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자주 가더라도 똑같은 제주란 없다. 늘 새롭고 또 낯설다. 
그동안 미처 경험하지 못한 제주를 한 데 엮어 촘촘히 누볐다.     
 
 
●제트보트의 스릴, 호화요트의 호사
 
제주 요트투어를 대표하는 ‘샹그릴라 요트’는 남다른 인상을 남긴다. 20분 정도 제트보트로 혼을 쏙 빼놓고는 호화 요트에 태워 1시간을 달랜다. 스트레스를 비명으로 다 토해낼 때까지 제트보트는 가속, 질주, 곡예를 반복한다. 제트보트의 스릴 뒤에는 호화 요트의 호사가 기다린다. 요트는 양쪽에 추진엔진이 달려 안정적으로 항해할 수 있는 ‘카타마린 요트’다. 승객 숫자에 따라 26인승이나 65인승이 출격한다. 해안가 주상절리대로 바짝 다가가 멋진 풍경을 선물하고, 먼 바다로 나가서는 선상 바다낚시 기회를 준다. 처음 낚싯대를 잡았더라도 한 두 마리쯤은 너끈할 정도로 제주 서귀포 바다는 풍요롭고 넉넉하다. 무료 와인과 다과에, 손수 잡은 물고기 회까지 곁들이면 요트 선상의 흥은 정점에 오른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여행의 잔상이다.
 

●코끼리 마사지, 돌고래 점프
 
제트보트와 요트 다음에는 무심결에 소홀했던 제주를 보듬는다. ‘굳이 지금이 아니어도 괜찮아’ 미루며 지나치기만 했던 그 숱한 제주의 테마파크와 플레이스들이다. 동물이 주인공인 무대를 중점적으로 찾는다.

좀 생뚱맞은 조합이지만 원숭이, 바다사자, 돌고래가 한 무대에서 인사한다. 퍼시픽 랜드다. 요트 선착장과 중문 색달 해변이 한 눈에 들어오는 언덕에 있어 늘 경치 감상하는 이들로 북적이는데, 그 중 대다수는 퍼시픽 랜드의 동물 주인공들을 만나러 온다. 원숭이가 오토바이를 타고 등장하더니 윗몸 일으키기에 철봉체조에 팔굽혀펴기까지 ‘체육원숭이’의 면모를 자랑하며 웃음을 선사한다. 바통은 바다사자가 이어받는다. 녀석은 무대 위아래 육지와 수중을 오가며 배구와 농구 묘기를 자랑하고 수영과 점프로 찬사를 받는다. 선택 받은 일부 관객은 녀석과 기념촬영 하는 혜택을 누린다. 하이라이트는 돌고래다. 조련사와 돌고래들이 펼치는 수중 쇼는 졸지에 원숭이와 바다사자를 무안하게 만든다. 돌고래 쇼만으로는 왠지 아쉽다 싶은 이들은 별도 비용을 내고 돌고래와 악수하는 사진을 찍기도 한다. 추억으로 남을 텐데 약간의 비용쯤이야…. 

추억용 여행사진으로는 점보 빌리지도 밀리지 않는다. 코끼리들이 쇼를 한다. 작은 의자에 커다란 엉덩이를 대고 앉아 아양을 떨고 갖가지 몸짓으로 관람객을 꾄다. ‘관객 참여형 쇼’라고 자랑하지만 정작 참여한 관객은 괜히 참여했다 후회하기 일쑤다. 바닥에 엎드려 누우면 코끼리가 육중한 발로 등과 허리를 마사지하는데, 아무리 시늉만 낸다 해도 조마조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코끼리가 실수로 사람을 밟거나 다치게 한 일은 없으니 믿어볼 수밖에. 기념촬영 적기는 먹이로 내민 바나나를 코로 받아먹을 때다.

제주하면 말을 빼놓을 수 없다. 그래서인지 마상 쇼도 제주 여행의 한 자리를 떡하니 차지한다. 몽골 마상 쇼를 펼치는 포니밸리가 대표선수다. 원형 무대를 거침없이 질주하던 말들도 조련사 앞에서는 꼼짝 못하고, 몽골 서커스 단원은 말 위에서 할 수 있는 묘기란 묘기는 모두 동원한 듯 마상 쇼를 선보인다. 말과 사람이 어우러진 서커스요 공연이요, 쇼다. 

내친 김에 말을 타러 간다. 도중에 마방목지, 그러니까 말 방목지도 스쳐 지나간다. 여름이면 드넓은 초원에 한가로이 풀 뜯는 조랑말을 볼 수 있겠지만 늦가을의 마방목지는 휑한 날이 더 많다. 대신 승마장에는 훈련 받은 승마용 말이 기다리고 있다. 빨간 조끼를 입고 카우보이모자를 쓰면 말이 먼저 준비 완료 상태임을 알아채고 보챈다. 처음엔 마부가 앞에서 끌어주니 겁나지 않지만 오로지 혼자가 될 때는 살짝 겁이 날 정도로 말은 키가 크고 걸음이 빠르다. 그래도 승마 자세로 기념사진을 찍을 때면 다들 승마선수 저리가랄 정도로 여유로운 자세를 취한다.

●한 상 빼곡 제주도
 
자칫하면 수박 겉핥기라는 핀잔을 듣겠다 싶을 정도로 욕심을 부린다. 이동 중에도 삼나무 숲길을 가로지르며 경치를 감상하고, 용두암 등 전형적인 제주의 상징들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에코랜드에서는 옛 증기기관차를 타고 ‘제주의 허파’로 불리는 곶자왈의 생태를 탐험한다. 사람과 삶도 엿본다. 감귤농원에 들러 제주도 감귤농가를 접하고, 성읍민속마을에서는 제주 옛 사람들과 만난다. 성읍민속마을의 인기스타는 다름 아닌 제주 흑돼지다. 말로만 들었던 ‘흑돼지 화장실 사육법’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다. 다들 일출 감상 명소이겠거니 생각하는 일출랜드는 제주의 생태·자연·문화를 압축한 거대한 정원으로서 놀라움을 선사한다. ‘인생사진’을 건질만한 포인트가 지천이어서 다들 사진 찍느라 여념이 없다. 오르막 도로로 보이는데 자동차가 스스로 올라가는 ‘신비의 도로’가 예전만큼 신비로운 반응을 얻지 못해서인지 요즘은 곧바로 ‘19금 여행’을 시작한다. 바로 앞에 있는 러브랜드다. 성을 해학적으로 풍자하고 희화화한 테마공원이다. 아무리 성인이라도 민망하고 낯부끄러운 작품들이 부지기수이니 기대하거나, 각오해야겠다. 국제평화센터와 수목원 등에도 들러야하니 종종걸음은 의무다. 그 정도 수고로움이 뭐 대수겠는가.

▶ JEJU Food 
 
카오카오 특선뷔페
퍼시픽랜드가 있는 카오카오 광장에 들어선 뷔페 레스토랑. 서귀포 바다를 조망하며 뷔페 식사를 할 수 있다. 내부 인테리어가 깔끔하고 메뉴도 다채로워 만족도가 높은 곳이다.
 
흑돼지 주물럭+전통 막걸리
성읍민속마을에서 점심식사로 제주 흑돼지 주물럭을 먹을 수 있다. 식당 주인할머니가 직접 담근 전통 막걸리를 곁들이면 맛이 더욱 좋다.
 
 
글·사진=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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