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업계에서는 홈쇼핑을 두고 마약과 같은 존재라 부른다. 낮은 상품가에 특전을 빵빵하게 챙겨줘야 하는데다 높은 방송료와 수수료까지 더해지면 남는 게 없는 장사라지만 물량을 채우고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홈쇼핑만한 채널이 아직 뚜렷하게 없기 때문이다. 확실히 몸에 좋지 않은 것인지 알면서도 자꾸만 찾게 되는 것이 중독성 강한 마약과도 같다. 

요즘은 항공권 메타 서치·부킹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픈 마켓도 마약이 됐다. 오픈 마켓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휴사도 여전히 늘어나는 중이다. 비교 검색에 목이 마른 소비자들의 갈증을 해결해주고 있어, 메타 서치 채널을 통한 판매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단다. 당장의 매출은 늘었지만 동시에 불안감도 엄습했다. 채널은 문어발처럼 넓혔고 판매 성적도 좋은 상황인데 오픈 마켓의 수수료 정책이 여행사에 불리한 조건으로 바뀔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A관계자는 이를 두고 ‘제 살 깎아먹기 식’에 비유하기도 했다. 실제 지난해부터 올해 초 항공권 메타 서치에 도전장을 내민 국내 굵직한 오픈 마켓들은 초기에는 치열한 경쟁에 수수료 0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곳이 다수였지만 올해 들어 수수료는 슬그머니 약 1%가 됐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B사는 여행사의 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1%, 1.2%, 1.5%로 차등 부과하고 있다. 은행으로 치면 예치금이 높을수록 좋은 이율을 제공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과 같이 판매 채널을 넓히고 다각화하는 것은 분명 중요한 판매 전략 중 하나다. 다만 중심이 되는 메인 판매 채널은 자사에 있어야 한다. 대놓고 한 눈에 가격 비교가 이루어지는 만큼 오픈 마켓 내에서 벌어지는 가격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 상황이지 않은가. 외부 채널의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추후 외부 환경에 변화가 일었을 때 큰 타격을 면하기 어렵다. 건강하고 강한 자체 채널을 갖고 있다면 태풍은 고비가 아니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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