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7일  보디체를 떠나 보스니아로
 
보디체를 떠나 목적지인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모스타르(Mostar)로 향했다. 제1차 세계대전으로 유명한 사라예보가 바로 보스니아 앤 헤르체고비나의 수도다. 우리는 북쪽에 위치한 사라예보까진 가지 않고 남쪽의 중심지, 모스타르에 여장을 풀기로 했다. 크로아티아에서 보스니아 국경으로 가까이 갈수록 약간 긴장이 되는 것이 사실이었다. 보스니아 국경을 넘는데 국경경비원의 얼굴이 지나치게 침울했다. 크로아티아 국경 직원의 밝은 얼굴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거리에서 마주친 시민들의 표정 역시 국경 직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안 웃는 것은 물론이고 잔뜩 찌푸린 인상으로 거리를 걸었다. 보스니아 사람들의 표정이 아무리 딱딱해도 점심은 먹어야겠기에 마땅한 식당을 찾아 시내를 뒤졌다. 공교롭게도 그날이 일요일이라 문 닫은 집이 많았는데 마침 네 번째 찾아간 식당에서 겨우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왜 이 집은 안 쉽니까?”
물었더니 “일요일은 결혼식이나 가족모임 손님이 있어 열어둔다”고 했다. 보스니아 사람들도 일요일에는 결혼식을 올리거나 가족끼리 어울리며 나름대로 여유롭게 지내고 있었다. 

우리는 국경검문소를 한 번 더 지나 모스타르에 위치한 에덴(Eden) 호텔로 이동했다. 그런데 이 호텔이 위치한 곳이 산비탈이다 보니 급경사, 급커브 구간을 지나야 했다. 조심조심 이동하는데 갑자기 우당탕하면서 디제이(D.J)가 넘어졌다. 가이드인 마뉴엘 등 일행이 달려가 함께 오토바이를 일으키고 디제이를 부축해 세웠다. 다행이 다치지는 않았다. 모두 가슴을 쓸어 내렸다. 

한편 모스타르에는 네레트바 강을 가로지르는 높이 24m의 아주 아름다운 아치형 다리 ‘스타리모스트’가 있다. 현재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으며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는 다이빙대회로 유명하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다리를 자유롭게 건너 다닐 수도 있다. 

스타리모스트를 보면서 우리나라 남대문이 떠오른 것은 왜일까. 그러나 남대문은 스타리모스트처럼 자유롭게 이용하는 시설물이 아니라 멀찍이 떨어져 관상용 식물처럼 구경만 해야 하는 관상상품일 뿐이다. 밟고 디디는 유적과 바라보기만 하는 유적의 대한 애착은 그 강도가 다를 것이다. 
 
 
 
 

●5월8일  또 한 번의 사고
 
탈 없이 여행을 마치나 했는데 보스니아 국경 검문소에 거의 도착해서 가슴이 철렁할 일이 벌어졌다. 완만한 커브길에 이르러 가장 앞서 가던 디제이(D.J)가 갑자기 미끄러지면서 나뒹군 것이다. 세 번째로 뒤를 따라가던 내가 놀라서 다가가자 디제이가 툭툭 털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겉옷만 조금 찢어졌을 뿐 다행히도 다친 곳이 없었다. 다시 한 번 장비의 중요성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바닥을 살펴보니 얇게 모래가 깔려 있었다. 커브 길 모래와 자갈은 빗길만큼 라이더에게 위험요소로 작용한다.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보스니아 국경을 넘어 몬테네그로(Monten egro)에 도착했다. 우리는 해안선을 따라 이동했다. 만에 연한 헤르체크 노비, 리산, 리우타 같은 작은 마을들과 코토르(Kotor) 만을 따라 이어지는 드라이브 코스가 절경이었다.

우리는 몬테네그로의 자그마한 항구도시 코토르(Kotor)로 향했다. 코토르는 언뜻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를 연상시키지만, 병풍처럼 버티고 선 세인트 존 산으로 인해 좀 더 강인하고 거친 모습이다. 견고한 회색 성벽 안쪽으로 르네상스, 로마네스크, 바로크 등 다양한 스타일의 건축물이 존재하는데 현재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자연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코토르 역시 올드시티 지역이 잘 보존되고 유지되고 있어 관광객이 매우 많았다. 이곳에서 반가운 한국어 안내책자까지 있다는 것이 내심 뿌듯했다.
 
 
● 5월9일~5월10일   무사히 여행을 마치다
 
우리는 몬테네그로를 출발, 크로아티아 국경을 넘어 마지막 주유를 마쳤다. 이제 남은 것은 출발점인 두브로브니크에서 바이크를 반납하는 것 뿐.

무사히 7일간의 라이딩을 마쳤다. 출발일 우리는 마지막으로 두브로브니크 주변 섬을 돌아보는 유람선투어에 나섰다. 두브로브니크의 주변의 섬들은 숙박시설은 물론 주변 자전거길, 트래킹 로드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준비된 관광도시였다. 

동화 속 도시처럼 아름다운 두브로브니크는 보면 볼수록 ‘아드리아해의 진주’라는 말이 과장된 것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천혜의 자연경관과 낭만적인 문화 유적지들, 잘 정비된 트레킹길 등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잘 조화를 이루어 어느 것 하나 도드라지는 것 없이 편안하게 느껴지도록 잘 정비가 되어 있었다. 

며칠 더 머무르고 싶은 아쉬움을 다음 기회로 하고, 가족이 기다리고 있는 내 나라로 발길을 향했다. 이번 바이크투어도 성공적이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아직도 기억 저편에서는 인천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 멤버들의 표정이 환하다. 
 
*PAA 박종필 회장은 총 세 번의 해외 바이크투어를 다녀왔다. 2016년 8월 첫 해외 바이크여행으로 프랑스, 스페인, 안도라로 이어지는 3,000km 구간을 총 15일 동안 여행했다. 2017년 4월30일부터 5월12일까지는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몬테네그로 등 동유럽 발칸 지역의 2,000km를 여행했다. 지난 8월에는 부탄에서 800km의 바이크투어를 경험하기도 했다. 이번에 소개하는 것은 박종필 회장의 두번째 해외 바이크여행인 동유럽 발칸 여행기다
 
 
 글·사진=PAA 박종필 회장    정리=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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