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3일  바이크를 배정받다 
 
조식 후 8시, 호텔 주차장에서 바이크를 배정받았다. 바이크 키를 손에 넣자 가슴이 뛰었다. 일주일 동안 나의 다리가 되어 줄 BMW-GS1200. 

오전 9시, 엔진소리도 우렁차게 바이크 부대가 출발했다. 절벽을 따라 구불구불하게 이어지는 두브로브니크 해변도로가 꼭 샹그릴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아래 파랗게 빛나는 아드리아해는 얼마나 눈부신지. 우리는 차가 별로 안 다니는 편도 1차선 도로를 따라 천천히 이동했다. 비탈길에다 급커브라 속도를 낼 수 없었는데 처음 주행엔 그 편이 오히려 안전했다. 규정 속도는 50km지만 직선주로를 달릴 때는 교통 사정을 봐가며 100km까지 속력을 냈다. 라이딩은 하루 평균 220~250km 정도로 진행했다. 무리하지 않고 관광과 식사를 겸하면서 천천히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아름다운 루트와 식당, 호텔들을 방문하는 코스였다. 8시간 정도의 이동과 관광 그리고 충분한 휴식이 우리에게 주어졌다. 

식사 후 섬 안에 있는 흐바르 성을 방문했는데 신기한 발견을 했다. ‘Park 레스토랑’이라는 간판과 맞닥뜨린 것이다. 케빈이 물었다. “어, 크로아티아에 박 레스토랑이 있네요. 단장님 언제 이곳에 식당 냈어요?” “하하, 그러게. 전에 왔다가 투자를 해놓고 까먹고 있었나 봐.”
 
● 5월4일 ~ 5일   흐바르에서 스플리트로 
 
바이크 투어 이틀째. 우리 일행들의 컨디션이 다들 좋다. 보통 라이딩 투어라고 한다면 달리는 것이 목적이라고 생각하는 데 전혀 그렇지 않다. 하루에 250km를 8시간에 걸쳐 달린다는 것은 먹고, 보고, 마시고, 관광하면서 천천히 이동한다는 의미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날의 목적지에 적어도 어둠이 오기 전 오후에 들어가는 것이 철칙이다. 그래야 여장을 풀고, 도시를 둘러보기도 하고, 저녁식사를 하면서 그 도시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흐바르를 떠나 스플리트(Split)로 출발했다. 스플리트는 크로아티아 남쪽 달마티아 주에 있는 도시다. 해안마을의 정겨운 풍경을 즐기며 천천히 달리고 있는데 가는 도중에 갑자기 비가 내렸다. 장대비는 아니었지만 일단 비는 라이딩에 위험요소기에 상당한 주의를 요한다. 특히 비옷을 준비하지 못한 루벤(Ruben) 부부가 흠뻑 젖었다. 스플리트에서 1박 후 아침 라이딩에 나서기 전 루벤 부부를 위해 비옷을 샀다. 
 
스플리트를 출발해 크로아티아의 옛 수도인 크닌(Knin)에 도착하니 산꼭대기에 성이 한 채 있었다. 식당, 전시회장, 파티장이 오밀조밀 모여 있었다. 크닌은 자그레브와 스플리트를 연결하는 교통의 요지다. 이 곳은 1080년 경 중세 크로아티아 왕국의 수도로 16세기에는 터키에게 점령당했고 이후 베네치아가 점령한다. 잠깐이었지만 세르비아 크라이나 공화국의 수도가 되기도 했다.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보니, 이 도시도 침략과 고난의 연속이었다. 바이크에서 내려 위로 걸어 올라가 해발 345m에 위치한 성채를 둘러봤다. 내려가기 싫을 정도로 수려한 풍경이 발 아래로 쏟아지고 있었다. 왜 이곳이 그 옛날 격전지가 되었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보디체에 도착하니 한발 앞서 출발한 서포팅 밴 가이드 마뉴엘이 시원한 서프라이즈 맥주를 준비해두고 우리를 맞이했다. 라이딩 도중 알코올은 금물! 술에 굶주렸던 우리는 득달같이 달려들어 벌컥벌컥 맥주를 들이켰다. 맥주 한 잔에 사흘간의 피로가 단번에 풀리는 느낌이었다. 
 
● 5월6일   짧은 라이딩 후 행복한 만찬
 
보디체에서 맞이한 나흘째 날. 이날은 중간 휴식 날로 라이딩 시간을 짧게 가졌다. 60km만 달렸으니 광화문에서 일산 왕복 거리밖에 되지 않는 셈이었다. 

우리의 일정 중 유일하게 2박을 머무르는 곳. 가장 큰 이유는 중간에 한 번 휴식을 가지자는 의미도 있었고, 크르카(Krca) 국립공원의 대자연을 마음껏 느껴보라는 여행사의 조언이었다. 크르카 국립공원은 내륙이 아닌 해안가에 자리 잡은 호수공원으로 푸른 웅덩이로 떨어지는 다단계 폭포가 매우 인상적인 곳이다. 72km에 이르는 크르카 강은 중부 달마티아에서 가장 긴 강이다. 많은 관광객이 모여드는 곳인데도 장사꾼을 별로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는 자연의 훼손을 최대한 막는 의도에서 시 정부가 규제를 하기 때문이었다. 

강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크르카 국립공원을 지나다 500년 가까이 된 오래된 가옥을 개조해 레스토랑으로 꾸민 러스티카(Rustika) 식당을 발견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와인을 양조하고 난 후 버리는 소량의 포도 과육을 회수해 발효, 증류해 만드는 전통주 ‘그라빠’의 맛을 볼 수 있었다. 음식 맛도 맛이지만 낡은 가옥이 주는 편안함이 여행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었다. 건설을 위해 꼭 옛 것을 파괴해야 하는지, 보존하는 것만으로도 건설이 될 수는 없는 건지 잠시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글·사진=PAA 박종필 회장    
정리=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PAA 박종필 회장은 총 세 번의 해외 바이크투어를 다녀왔다. 2016년 8월 첫 해외 바이크여행으로 프랑스, 스페인, 안도라로 이어지는 3,000km 구간을 총 15일 동안 여행했다. 2017년 4월30일부터 5월12일까지는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몬테네그로 등 동유럽 발칸 지역의 2,000km를 여행했다. 지난 8월에는 부탄에서 800km의 바이크투어를 경험하기도 했다. 이번에 소개하는 것은 박종필 회장의 두 번째 해외 바이크여행인 동유럽 발칸 여행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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