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는 이들마다 다양한 이름을 갖고 있는 러브호텔의 업종명은 일반숙박업이다. 모텔로 부르기도 하고 여관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가장 명확한 용도가 명칭이 돼 러브호텔로 불리게 됐다. 

최근 미팅을 가진 몇몇 러브호텔의 주인들은 상당한 전문가적인 식견과 함께 앞날에 대한 불안을 말했다. 주인의 입장에서 본 러브호텔 고객의 변화는 ‘개방성’이었다. 이전 은밀한 투숙이 이루어지던 시대에서 과감한 젊은 고객들이 러브호텔을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면서 변화의 조짐을 보여 준다고 했다. 대학생들이 삼삼오오 얼마씩 각출해 대낮 러브호텔에 투숙하며 리포트를 쓰기도 하며 에어컨 밑에서 한여름 더위를 피하는 영특함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새로운 고객 전환은 대학가나 중심가의 몇몇 숙박시설들의 사례고 전체적으로는 부어라 마셔라 하던 시대가 끝나가는 경기침체의 기조와 맞물려 전망이 어둡다. 현실적으로는 일반숙박업 건물의 가치하락과 매매 둔화에 따른 불안감이라고 토로한다. 수십년 자기 소유의 여관을 운영하며 낮이나 밤이나 들어차는 손님들로 임대수익보다 훨씬 좋은 수익을 내고 이제는 러브호텔 두세 채를 소유해 돈 좀 있다는 평을 받고 살지만 이 업을 물려받길 기대했던 자식들은 러브호텔 주인은 되기 싫다며 그간 공들인 밥벌이를 무시하는 듯해 서운하기도 하다. 막상 건물 매각을 알아보니 시세나 매입 희망자가 이전 같지 않다고 걱정하며 이곳을 정상적이고 폼 나는 호텔로 전환해도 되겠냐는 문의가 꽤 있다. 우스갯소리로 슬쩍 “고정고객이 많으세요?” 라고 물어봤더니 의외로 단골손님이 꽤 많다고 자랑스러워한다. 하지만 그들의 기록도 없고 작은 창문 하나로 저 손님 또 왔네 하는 감과 기억에 의존하는 정도다. 

러브호텔이 지금의 모습에서 완벽한 변신을 이뤄 성공할 방법이 있을까? 답을 내놓기에는 많은 현상들을 분석해 봐야겠지만 전국에 흩뿌려진 숙박시설들을 그저 사그라져가는 예전의 한 흔적으로 치부하기에는 그 수와 영향력이 만만치 않아 앞으로 일반숙박업의 사업적 방향에 대해 전문적인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는 생각이 든다. 호텔 공급과잉으로 방이 남아돈다는 아우성의 주인공인 관광호텔업 사업주의 시각이 아닌 2,000만 방한 외국인을 목전에 두고 있는 한국 관광산업 미래준비 시각에서 현재 일반 숙박업의 방향성을 바라봐야 할 필요성이 느껴진다.

방한 외국인의 향후 전망은 이견의 여지없이 늘어난다고 보는 게 중론이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시장의 성장을 담보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한 외국인이 늘어난다는 전제를 일단 수용하고 ‘과연 그들을 수용할 숙박시설이 과잉이냐 부족이냐’를 따지면 전문가들의 의견이 판이하다. 어떤 입장을 수용해야 하느냐는 여전히 어려운 숙제다. 2,000만명을 기준으로 할 것이냐 2,400만명을 기준으로 할 것이냐에 따라 그 결과 값이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FIT 시대에 고객의 취향을 맞출 다양한 숙박시설을 인프라로 갖추고 있는가?’라는 시점으로 접근하면 우리나라의 수많은 일반 숙박업의 활용도와 필요성은 상당한 무게를 갖게 된다. 일반숙박업은 문화관광부가 관리하는 관광숙박업과 달리 숙박업이 위치한 지역관청이 공중위생법에 근거해 관리하기 때문에 전국의 전체 통계조차 뽑아내기 쉽지 않다. 추정치로 전국 3만5,000여 일반숙박업이 운영 중이고 약 50만 객실이 운영 중일 것으로 보고 있다. 2016년 관광호텔업 객실 총 수인 17만1,555객실을 훨씬 상회하는 숫자다. 기존 호텔에게는 생각지 못한 경쟁시장이 튀어나오는 끔직한 일이 되겠지만 이러한 규모의 일반숙박업을 버리는 카드로 가져갈 것이냐 인프라의 한 축으로 살려 낼 것이냐는 숙제는 이제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판매망의 변화는 일반숙박업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야놀자’나 ‘여기어때’로 대표되는 내국인 중심의 공급 플랫폼과 글로벌 OTA들은 일반숙박업에게 판매 창구로서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어 일반숙박업은 관광호텔과 마찬가지로 내외국인 고객에 대한 판매기회를 균등하게 제공받고 있다. 숙박업 운영 시스템 측면에도 많은 환경변화가 있었다. 소수 운영인원으로 판매망을 관리할 판매 시스템과 숙박시설 관리 시스템은 합리적인 가격대로 다양하게 발전되고 있다. 현재 가장 큰 장애물은 숙박시설 주인의 의식이다. 하루에 객실을 몇 회전 시켰나를 자랑하던 대실 중심의 시대를 스스로 마감하고 그 동네의 자랑거리인 호텔로 성장하겠다는 의식의 전환이 변화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어두운 차양 막을 두르고 동네 한 구석을 차지하던 러브호텔이 동네 주민에게 사랑 받는 작고 예쁜 동네 호텔로 변화한다는 상상은 술집 뒷골목의 은밀한 모텔 촌들이 작고 개성 있는 숙박시설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밝고 활기찬 명소로 바뀔 수 있다는 지극히 실현 가능한 기대로 이어진다. 러브호텔이 사랑을 하는 장소에서 사랑을 받는 장소로 거듭나는 것이 러브호텔 주인만의 고민이 아닌 관광인프라의 한 축으로 대접 받길 희망한다.
 
 
유경동
유가기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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