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키워드_e-티켓
 
종이항공권이 폐지되고 e-티켓으로 전환된 지 약 10년, 이제 항공여행은 당시 e-티켓 체제로의 전면적 전환 못지않은 대변혁을 거듭하고 있다. 항공권 예약부터 체크인, 탑승까지 모든 과정이 속속 자동화되고 셀프 서비스(Self Service) 체제로 변신하고 있다.<편집자주>  
 

유럽 가족여행을 앞둔 K씨, 어느 날 항공사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한다. 사전좌석지정을 할 수 있다는 안내다. 항공사 앱을 통해 3자리를 지정한다. 항공권 예약도 이 앱을 이용했다. 출발일 이틀 전이 되니 다시 알림톡이 온다. 앱이나 홈페이지에서 체크인 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 미리 체크인을 하면 출발 당일 공항에서 짐만 부치면 되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항공사 직원은 출발일에 수하물 위탁 카운터(Bag Drop)에 가서야 대면한다. 출국심사도 자동 출입국 기기를 이용하니 가뿐하다. 머지않아 생체인식 기술이 출입국 수속에 적용된다고 하니 짐짓 기대된다.

●항공여행 ‘셀프 서비스’가 대세
  
10여년 전 e-티켓이 처음 적용됐을 때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풍경이 이제는 일상화됐다. 항공사와 공항에 따라 도입 수준에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항공권 예약부터 좌석지정, 체크인, 수하물 태그 부착 및 위탁, 출입국 수속, 기내 탑승, 수하물 수취까지 항공여행의 모든 과정에서 자동화가 빠르게 정착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주요 국적사들은 2015년부터 인터넷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을 통해서 탑승권을 발급받는 ‘웹·모바일 체크인(Web·Mobile Check-in)’ 서비스를 도입했다. 국적사, 외항사 가릴 것 없이 지금도 웹·모바일 체크인 활성화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국내 취항 30여개 항공사가 웹·모바일 체크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단체예약에 대한 웹·모바일 체크인도 가능해졌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8월부터 예약단계에서 신청하면 다시 별도의 절차 없이도 출발 24시간 전에 자동으로 체크인을 완료해 주는 ‘자동 체크인(Auto Check-in)’ 서비스를 시작했다. 인천국제공항은 지난해 12월말 여객터미널 출발층에 태블릿PC를 이용해 웹·모바일 체크인을 할 수 있는 구역을 마련했다. 

키오스크(Kiosk)를 통한 셀프 체크인도 기존의 전통적인 대면 서비스(Face-to-Face Service)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키오스크에 여권을 스캔하고 기본 정보를 입력하면 승객 스스로 간편하게 탑승권을 뽑을 수 있다. 위탁할 짐이 없으면 곧바로 출국장으로 갈 수 있다. 현재 인천국제공항에는 109대의 키오스크가 국내외 15개 항공사의 셀프 체크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LCC들도 키오스크 활용에 적극적이다. 티웨이항공의 경우 지난 6월 한 달 동안 자사 국제선 이용 고객의 30% 정도인 26만명이 키오스크 서비스를 이용했다고 밝혔다. 후발 LCC인 에어서울도 6월27일부터 인천공항 키오스크 셀프 체크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웹·앱 강화하고 키오스크 확충
 
체크인 과정보다는 더딘 측면이 있지만 수하물 위탁 과정에서도 셀프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체크인을 마친 고객을 대상으로 항공사 직원이 전용 카운터(Bag drop)에서 수하물 태그 발급과 부착, 위탁을 거드는 형태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발 빠른 해외 공항의 경우 수하물 태그 발급 및 부착, 위탁까지 승객 스스로 처리하는 '셀프 백 태그&드롭(Self Bag Tag & Drop)' 수준에까지 달했다.   

A항공사 관계자는 “각 항공사별로 구체적인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웹·모바일·키오스크를 통한 셀프 체크인 비율은 50%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개별 항공사 차원뿐만 아니라 소속 항공 동맹체나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차원에서 나름의 목표를 정하고 추진하기 때문에 앞으로 더 급속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IATA의 경우 회원 항공사에 2018년까지 6월까지 승객의 수하물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 상태로, 이미 일부 항공사는 앱을 통해 승객에게 수하물 위치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웹·앱 예약 87%, 체크인도 이미 과반 
 
과연 세계적으로 항공여행 자동화 또는 셀프서비스 체제는 어느 수준에 이르렀을까. 항공여행 기술 제공업체인 SITA(www.sita.aero)가 미국의 항공전문지 ATW와 올해 공동으로 진행한 ‘항공여객 IT 트렌드 2017(The Passenger IT Trend Survey 2017)’은 기술이 항공여행 과정을 어떻게 변모시키고 있으며 또 어떤 수준에 이를지 가늠할 수 있는 단서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87%가 웹(80%) 또는 앱(7%)을 통해 항공권을 예약했으며, 54%가 항공사 카운터를 통한 대면 체크인 대신 셀프 체크인으로 탑승권을 받았다. 셀프 체크인 채널별로 보면 인터넷이 28%로 가장 높았고 키오스크가 15%로 그 뒤를 이었다. 자동 체크인(6%)과 앱(5%)을 통한 체크인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공항의 셀프 서비스 키오스크를 이용해 수하물 태그를 뽑고 부착한 비율은 2016년 31%에서 이번에는 47%로 크게 상승했다. 그러나 스스로 수하물까지 위탁한 비율은 18%로 전년도보다 4%p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아직은 항공사 직원을 통한 위탁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동시에 공항별로 셀프 백 드롭 기기가 충분치 않다는 점도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항공권 예약, 체크인, 수하물 태그 부착, 수하물 위탁, 공항 체류, 탑승, 기내, 수하물 수취에 이르는 각 항공 여정 단계별로 자동화 기술이 적용된 서비스를 이용한 승객의 만족도가 더 높게 나왔다는 점에서 향후 자동화 기술의 확산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비록 지금까지는 전통적인 대면 서비스를 이용했지만 앞으로 기회가 주어지면 셀프 서비스를 이용하겠다는 응답 비율이 비교적 높게 나왔다는 점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주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와 같은 자동화 기술이나 셀프 서비스에 대한 수용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고령자에 대한 배려와 접근방식에 대한 숙제를 남겼다고 할 수 있다. 
 
 
종이항공권 시대의 종말
2008년 6월1일, 국제선 항공권이 기존의 종이항공권에서 전자항공권 즉, e-티켓으로 완전 전환됐다. 각 항공예약시스템(GDS)사들도 6월1일을 기해 시스템적으로 종이항공권 예약발권을 불가능하게 조치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종이항공권 폐지 정책에 맞춰 2005년 중반부터 시작된 e-티켓 체제로의 전환 작업이 약 3년 만에 완성된 것이다. 그러나 초기에는 타 항공사와의 결합구간, 유아티켓 등 e-티켓이 지원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항공사와 여행사의 혼란은 불가피했다. 또 여행사의 경우, 항공사가 제공하던 종이항공권이 사라진 대신 여행사와 고객이 e-티켓을 인쇄하게 됨으로써 비용이 전가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비록 초기 혼란은 있었지만 e-티켓은 빠르게 정착되고 안정화됐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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