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키워드_제로컴
 
항공사 비용 절감 돌파구
뜨거운 감자 NDC… 한국에서도 제대로 정착할 수 있을까 
 
비용 절감을 위한 항공사들의 시도와 노력은 다방면으로 펼쳐지고 있다. 발권 수수료, VI 제도, 직판 강화, 서비스 유료화 등 항공사들의 정책은 효율성 제고를 위한 방향으로 계속해서 수술 중이다. 올해는 새로운 항공권 유통채널인 NDC(New Distribution Capability)가 항공사들의 비용 절감을 위한 돌파구로 뜨겁게 떠올랐다. <편집자 주>

●항공사의 채찍과 당근  
 
NDC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항공사들의 GDS 사용료에 대한 부담을 해결하고 효율적인 판매를 위해 지난 2015년 개발한 시스템이다. 그동안 항공사들은 하나의 GDS를 통해 요금과 상품을 공급했고, 여행사들은 GDS 안에서 좌석을 조회하고 발권하는 식의 유통 구조가 형성돼 있었다. 

반면 NDC는 항공사와 여행사가 1대1로 계약을 맺고 해당 항공사의 시스템을 설치해 이용하는 구조다. NDC 시스템으로는 그동안 여행사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던 남은 좌석 현황, 항공 기종, 좌석 간 간격, 엔터테인먼트, 업그레이드 등 항공 상품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한 눈에 보여주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 효율적인 구매가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또 GDS 사용료나 미정리 세그피 등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어 항공사 입장에서는 솔깃한 채널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NDC 시스템을 의무화한 항공사나 NDC를 이용하겠다고 나선 여행사는 아직 없다. 루프트한자독일항공, 영국항공, 아메리칸항공 등 일부 항공사들이 NDC를 이용하는 여행사에게 유리한 혜택을 제공한다거나 GDS를 통해 발권할 경우 별도의 추가 수수료를 부과하는 정도의 정책을 이제 막 내놓은 상황이다. 2015년 루프트한자독일항공에 이어 올해는 영국항공도 합류했다. 영국항공은 11월1일부터 웹사이트, IAG 예약 포털, 콜센터, NDC 시스템 등 자체 채널 이외에서 발권한 항공권에 별도의 비용을 부과한다. 사용료는 구간당 10달러며 Q차지로 소비자에게 자동 부과된다. 아메리칸항공은 NDC 사용에 대해 보다 당근 정책을 펼친다. 아메리칸항공은 NDC를 통해 항공권을 발권하는 여행사에게 최상의 공시 운임은 물론 편도당 2USD의 수수료를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여행사 가격 경쟁력↓
부담은 소비자에게도
 
여행사는 NDC를 경계하는 입장이다. 가장 큰 이유는 가격과 주도권에 있다. 별도의 시스템을 설치하는 데에 따르는 비용 부담과 각각의 시스템 사용에 대한 번거로움, 카드 할인 불가 등은 눈에 보이는 문제에 불과하다. 

항공사에서 NDC를 이용해 판매하겠다는 것은 불필요한 수수료를 줄이고 직판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영국항공의 경우 GDS에서 발권시 Q차지로 왕복 약 20달러가 추가 부과된다. 결국 같은 클래스의 항공권이라도 여행사에서는 항공사보다 한화 2만원 상당이 더 비싸게 노출돼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된다는 것이 여행사들의 입장이다. A여행사 관계자는 “현재 여행사들은 여행업무 취급수수료(TASF)까지 받고 있는데 항공사에서는 항공권 요금만 받으니 고객 입장에서는 당연히 저렴한 곳으로 예약하지 않겠느냐”며 “이전에는 항공사가 GDS에 지출했던 비용을 이제는 소비자에게 받겠다는 건데 아마 소비자는 이러한 사실에 대해 모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메리칸항공이 NDC로 발권시 수수료 2달러를 지급하겠다는 정책에도 미온적이다. B관계자는 “여행사들의 발권 물량에 따라 다르지만 지금도 GDS로부터 비슷한 수수료를 받고 있어 굳이 NDC로 바꿀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항공사가 GDS를 이용하면 편도당 적게는 6달러, 많게는 10달러까지 세그피가 발생하는데 이걸 NDC 수수료로 바꿔 부담을 덜겠다는 의미”라며 “항공사 입장에서 NDC는 필요한 존재일지 몰라도 GDS 이용에 대한 수수료 부담(Q차지) 통보는 일방적이고 결국 그에 대한 부담과 불편은 여행사와 소비자가 떠안게 됐다”고 덧붙였다. 또한 아직까지 NDC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회나 방안, 계획에 대해서도 누구 하나 뚜렷하게 이야기하지 않아 애매하게 원리만 나돌고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판매 채널에 주도권 경쟁 
 
여행사들의 자체 채널이 약해진 것도 이유다. 여행사를 통한 예약보다 소셜커머스, 오픈마켓, 메타서치 등 외부 채널에서의 판매 비중이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메타 서치 업체들이 NDC를 사용해 항공사와의 직계약을 맺는 사례가 조금씩 발생하고 있어 경계는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C관계자는 “지금도 일부 노선과 플랫폼에 한해 한 공간에서 항공사와 여행사가 같이 경쟁하고 있는데 NDC 도입이 일반화된다면 여행사는 판매 주도권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D항공사 관계자는 “항공사도 직판만 강조할 수는 없고 다양한 판매 채널 확보도 중요하다”며 “여행사와 공존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NDC가 국내에서도 화두로 떠오르며 해외의 시스템 개발 업체들도 한국 마켓을 주목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해외 시스템 개발 업체 2곳 정도가 한국에 진출해 시장 분석 및 영업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국 사정에 능통한 항공 GSA 업체 등이 이들의 업무를 돕고 마케팅을 대행하겠다는 움직임도 나타나 항공권 유통 시장에 다양한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2008년 ‘제로컴’의 서막이 오르다
2008년 한국에서 항공권 판매수수료(Commission) 폐지, 즉 ‘제로컴(Zero Commission)’의 서막이 올랐다. 여행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없애는 방식으로 비용절감에 나서려는 항공사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2008년 4월부터 국제선 항공권 판매수수료율을 7%로 낮췄던 대한항공이 그 해 7월, 2010년 1월부터는 아예 커미션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제로컴(Zero Commission)’을 선언했다. 대한항공은 ‘커미션 자유화’라고 표현했지만 여행사들의 반발은 극심했다. 한국여행업협회(KATA)를 중심으로 대한항공 항의시위를 벌이고 호소문 광고도 게재했다. ‘단체발권 7%, FIT발권 9% 사수’를 외쳤지만 역부족이었다. 대한항공은 강행했고 아시아나항공도 가세했다. 아시아나항공도 2008년 5월부터 7%로 수수료율을 낮췄으며, 대한항공이 제로컴을 시행한 이듬해인 2011년 4월부터 제로컴 대열에 합류했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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