650 Manila, Philippines
웹사이트  www.shangri-la.com
이메일  esl@shangri-la.com
전화  +632 633 8888 
 
필리핀 글·사진=고서령 기자   취재협조=필리핀관광청 www.7107.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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