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몇가지 특정한 경향성으로 설명하기 힘든, 훨씬 더 다양한 현상들이 존재한다.’ 멱법칙을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일상다반사, 당연한 이야기다. 

80:20 파레토 법칙과도 유사한 개념이다. ‘80%의 효과는 20%의 노력으로 얻어진다’, ‘회사 매출액의 80%는 20%의 핵심 고객으로부터 나온다’는 식의 믿음이 대표적이다. 즉, 20%의 핵심 고객이나 핵심 제품을 선별하여 거기에 역량을 집중하자는 것으로, 파레토 법칙의 주인공은 소수의 엘리트 집단이지만, 멱법칙에서는 반대로 다수를 주목한다. 

멱법칙을 따르는 경우는 생각보다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화산폭발, 지진의 강도, 태양 플레어의 활동주기나 일식 같은 특수한 자연현상, 전쟁, 언어에서 단어사용 빈도, 성씨의 빈도 같은 사회현상들도 멱법칙을 따른다. 우리나라의 주류 성씨인 김(金), 이(李), 박(朴), 최(崔), 정(鄭)씨를 제외하면 전 국민의 절반 밖에 남지 않는다. 아직도 성씨 10개가 전체 국민의 63.9%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갑자기 성씨가 5,582개로 급증했다. 2000년의 430개에 비해 1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멱법칙은 아직도 주류를 이루는 성씨가 존재하지만, 개성 넘치는 성씨가 전보다 훨씬 많아졌다는 점에 주목한다.

우리 주위에 일어나는 대부분의 사건들은 종모양의 ‘정규분포’를 따르는 것이 보통이며, 평균값이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고 배웠다. 인위적인 힘에 의해 종형그래프가 치우치는 경우는 있지만, 외부의 개입이 없다면 우리의 세계는 정규분포를 따를 것이라는 ‘믿음’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멱법칙을 따르는 현상은 점점 더 자주 발견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과 웹이 우리의 일상을 움직이는 네트워크의 세계에서는 이 ‘드문 예외’들이 더 자주 일어날 것이라고 많은 과학자들은 전망한다. 멱법칙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정규분포 곡선을 보면 특수한 사건이 일어나는 빈도는 아주 적은 데 비해, 멱함수 그래프에서는 그 빈도가 급격히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멱법칙에서는 ‘살찐 꼬리(Fat Tail)’, 혹은 ‘롱-테일’이라 부른다.  

사람이 통제할 수 없는 자연현상에서도 멱법칙이 적용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지구과학 전문가에 따르면, 사람이 감지할 수 있는 6.0 규모 정도의 지진은 한 해 약 100여 건, 즉 3일에 한 번 꼴로 일어나며, 7.0이상의 강진도 7~10년에 한 번씩은 꾸준히 발생한다고 한다. 지금도 매일 화산폭발과 지진, 해일의 위협을 일상처럼 받아들이며 환태평양 조산대인 ‘불의 고리’에 사는 사람들은 약 3,730만 명에 이른다. 

사실 이슈가 되지 않았을 뿐,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올 상반기에도 우리나라에 총 30회의 지진(규모 2.0 이상)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돼 발생 횟수나 규모면에서 평균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기상청이 디지털 지진 관측을 시작했던 1999년 이래 연평균 발생빈도는 42.8회였으며 그중 규모 3.0 이상은 8.8회였다고 한다. 

멱법칙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옥션이나 지마켓에서는 대형마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별의 별 물건들이 다 있다. 매장에서는 평균사이즈인 55, 66, 77이 가장 많이 팔리기 때문에 아주 작거나 큰 사이즈는 구비 하지도 않은 경우가 많지만, 온라인 쇼핑몰에는 평균 10종류가 넘는 다양한 디자인에 웬만한 사이즈는 다 있다. 이유는 인터넷 판매에는 제품 전시 및 판매에 관련된 공간투자가 없고 재고부담도 없어, 유통비용이 줄어들어, 공급자와 판매자는 소수의 몇 가지 히트 제품에 집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여행이야 말로 멱법칙이 가장 잘 적용되는 분야다. 누구에게나 부담없고 평균적인 성격의 여행보다는 남들과는 다른 여행을 추구하는 다양한 소수층이 늘어났다. ‘대세’ 여행지 출현도 잦아졌다. 지금까지는 ‘나PD의 법칙’처럼 예능이나 드라마에 등장해 소위 뜨면 전국이 들썩이고 단체여행객이 떼로 몰려가는 현상, 흔히 ‘대박’이 터지는 일은 있었지만 흔하지 않았다. ‘발리에서 생긴 일’, ‘꽃보다 남자’ 같은 멱법칙에 따르는 흥행작은 향후 수 십 년간 해당 지역을 마케팅 하는 것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든 경우다. 그러나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TV, 라디오, 신문 같은 기존의 플랫폼의 영향력을 따라잡으면서 히트 여행지가 출연하는 빈도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온라인 여행사 플랫폼(OTA)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다양한 지역, 테마, 일정을 개발해 비용이 저렴한 온라인, 소셜 플랫폼을 이용해 홍보, 판매하는 여행사, 단체, 개인이 증가했다. 이제 ‘대세’, ‘한방’, ‘한큐’, ‘박리다매’보다는 다양한 니즈를 가진 다수에 주목해도 좋다. 
 
 
인도네시아관광청 서울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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