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한 번 하는 회사의 지역 워크숍을 서울에서 열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아,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잠깐 들기도 했지만, 사실 이는 필자가 수년간 바라던 일이었다.

베이징, 뉴욕, 도쿄, 델리, 멜버른, 뭄바이, 상하이, 샌프란시스코, 시드니, 싱가포르, 워싱턴, 오사카, 웰링턴, 콜롬보, 타이베이, 그리고 홍콩에서 40여 명의 동료가 서울을 찾는다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었다. 그동안 회사의 정기 워크숍은 여느 글로벌 기업과 마찬가지로 접근성이 좋은 홍콩이나 싱가포르 또는 도쿄에서 여는 게 관행이었고, 지난 2년간 출장을 갈 때마다 다음 워크숍은 서울에서 하자고, 서울이 정말 좋다고, 줄기차게 외쳤는데, 그게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워크숍은 3일 동안 회의에 참석하는 일정으로 진행돼 40여 명의 동료는 대부분 한국에서 일주일을 머물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다양한 문화권에서 온 40 명의 동료는 각각 선호하거나 제한하는 사항이 있었는데, 이는 숙소와 음식 그리고 체험활동(액티비티)에서 확연히 나타났다. 이들은 모두 각기 다른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머물렀고, 그로 인해 선호하는 모임 장소가 달랐다. 또한, 갑각류 알레르기를 가진 사람부터 채식주의자, 글루텐 알레르기가 있는 이들도 있어서 점심 도시락이나 저녁 식사를 예약할 때는 다소 애를 먹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반나절의 문화체험 행사를 준비할 때는 고궁, 미술관, 시장, 백화점, 등산, 한옥마을, 한강 등 선호도가 극명하게 갈렸다. 

그래서, 서울에서 열린 이 행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대박’이었다. 행사를 마무리하며 다음 워크숍을 어디서 개최할지 정하는 무기명 투표에서 서울이 또 1등을 했으니 성공적인 행사였던 것만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워크숍을 주관하고 준비한 필자가 한 일이 딱히 없다는 건 아이러니하다. 유일하게 예상외로 시간을 많이 들인 부분이 있다면 길 안내였다. 

우리나라에서는 구글지도의 내비게이션 기능이 안 되기 때문에 40여 명의 외국인 방문객 모두 길찾기가 불가능했다. 항상 문자와 전화로 길을 물어보는 이들에게 길안내를 해주는 것 말고는 크게 고생한 일이 없었다. 서울에서 1주일을 보내며 가장 불편했던 것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는 역시나 구글지도의 내비게이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외래 여행객을 위한 지도 부재가 1등이었다.

반면, 서울에서 보낸 1주일 중 무엇이 제일 좋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이구동성으로 ‘에어비앤비 호스트’라고 답했다. 40여 명의 동료가 서울에서 얻은 가장 큰 감동과 재미, 그리고 은혜는 모두 각자가 묵은 집의 호스트로부터 온 것이었다. 한국에는 따뜻한 정(情)을 가진 9,800여명의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있었다. 모두 다른 각각의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핵심은 서울 시민이 외래 여행객에게 베푼 정(情)과 환대(hospitality)였다.

이는 당연한 것이었다. 2007년 브아이언과 조가 에어비앤비를 창업할 때의 스토리와 일치하지 않는가? 브라이언과 조는 실제로 자신이 살고 있던 샌프란시스코 집의 거실에 에어베드를 놓고 게스트를 맞이했는데, 단순히 며칠 동안 잠잘 곳을 구하려 했던 게스트들은 에어베드에서 자는 것 이상의 특별한 경험을 했다. 브라이언과 조의 소개로 멋진 카페를 발견했고 동네에서 가장 맛있는 멕시칸 타코 요리를 맛볼 수 있었다. 덕분에 언제라도 만나서 즐겁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친구를 사귈 수 있었고, 고향으로부터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낯선 곳에서 마치 내 집과 같은 편안함을 느꼈다고 했다.

마케팅의 아버지라 불리는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는 <마켓 4.0>에서 마케팅 믹스의 개념이 본래 4P(Product, Price Place, Promotion)였다면, 오늘날은 4C(Co-creation, Currency, Communal activation, Conversation)로 재정의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즉, 적극적이며 사회적인 소비자에게 맞춰 소비자 중심의 적극성과 주도성 개념을 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워크숍을 치르며 우리나라가 4C에 준비되어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우리는 이미 정(情)이라는 환대 문화를 갖고 있다. 하숙과 민박이라는 호스팅 활동을 통해 환대에 익숙한 우리이기에 공유경제(Communal Activation)를 통한 개인화(Personalization)와 체험(Experience) 중심의 여행 트렌드가 우리나라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해가리라 믿는다.
 
이상현
에어비앤비 정책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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