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워하면 지는 거라던데 그럼에도 최근 일본의 호텔들에 눈길을 뗄 수 없다. 이상 현상이라 불리며 500만 명을 넘은 작년 한국인 방일 인원수가 일시적일 것이라는 전망을 비웃듯 2017년 6월, 이미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수가 339만 명에 달했다. 이대로 가면 올해 일본을 찾는 한국인 수가 사상초유의 600만 명 시대를 맞을 것이 자명하다. 5,000만 명의 한국인구 중 600만 명이 일본을 방문하는 사이에 1억2,800만 명의 일본인구로부터 우리는 고작 약 230만 명의 일본인이 방한하는 관광무역 역조의 대표적 관계가 구축됐다. 불과 3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한국의 영향력이 더해져 일본 호텔들은 흐뭇한 미소를 지을 만 하지만 그렇다고 한국 시장에 대한 감사의 움직임은 없다. 여러 현안들로 인해 두 나라간의 냉랭한 기간이 길어지며 ‘Give & Take’는 언급조차 힘든 상황이다. 그저 우리는 가고 그들은 안 올뿐이며 이는 자연스런 현상으로 인식되고 그 사이에 이득을 취하는 일본과 손해를 보는 한국이 있다.

일본은 최근 숙박시설 증가에 박차를 가해 왔다. 2015년 이미 도쿄와 오사카의 비즈니스호텔과 시티호텔 가동률은 80%를 넘었고, 작년 오사카 전 숙박시설의 가동률은 84.1%를 기록하는 놀라운 결과를 보였다(일본 국토 교통성 숙박여행 통계조사). 2017년 이후 도쿄 도심 부 주요 구의 호텔 신설계획도 40건이 넘고 숙박시설의 부동산 매매건수도 급증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가 발표된 이듬해인 2014년부터 나타났다. 다양한 움직임의 첫 번째 이유는 2020년 도쿄 올림픽이라는 깃대의 작용이다. 일본 부동산 산업계에서는 과감한 신설이 올림픽 이후 독이 될 수 도 있다는 반대의견도 존재한다. 하지만 최근 급격한 호텔 증가의 사업타당성 검토가 방한 중국인의 증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한국에 비하면 좀 더 구체적이고 타당한 이유를 바탕으로 한다. 단순히 올림픽이라는 한시적인 이벤트에 투자하기에는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남지만 그들은 올림픽을 기점으로 외국인 방일 숫자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켜 관광산업을 통한 국가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 엔저 현상을 유지하며 FIT 시대를 대처할 다양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통한 수익창출을 내겠다는 그들의 움직임은 급기야 2020년 방일외국인 여행자를 4,000만 명으로 예상하는 관광정책의 비전을 제시한다. 도쿄 올림픽은 그들에게는 종착이 아니라 기점이며 이러한 배경이 일본 호텔들을 춤추게 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호텔 숙박객의 상당부분을 내국인이 차지한다. 오랜 기간 호텔의 주요 고객으로 입지를 굳힌 내국인 고객은 외국인 고객 이상의 존재감을 발휘한다. 그의 영향으로 일본 호텔들은 일본인 고객들의 트렌드와 까다로운 취향에 맞추기 위해 차별화 되고 수준 높은 서비스를 구축해야 한다. 일본의 고객 역시 호텔 서비스를 즐기고 이용하는데 많은 관심과 애정을 지니고 있어 새로운 유명 호텔의 개관은 늘 그들의 관심사에 속한다. 최근 일본 고급 호텔의 디자인 기조인 재팬 모던(Japanese Modern)을 구현한 신규 호텔들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상이 되고 있다. 자기 정체성과 스토리가 뚜렷한 전국 각지의 호스텔과 게스트하우스들도 숙박의 새로운 형태로 일본 내국인들에게 지지를 받으며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일본인들은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숙박시설들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이는 구전효과로 전파돼 일본을 찾는 많은 외국인 FIT 고객들에게 자연스럽게 일본의 관광 인프라로 역할을 하게 된다. 최근 급격한 회복세를 보이는 경제 상황도 한몫을 하고 있어 내국인 고객과 호텔은 상호 지지 관계를 강화고 있다. 이러한 내국인 수요층이 일본 호텔산업의 근거 있는 자신감 두 번째 이유다. 

최근 일요일 12시면 프런트 앞에 체크아웃을 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선 한국 호텔의 내국인 패키지 고객들을 보며 투덜거리던 호텔 후배의 칭얼거림이 신경에 거슬렸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똑같은 상황이었을 텐데 호텔은 기발한 묘책을 굳이 연구하지 않는 듯하다. 직원을 투입시켜 품위 있게 객실 내에서 미리 체크아웃을 하거나 텅텅 빈 연회장을 멋진 체크아웃 라운지로 활용해 고객에게 호텔의 품격을 느끼게 해 주면 좋을 텐데. 여전히 국내 고객은 저가이고, 말 많고, 골치 아픈 비수기 대체시장 정도로 취급 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어쩌면 한국 호텔들은 피해자 일 수도 있다.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관광정책 부재의 시대에 외롭고 고달픈 항해를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의 관광인프라로서 호텔의 역할은 어떠한 시대든 호텔에게 주어진 책임과 같은 것이다. 지금은 뒤쳐진 듯하지만 곧 우리에게도 새로운 시장과 일본을 뛰어넘을 우리만의 차별화된 호텔 서비스로 주변국의 부러움을 사는 시대가 올 것이다. 아무리 보아도 한국이라는 나라의 지리적 위치가 관광산업이라는 틀에서 보면 예사롭지 않다는 게 그 근거다. 그때까지 경쟁국 일본의 모습은 잘 지켜보고 공부해야 할 대상임은 틀림없다.
 
 
유경동
유가기획 대표 kdyoo@yoo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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