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원하는 해외여행은 무엇일까? 여행신문이 2002년부터 한해도 거르지 않고 12년째 진행하고 있는 온라인 설문조사의 주제다. 경험과 막연한 감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어떤 형태로 소비자가 변화하고 있는 지를 수치로 확인해 보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올해 조사에서 주목할 결과 중의 하나는 소비자가 여행사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로 ‘주위의 평’을 꼽았다는 점이다. 2002년 10%에 불과했던 ‘주위의 평’은 2007년 16.7%, 2012년 22.7%로 매년 그 비중을 높이더니 올해는 31.8%가 ‘주위의 평이 좋은 여행사(31.8%)’를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여행지 선택에서도 ‘평소의 이미지’가 중요한 고려 요소에 포함된다.

경험과 기억과 관련한 유명한 실험이 있다. 사상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심리학자이자 행동경제학의 창시자인 대니얼 카너먼은 ‘찬물에 손 넣기 실험’으로 기억의 불완전함을 명쾌하게 분석해 냈다. 카너먼은 피험자들에게 매우 차갑지만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닌 온도의 물에 1분간 손을 담그게 한 후 따뜻한 수건을 제공했다. 7분 후에 비슷한 1분30초의 실험을 했다. 처음과 똑같은 온도의  찬물에 1분간 손을 담그게 하고 30초 동안은 따스한 물이 흘러들어가도록 했다. 나머지 30초 동안 물의 온도는 1도 정도 올라갔고 피험자들은 고통의 강도가 줄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다시 7분 후 처음 실험과 두 번째 실험 중 선택을 하도록 했는데 두 번째 실험에서 고통이 줄었다고 답한 피험자의 80%는 1분이 아닌 1분30초짜리 실험을 선택했다.

60초와 90초 중 얼마나 찬물에 손을 담그겠느냐고 물었다면 결코 나오지 않을 뜻밖의 결과다. 카너먼은 ‘우리는 생활에서 겪는 경험을 통해 기억을 얻지만 경험에 점수를 매기고 결정을 내리는 것은 기억이며 특히 절정의 순간과 마지막의 기억이 중요하다’는 절정과 종결법칙(Peak-End Effect)을 이야기 한다. 이같은 실험 결과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끝이 좋으면 다 좋다’와도 일맥상통하며 여행에도 고스란히 적용이 된다. 소비자는 여행 중 많은 경험을 하지만 모든 경험이 기억으로 남는 것은 아니다. 헤어진 연인과 함께한 경험이 모두 기억에 남지 않듯이 전체 일정이 매끄러웠다 해도 마지막 마무리가 삐끗하면 여행 전체의 기억이 변색되고 만다.  

5월까지 출국자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 해외여행 출국자가 올해는 2,5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인구를 감안했을 때 향후 늘어나는 출국자 수는 상당수가 1년에 2회 이상 해외여행을 나가는 여행자라고 할 수 있다. 여행사 입장에서는 리피터 관리가 절실하고 관광청 등은 재방문객 창출이 중요한 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 일본과 중국 시장의 비중이 막대한 한국도 마찬가지다. 다시 찾고 싶은 여행사, 다시 여행 하고 싶은 한국을 만들기 위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물고기 사냥이 최우선 과제였다면 이제 잡은 물고기에게 기억될 강렬한 한방과 훈훈한 마무리를 고민할 때다. 
 
김기남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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