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여행 사진에 유행이 생겼다. 인스타그램에서 종종 발견할 수 있는 사진으로 토블론(Toblerone) 초콜렛을 들고 찍은 모습이다. 토블론 초콜렛 케이스 겉면에는 작은 일러스트로 삼각형의 산이 하나 그려져 있다. 바로 마터호른산이다. 요즘 스위스를 여행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토블론 초콜렛에 그려진 산봉우리를 실제 마터호른산을 배경으로 맞대어 사진을 찍는 게 유행처럼 번졌다고. 마테호른산이 있는 체르마트 여행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우리가 체르마트에 가는 이유 

마테호른산보다 체르마트의 매력을 좀 더 탐구해볼 필요가 있다. 체르마트는 집계된 인구수가 고작 5,600명에 불과한 스위스의 작은 산악 마을이다. 하지만 체르마트와 관련된 숫자를 살펴보면 놀랍다. 유럽에만 해발 4,000m 이상의 산이 72개인데, 그중 38개 산이 체르마트에 있다. 연 평균 210만명(오버나이트 기준)이 체르마트에 머무르며 크리스마스 시즌에만 3만5,000명의 발걸음을 이끈다. 마테호른산을 빼더라도 체르마트를 여행할 이유는 충분하다. 주위를 둘러싼 각종 소음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자연을 찾는 여행자라면 솔깃한 이야기. 바로 체르마트는 자동차 없는 마을(Car Free Village)이기 때문이다. 오직 전기차만이 유유히 마을을 헤맬 수 있다. 물론 버스도 전기로 운행한다. 20분이면 다운 타운을 모두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마을이기에 불편함은 적다. 1~2성급 호텔을 제외한 모든 호텔에서 기차역까지 픽업 서비스를 무료로 진행하기도 한다. 

지리적으로도 한몫 더한다. 스위스 남부에 위치한 체르마트는 이탈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때문에 아주 독특한 풍경이 펼쳐지기도 하는데, 스위스 쪽의 스키장 슬로프를 타고 내려오다가 이탈리아 쪽 스키장으로 국경을 넘나들 수 있다고. 프로 스키어들에게 양 국가의 슬로프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매력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스위스와 이탈리아를 조합한 스키 전문 여행 상품이 눈에 띄는 이유다. 
 
 
●탐험가들이 탐낸 마터호른산 

마터호른산은 알프스의 심장, 체르마트의 남서쪽에 날카롭게 솟아올라 있다. 해발 4,478m의 높이를 자랑해 ‘산들의 왕’으로도 불린다. 마터호른산이 유명해진 건 1865년 영국의 탐험가 애드워드 휨퍼(Edward Whymper)가 첫 등정하면서 부터다. 애드워드 휨퍼는 7명의 팀을 꾸려 가파른 마터호른산을 정복하려 나섰으나 하산 중 4명이 사망했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가 마터호른산으로 산행을 금지시켰지만 오히려 수많은 이들에게 호기심을 사게 된 계기가 됐다고. 4명의 전문 탐험가조차 정복하지 못한 아찔한 산이기에 정복 욕구는 더 커진 셈이다. 또 평균 경사만 45°로 피라미드 모양의 독특한 모양새가 이목을 끌었다. 어느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른 모습을 가진 것도 마터호른산 만의 매력이다.  

에펠탑 바로 아래에서는 에펠탑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하는 법. 마터호른산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곳은 따로 있다. 체르마트에는 케이블 카 노선이 3개 있다. 왼쪽으로는 수네가를 거쳐 로트호른까지 잇는 퓨니큘라(Funicular), 오른쪽으로는 유럽에서 케이블카로 가장 높은 곳에 닿는 마테호른 익스프레스로 나뉜다. 가운데 케이블카 노선은 스위스 국영으로 운영 중이다. 각 노선마다 풍경과 액티비티 등이 다르니 취향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인스타그램에서 본 풍경이 궁금해?

마테호른산은 어느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중 여행객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관람 포인트는 마테호른 글레이셔 파라다이스와 수네가(Sunnegga)의 레이체(Leisee) 호수다. 
마테호른 글레이셔 파라다이스는 해발 3,883m로 유럽에서 케이블카로 닿을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이다. 만년설로 여름에도 스키를 즐길 수 있어 전 세계 스키 국가대표들 훈련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마테호른산을 바라보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가파른 경사의 피라미드 모양을 감상할 수 있다. 정상에서 할 일은 생각보다 많다. 먼저 글레이셔 팔라스(Glacier Palace)로 가보자. 표면에서 약 15m 아래로 터널을 뚫고 조성했다. 얼음 조각물을 감상하며 사진을 찍고 얼음 슬라이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스노우 튜빙이나 스키 등 액티비티도 가능하다. 터널의 끝에는 레스토랑이 있다. 훌륭한 파노라마뷰를 자랑하므로 놓치면 아쉽다.  

왼쪽 로트호른으로 가 보자. 체르마트에서 출발해 수네가까지는 4분30초면 충분하다. 수네가에서 내리면 레이체 호수(Leisee lake)에 닿을 수 있다. 맑고 투명한 호수에 반사돼 비친 마테호른산이 눈부시게 빛난다. 여기서부터 무스이에(Moosjisee), 그뤼엔(Gr?nsee), 그린드예(Grindjisee), 슈텔리제(Stellisee) 호수를 지나 블라우헤르드(Blauherd)까지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가 시작된다. 5개의 호수를 품은 이 길이 특별한 이유가 있다. 바로 제주 올레와 자매결연을 맺은 ‘우정의 길’이기 때문이다. 스위스에는 제주 올레를 닮은 우정의 길이 다섯 개 있는데, 그중 하나가 수네가에서 시작한다. 제주 올레길에서 볼 수 있었던 올레길 표지판이 길을 잃지 않도록 친히 안내하고 있으니 왠지 더 친근하다. 알프스를 진정 느끼고 싶다면 시간과 체력을 이곳에 안배하는 것이 좋겠다. 세상에서 가장 자연다운 자연을 걸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mini Interview 
체르마트 철도 주식회사 한스요르그 미셸(Hansjuerg Michel)이사 
여행사들에게는 특별 요금 및 프로모션 지원 계획
 

-스위스에는 또 다른 유명한 산들이 많다. 체르마트만의 매력은
인구 5,600명의 작은 마을 체르마트에는 전기차만 다닐 수 있다. 시내버스로 20분이면 다운 타운을 모두 둘러볼 수 있을 만큼 소박한 도시다. 그러나 마을이 가진 자연은 놀랍다. 유럽에는 해발 4,000m 이상의 산이 72개인데 그중 38개가 체르마트에 있다. 스키장의 슬로프 길이만 360km에 달한다. 융프라우나 몽블랑 등 사방에서 유명 산들을 내려다볼 수도 있다. 

-한국인 여행객들의 특징은

관광객은 물론 트레킹이나 스키를 즐기는 아웃도어 여행객도 많다. 마테호른 글레이셔 파라다이스의 경우 패키지 상품을 통해 방문한 관광객이 다수고, 수네가 쪽은 보다 FIT나 소규모 그룹의 여행객이 더 많다. 마테호른 글레이셔 파라다이스까지는 경치를 둘러보는 정도의 액티비티로 짧은 시간 내에 마테호른산을 속성으로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수네가 및 로트호른에서는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가 많아 시간을 보다 할애할 수 있는 FIT의 선호도가 높다. 맑은 호수에 비친 마테호른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트레킹을 즐기며 여름에는 수영도 가능하다. 패러글라이딩이나 ATV, 바이크 등 어드벤처 액티비티도 다양하다. 이른 아침 정상에 올라 일출을 감상하는 ‘선 라이즈’ 상품도 인기다. 여름에는 5시30분경, 겨울에는 7시30분경 이른 시간에 출발해야 하지만 하얀 설원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보기 위한 여행객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 마켓의 규모와 프로모션 계획은

한국인 여행객의 숙박일수는 1만9,401박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체르마트는 인터라켄에서 2시간, 루체른에서 3시간 거리로 당일 방문 수요도 상당하기 때문에 실제 방문객 수를 파악하긴 어렵다. 하지만 아직까지 패키지를 통한 방문객이 60% 정도로 FIT보다 좀 더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체르마테에 대한 여행 영감을 얻은 이들은 여행사를 통해 프로그램을 체크하고 실제 예약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 여행객들의 특성과 원하는 것을 여행사를 통해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마케팅 툴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마켓에서는 쿠오니 한국지사와 함께 협업해 이 같은 마켓을 분석하고 있다. 쿠오니 한국지사가 직접적으로 모두 컨텍할 수 없는 작은 여행사까지도 체크할 수 있는 일종의 중앙 컨트롤 센터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여행사들에게는 특별 요금 및 프로모션 지원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 적극적으로 해나갈 계획이다. 각 케이블카에는 한국어 오디오 서비스가 지원되고 있으며 수네가-로티호른의 트레킹 코스에도 한국어 표지판을 설치할 계획도 있다. 내년 여름, 푸리에는 전망대가 설치될 예정인데 여기서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컵라면 등을 판매할 의향도 있다. 
 
 
●체르마트에서 케이블카 즐기기 

체르마트 철도 주식회사 
퓨니큘라와 마테호른 익스프레스는 체르마트 철도 주식회사가 운영하고 있다. 체르마트 철도 주식회사는 2002년부터 총 4억6,700만CHF를 투자해 왔다. 투자금은 케이블카 운행 횟수를 늘리고 더 많은 편의 시설 구축, 안전시설 확충에 쓰여 졌다. 
 
 
노선 
1. 마테호른 익스프레스 
 
체르마트에서 출발해 푸리와 슈바르츠제 너머 트로케너 슈테크(2,939m)까지는 21분 소요된다. 8인승 케이블카를 운영하며 시간 당 2,220명을 운송할 수 있다. 트로케너 슈테크에서 정상인 마테호른 글래시어 파라다이스(3,883m)까지는 8분20초면 된다. 100명이 탑승 가능한 곤돌라로 이동 가능하다.
 
보다 특별한 경험을 원한다면 마테호른 익스프레스의 VIP 곤돌라를 이용하자. 트로케너 슈테크에서 마테호른 글래시어 파라다이스까지 단독 케이블카를 이용해 오르는 상품이다. 가능한 좌석은 4석 뿐이다. 정상을 오르는 45분 동안 샴페인을 즐길 수 있고 낭만을 더해줄 배경음악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가격은 1인 왕복 기준 200CHF이며, 편도는 100CHF다. 예약은 필수다. 
 
 
2. 퓨니큘라 

로트호른까지는 다양한 종류의 열차 및 케이블카를 경험할 수 있다. 체르마트에서 수네가까지는 약 4분50초 소요되는데 시간 당 2,600명을 운송할 수 있는 산악열차를 이용한다. 수네가에서 블라우헤르드까지는 7분 소요된다. 이 경우 8인승 곤돌라를 이용한다. 블라우헤르드에서 로트호른까지는 3분50초. 150인승의 케이블카가 준비돼 있다. 
 
 
글=손고은 기자  사진=체르마트 철도 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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