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은 대내외적으로 대형 사건과 이슈가 여행업계를 뒤흔들었다. 인바운드 시장은 직격탄을 맞아 최악의 침체기에 빠졌지만, 아웃바운드 시장은 다행히 성장세를 유지했다. 2017년을 되돌아봤다. 
 
 
북한 리스크에 사드보복까지 겹쳐 … 방한외래객 ‘추풍낙엽’

2017년 한 해 동안 한국 여행업계를 뒤흔든 이슈는 바로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를 둘러싼 한국과 중국의 갈등이다. 중국 정부는 한반도 사드 배치에 강하게 반발하며 급기야 3월15일부터 자국민의 한국행 단체여행을 전면 금지시켰다. 파장은 컸다. 이전까지 승승장구했던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전환됐고, 매월 마이너스 폭을 확대하며 곤두박질쳤다. 이 여파로 2017년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도의 절반 수준으로 반토막 났다. 1~10월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수는 353만7,000명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의 방한객 수(701만5,000명)의 절반에 그쳤다. 최대 시장인 중국 시장의 침체로 한국의 전체 인바운드 시장 규모도 축소됐다. 1~10월 전체 방한 외래객 수는 1,110만8,000명으로 전년동기(1,458만9,000명)보다 24% 감소했다. 중국 시장 위축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동남아, 무슬림 시장 등 대체시장으로 마케팅 역량을 집중했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호텔과 면세점, 관광식당, 관광지 등도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받아 큰 어려움을 겪은 것은 물론이다.
  
한국의 불안정한 대내외 정세도 악재로 작용했다. 3월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선고와 이로 인한 조기 대선 국면, 그리고 5월10일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한국 사회는 상당한 혼란을 겪었다. 게다가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외국인들의 방한여행 심리를 극도로 위축시켰다. 일본 정부는 ‘한반도 전쟁 가능성’에 대비해 한국행 여행에 신중할 것을 자국민에게 권고했을 정도였다. 다른 시장에서도 한반도 정세 불안을 이유로 당초 한국에서 개최하거나 참석하기로 한 행사나 계획을 취소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연초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던 일본인 방한여행은 다시 정체됐다. 1~10월 방한 일본인 여행객 수는 190만4,000명으로 전년동기대비 0.9%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해외여행 시장은 승승장구 … 월간 200만명 출국시대 진입

이런 악재 속에서도 한국인의 해외여행은 위축되지 않았다. 연초부터 월 출국자 수가 200만명을 돌파하며 새로운 기록을 쓰더니 대내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해외여행 활황세가 지속됐다. 10일 동안 이어진 역대 최장 추석연휴도 호재로 작용했다. 덕분에 한국인 출국자 수는 10월까지 전년동기대비 17.9% 증가한 2,186만3,000명을 기록하며 2,000만명을 돌파한 것은 물론 2016년 전체 출국자 수(2,238만3,000명)에도 육박했다. 이런 추세면 올해 전체 한국인 출국자 수는 사상 최고치인 2,650만명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승무원을 제외한 순수 출국자 수로 살펴봐도 2,450만명 정도에 달한다. 일본의 인기가 가장 컸다. 방일 한국인 수는 2016년 최초로 50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는 이보다 200만명 많은 700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한국의 아웃바운드 시장 규모가 급성장하면서 세계 각지의 관광청과 항공사들도 한국 시장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해외여행 시장 확대에는 저비용항공사(LCC)의 역할도 컸다. 2016년 10월부터 국제선 운항을 개시한 한국의 6번째 국적LCC 에어서울(RS)도 LCC의 영향력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6개 국적LCC의 국제선 여객수송 점유율은 올해 최초로 20%를 돌파하고 30%에 육박할 전망이다.  

패키지여행 부활하다

해외여행 시장 급성장과 함께 패키지여행도 부활했다. 그동안 개별자유여행(FIT) 시장에 밀려 정체 또는 위축됐던 패키지 여행상품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면서 이를 공략하기 위한 여행업계의 움직임도 활발했다. 패키지 여행상품을 직접 체험하는 TV 프로그램 등도 패키지의 부활에 힘을 보탰다. 그동안 온라인을 통한 항공권 판매에 주력했던 인터파크투어도 패키지 부문을 집중적으로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패키지 전문여행사를 표방한 신생여행사들도 다수 설립됐다.

정작 여행사들이 체감하는 해외여행 확대 효과는 크지 않았다. 여행사 상품을 이용하지 않고 항공사나 OTA를 통해 직접 항공권과 호텔을 예약하는 ‘여행사 이탈수요’가 여전히 많았고, 여행사를 찾더라도 대형 여행사로 쏠리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여행사간 치열한 경쟁도 한몫했다. 그러잖아도 진입장벽이 낮아 여행사 설립이 쉬웠는데, 2016년 하반기부터 2년 동안 한시적 조치로 시행된 여행업 등록 자본금 인하 조치 덕분에 여행사 수가 한층 증가했다. 올해 3월 기준으로 여행업 등록 건수는 2만254건으로 최초로 2만건을 돌파했다. 여행사간 경쟁심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특히 항공권 예약 시장의 경우, 한국의 주요 온라인 포털과 글로벌OTA들까지 가세해 경쟁수위를 한층 높였다. 익스피디아가 여름부터 호텔에 이어 새롭게 항공권 판매에도 뛰어들어 기존 업체들을 긴장시켰다. 글로벌 OTA들의 한국시장 잠식에 대한 우려는 올해도 높았다.     
 

여행사도 항공사도 “수익 제고”

항공권 판매를 통한 수익창출이 어려워지면서 여행사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 나섰다. ‘제로컴(Zero Commission)’에 대한 문제제기다. 한국여행업협회(KATA)는 외부 연구용역을 통해 항공사들이 일방적으로 선언한 제로컴의 부당성을 법규정 측면에서 지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토교통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부당성을 제기하기로 했다. 커미션 부활 가능성은 섣불리 기대할 수 없지만 여행사 입장에서 제로컴의 부당성을 법리적 측면에서 살폈다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컸다. 같은 맥락에서 여행사들은 해외여행상품에 대한 부가세 부과는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부가가치세법상 ‘국외에서 제공하는 용역’은 부가세 영세율 적용 대상인데, 국외여행상품의 운송·숙박·음식·관광용역도 그에 해당한다는 논리다. 복수의 대형여행사가 부가세 환급 청구 과정에 나서 그 결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용절감을 통한 수익증대 노력은 항공사도 예외는 아니다. GDS(Global Distribution System)를 통한 항공권 유통비용을 절감하고 시장요구에 더욱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도입한 NDC(New Distribution Capability)가 한국시장에서도 가동되기 시작했다. 영국항공(BA)이 11월부터 자사 예약사이트나 NDC 기반이 아닌 채널을 통해 항공권을 예약할 경우 별도의 비용을 부과하기로 하면서 NDC가 화두로 부상했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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