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진 좌담회] 여행의 미래를 말하다

작성자 차민경 작성일2017-07-17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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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에 마실 물 없다’ 비관에도 기회는 도처 가득
여행의 가치 고민하고 새로운 시장에 투자할 때
 
1989년 여행자유화 이후 29년. 여행은 빠른 속도로 일상으로 녹아들었고, 소수만이 향유하던 것에서 모든 대중의 것으로 확산됐다. 그 사이 시장 안에서는 기술의 발전, 새로운 글로벌 경쟁자의 등장, 여행 형태의 다변화 등 셀 수 없는 변화가 있었다. 앞으로의 여행은 어떻게 될까?  지난 7월7일 금요일 여행업 각 분야의 전문가이자 <여행신문>의 칼럼진과 함께 보다 발전적인 미래를 위한 좌담회를 가졌다. <편집자 주>
 

관광청┃인도네시아관광청 박재아 지사장 [박재아의 여행과 인문]
여행사┃K-TravelAcademy 오형수 대표 [오형수의 잘 팔리는 세일즈]
호유경텔┃유가기획 유경동 대표 [유경동의 섹시한 호텔]
공유경제┃에어비앤비 이상현 정책총괄 [이상현의 트렌드 리포트]
 
●희미해진 전문가의 경계, ‘차이’ 만들어야
 
고▶ 주제가 ‘여행의 미래’다. 여행 산업이 어떻게 변화하게 될지, 여기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한다. 관광청, 여행사, 호텔, 공유경제의 전문가를 모셨다. 

오▶ 여행의 미래는 인간 욕망의 미래다. 때문에 당연히 밝다. 문제는 여행사의 미래다. 여행사의 미래가 여행의 미래만큼 밝은가 묻는다면 물음표다. 지금 여행사의 상황은 ‘장마에 먹을 물 없다’고 표현할 수 있다. 물은 많은데 여행사가 먹을 물이 없는 것이다. 출국자수, 항공운항수, 여객수 등 매년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데 여행사는 기록을 반대로 깨고 있다고 한다. 여행자가 관광과 쇼핑과 옵션을 하던 ‘여행객’이 되지 않아도 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일본 JATA 회장이 한 말이 있다. ‘여행의 삼원점은 기획력, 알선력, 안내력인데 이걸 원점에서 고민해봐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결국 문제는 하나로 귀결된다. 신상품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신상품은 수요를 만드는 상품을 칭한다. 유통업계만 보아도 1년 사이 새로운 상품들이 쏟아지는데 여행사는 같은 상품을 지역만 바꿔 계속 우려먹고 있다. 유통을 고민할 때가 아니라 신상품을 고민할 때다. 하나의 해결 방법을 제시하자면 원천업체가 가이드를 직접 고용하면 된다. 가이드의 수익은 쇼핑이나 옵션에서 나오는데 곧 쇼핑센터에 의존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독자적인 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 원천업체인 여행사가 가이드를 직접 고용해서 기본 고용금을 준다면 자연스레 다음 단계에 대해 고민하게 될 것이다. 여행사 CEO의 월례사들을 보면 많은 부분 주변의 경영환경이 안 좋아졌다, 무엇을 해달라는 얘기만 한다. ‘하겠다’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피해자 코스프레라고 한다. 여행사가 정책, 외부 환경 등에 대해 피해자라고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 누구나 동의하는 것은 여행 산업은 계속 커진다는 것이다. 여행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먹고 살기 힘들다고 하는 것은 매칭이 안 된다. 수요를 창출해야 하는데 계속 개별화 되는 수요를 파악하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 

오▶ 유니클로 회장은 ‘유니클로를 가격이 싸서 사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비싼 상품이 싼 상품과 비교되는 차이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유니클로를 산다는 것이다. 품격, 명품이라고 하는 여행상품들이 실제로는 저가 상품과 차이가 없다는 것을 여행사들이 인정하지 않는다. 여행사 직원의 여행력이 10이라면 고객의 여행력은 이미 7~8까지 왔다. 전문가와 고객들의 경계가 희미해졌다. 

이▶ 일반 여행자의 여행력이 커질 수 있는 것이, 핸드폰으로 지도, 번역, 사진 찍기 등 여행의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있다. 기술의 변화로 오는 차이도 있다. 

●양산형 호텔에서 부티크로, 변화의 조짐
 
유▶ 호텔 분야도 비슷하다. 묻고 싶다. 한국의 호텔, 자랑할 만한가. 서울 중심으로 수적 성장이 컸다. 그러나 냉정하게 봤을 때 자랑할 만한 호텔인가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이 인테리어 브랜드인 까사미아에서 운영하는 라까사 호텔 같은 경우 항상 풀부킹이다. 객실 전체 가구를 까사미아로 채워 특색을 줬다. 어떻게 비교하느냐의 문제다. 

유▶ 파크하얏트, 웨스틴 조선 등 하루 40만원 대의 부산 호텔에 내국인 비율이 50%까지 치솟는다고 한다. 그런데 애매모호한 호텔은 아무리 가격을 내려도 안 간다. 가장 큰 영향은 일본이 아닐까. 한국인들의 해외여행 경험치가 축적되면서 한국 호텔에 대해 수준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오피스텔을 개조한 것 같은 얼렁뚱땅 호텔들은 내국인에게 도외시 된다. 작은 규모여도 좋으니 좋은 호텔을 만들어야 성장한다. 

박▶ 국내 호텔이 훨씬 비싸다는 인식도 있다. 호텔을 가려면 어느 지역에 가야하거나, 꼭 그 호텔에 가야하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호텔을 갈 이유가 없기 때문에 지역을 먼저 선택하고, 후에 호텔을 정할 때는 가격으로만 판단한다. 개성이 없는 것도 상당한 문제다. 이벤트나 프로모션 등 하나의 호텔이 새로운 것을 계속 만들어나가야 하는데 호텔이 그런 면에서 적극적이지 않다. 

이▶ 에어비엔비 같은 경우 여행자가 에어비엔비 숙소를 정해두고 그곳이 아니면 안 간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숙소를 위해서 오는 것이다. 숙소는 큰 경험이다. 호텔이 있는 지도와 에어비엔비 숙소 지도를 서로 겹쳐보면 분포지점이 겹치지 않는다. 호텔에 에어비엔비가 경쟁이 안 되기 때문이다. 

오▶호텔의 근본적인 문제를 만든 사람은 삼성 이건희 회장이 아닐까. 유명한 일화가 있다. 이건희 회장이 호텔의 본질이 뭐냐 물었는데 서비스업이라고 했다가 잘렸다느니 좌천됐다느니. 답은 부동산업이었다. 전등이나 마감에서 호텔을 부동산업으로 보고 지은 것은 티가 난다. 호텔은 서비스업이어야 한다. 최근에는 변화가 있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5성급 부티크 호텔을 계획 중인데, 총괄 지배인으로 미술계 작가를 들였다고 한다. 

이▶ 에어비엔비가 계속 확장할 수 있는 것은 각각의 특색이 있고, 체험과 정 등 호텔에서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과 함께 간 하와이 숙소는 사실 시설은 썩 좋지 않아 처음에는 불편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마지막 날 집주인 가족과 함께 저녁 시간을 보내고 나서 불편했던 감정이 다 날아갔다. 

박▶ 호텔에 소비를 하러 간 사람은 뭔가 부족하다 싶으면 화를 내고 각종 어메니티를 다 바리바리 싸오지 않나. 다 누려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것이다. 에어비엔비는 가치의 지향점이 다르니 투숙객이 느끼는 것도 다른 것 같다.
 
 
‘꿀잼 시장’ 중국 공략해야… ‘젊은’ 추진력과 통찰력 필요해

-정책·외부환경 탓 그만, 소비자에 ‘경험’ 제공해야
-개발 소극적인 비인기 지역이 오히려 독점 가능
-중국인 여권발급 아직도 5%, 투자는 적극적으로

유▶ 부티크 호텔과 중국인 숙박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고객의 지향점을 알 수 있다. 부티크 호텔은 보통 객실 60개 이하의 호텔을 말하는데, 몸집이 작은 만큼 오너의 지향점이 잘 전달된다. 런던에서 시작돼 뉴욕, 도쿄와 상하이에서 세를 펼치고 있다. 이런 호텔에 30~40대 중국인이 가득이란다. 우리는 스스로 우리의 고객을 천시하다 보니 저가 시장을 만들어 7만원 받다가 8만원으로 올리면 안 오는 상황을 자초했다. 호텔의 정신이 규모와 상관없이 살아 있어야 한다. 지금은 수익 중심의 분양호텔이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다. 약속된 수익을 내서 분양자에게 나눠줘야 하는데, 이게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수익에만 초첨 맞추니 특색 사라져 
 
박▶ 여행사가 관광청과 밀접히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다. 관광청은 해당 국가의 관광뿐만 아니라 문학, 미술 등 어느 분야와도 연결이 된다.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새로운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이 고민하고 지역을 공부할 수 있는 파트너가 돼야 하는데 관광청에 단순히 지원만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지역을 가지고 가면 ‘한국 가이드 있느냐, 쇼핑은 뭐가 있느냐’고 묻고, 없으면 상품 개발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오▶ 여행사가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여행사 인프라 없이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항공 적자, 지상비 적자를 뚫고 수익을 내는 것이 가이드다. 

박▶ 아직 소개 안 된 지역들은 여행사에게 기회다. 조합을 다르게 만들면 고객들이 직접 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서 여행사가 독점할 수 있는 상품이 많다. 고객들도 새로운 지역을 접할 때 단순히 상품을 이용하는 소비의 개념이 아니라 다른 삶을 살아보는 기회라고 생각해야 한다. 양쪽의 가치 지향점이 모두 변해야 하는 것이다. 

이▶ 6월1일자 기준 1년 동안 에어비엔비 한국 이용자는 135만명(내·외국인 포함)이었다. 호스트 숫자는 1만2,000명에 달한다. 에어비엔비가 홍보를 따로 하지 않았음에도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개별 호스트의 문화와 콘셉트가 다 특색이 있기 때문이다. 공유한다는 문화를 경험하는 것도 이색적이다. 

오▶ 여행사들이 배워야 한다. 에어비엔비가 2008년 8월에 오픈했는데 호스트가 300만개란다. 상품이 300만개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여행사는 30년 하면서 상품 10~15만개를 얘기한다. 상품을 우리가 다 만들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그렇다. 모두가 상품을 만들 수 있는 주체가 돼야 하는데 그런 전환이 안 된 것이다. 자유롭게 일하는 회사에 대해서 배워야 한다. 이게 또 결론적으로는 여행사의 직원에 대한 대우, 처우와도 연관이 된다. 월급을 받아서 자기 회사 상품을 구매해 여행을 갈 수 있을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나. 어느 여행사 내부 설문을 보면 허니문을 갈 때 본인 회사를 못 이용한다는 답이 많았단다. 비싸서다. 급여를 다시 고민하고 직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정도인지 계산해봐야 한다. 앞서 말했던 가이드를 원천회사가 직접 고용해야 된다는 이야기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시장이 안 좋다는 변명을 30년 동안 해왔다. 이제 다른 변명이 필요하다. 그게 아니라면 직원들의 대우와 처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하고, 이것이 결국 다음, 다음의 문제점을을 해소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것을 믿어야 한다. 

박▶ 여행사를 가면 직원이 자주 바뀌어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실제로 많다. 근무여건이 안 좋아 오래 일하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고 판매자가 수익이 나는 지역에 집중하다 보니 새로운 시장에서 전문가를 키우지 않는 것도 있다. 특수지역을 많이 하다 보니 자주 느낀 것은, 새로운 지역을 갖고 가면 ‘당장은 못하겠다, 지금은 바쁘다’고 한다.  판매 지역에 대해서도 인력배분이 필요하고 멀리 보고 새로운 지역으로 확장해 나가야 한다. 여행사는 기회를 가졌음에도 몸을 사리고 있다. 
 
 
●변화는 불가피, 새로운 시장을 바라봐야
 
유▶ 일본은 사실 여행사가 더 어렵다. 일본에서 공공연히 여행사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하는 곳이 JTB와 HIS다. JTB는 아마 내년을 기해서 분사 형태로 나눴던 여행사들을 다시 통폐합할 것으로 보이고, HIS는 가장 큰 매출을 냈던 아웃바운드에 대해서 기존의 형태로 유지할 수 없는 모델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그래서 여행사 본업 이외에 호텔 산업 등에 뛰어들었다. 여행사의 역할은 바뀌어야 한다. 여행사가 단순히 코스를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느낄 수 있느냐?’고 물었을 때 여행사의 대답이 명쾌해야 한다. 

오▶ 지난해 한국인의 해외지출은 25조 정도이고, 중국인은 300조 정도다.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큰 기회다. 중국 인구가 13억명인데 현재 여권발권률이 4~5%밖에 안 된다고 한다. 엄청나게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문화를 공유하는 국가 중 일본은 중국에서 감정이 안 좋아 절대 들어갈 수 없고, 오로지 한국만 가능한 시장이다. 

이▶ 해외에서는 중국 사람들이 여행시장을 잡는다고 한다. 전세계 여행인구의 50%를 중국인이 차지할 것이라고 보더라. 이른바 ‘핵꿀잼’ 시장인 것인데 ‘하우(How)’의 문제가 남아있다. 무엇을 원하는지 찾아야 한다. 지난주(6월 마지막주)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동행했다. 당시 대부분의 한국인 관계자들은 대통령이 있던 블레어하우스 주변 호텔에 머물렀는데 하루 700USD였다. 나는 에어비엔비로 250USD로 숙박시설을 잡았다. 기술 차이와 콘텐츠의 차이다. 새로운 시장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오▶ 한편으로는 여행사 대표가 좀 더 젊어져야 한다고 본다. 20년 전에는 여행사가 젊다고 했는데 지금은 아니다. 취날 량지엔장 회장이 35세인 것을 비롯해 중국에 30대 회장, CEO들이 상당하다. 젊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추진력, 통찰력은 다르다. 우리도 예전엔 그랬지만, 지금은 나이가 들어가며 과거의 방식을 고집하는 것이다. 

고▶ 여행사가 어렵다는 것에는 대부분 동의하는 것 같다. 여행이 아직 먹지 못한 꿀물이냐, 헤쳐나가기 어려운 늪이냐에 대해서는 분분하다. 여러 가지 의견을 취합해보니 변화와 개선의 가능성이 아직 높은 것 같다. 이번 좌담회의 이야기가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기획·정리=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사회=고서령 기자 ksr@traveltimes.co.kr   사진=양이슬 기자 ysy@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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