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출장은 다르다. 동행자를 내 의지대로 선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디를 가느냐보다 누구와 가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여행에서 동행자는 매우 중요하지 않던가. 그러한 의미에서도 다시 말하면 출장은 여행이 아니다. 

얼마 전 식사 자리에서 ‘출장’을 주제로 여러 이야기가 오갔다. 여행사 관계자들이 다수 모인 자리였다. A여행사는 회사에서 팸투어나 트래블 마트 등의 출장에 직원이 참가하더라도 출장비는 아예 지급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 자리에서는 B여행사의 출장비가 하루 3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또 대부분의 여행사 직원들은 출장을 가면 반드시 팀원들의 선물을 사와야 한다는 분위기가 일반적이었다. 선물은 주로 초콜릿이나 과자, 소소한 기념품 정도였지만 무언가를 사야한다는 압박감이 출장 내내 스트레스로 연결되기도 한다고 했다. C여행사 직원은 이제 마카다미아 초콜릿이며 말린 과일 따위는 지겨워 출장을 다녀오면 팀원들에게 커피 한 잔씩 돌리는 걸로 마무리 한단다. 그야말로 주객전도다. 

여행업계 출장의 형태는 다양하다. 상품 개발을 위해 관광지와 호텔을 직접 둘러보기도 하고, 국제적으로 열리는 박람회에 참가할 때도 있다. 컨퍼런스나 세일즈 콜, 영업을 위해 해외에 다녀오기도 한다. 출장은 현지의 여행업계 관계자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실제 여행상품의 일정을 경험해 고객과의 상담에서 도움이 되도록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직원의 출장을 포상휴가처럼 여긴다면 직원의 출장 목적 또한 그저 형식적인 방문과 만남으로만 전락할 게 뻔하다. 트래블 마트에서 무의미한 15분(상담)을 보내고 팸투어만 그저 ‘즐기고’ 돌아간 이들도 여럿 봤으니 말이다. 출장을 대하는 회사의 태도가 중요한 이유다. 직원을 선물 고민에 빠뜨리기보다 현지에서 보고 배운 것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사용할지 공유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게 어떨까. 우리는 마카다미아 초콜릿을 사기 위해 하와이에 가는 게 아니지 않나.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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