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여행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공성전이 치열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자유여행은 물론이요 본진인 패키지에 대한 개발도 활발할 전망이다. 한계가 명확해진 항공권 대신 그 밖의 단품에 대한 시선 확장이 이뤄지고, 외부 플랫폼의 여행 시장 진입으로 인한 지각변동도 예고돼 있다. <편집자주>

-BSP는 ‘안전빵’, 파이 확대 어렵단 평가
-예상 외 흥행한 패키지 힘입어 테마 주력
-소비자 권리와 여행사 권리 균형 맞춰야
 
 
수세에 몰린 항공권, 방향을 틀어라
 
BSP 순위는 자유여행이 확장에 확장을 거듭하던 지난 2~3년 동안 여행 시장의 흥행 순위를 대변했다. 실적향상을 위한 여행사의 마케팅이 집중됐다. 지난해에는 하나투어, 인터파크투어, 모두투어 등 상위 3개 업체는 순위상 큰 변동이 없었지만, 반대로 4위 이하 중상급 순위가 들썩였다. 상장을 준비했던 노랑풍선은 매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4위를 유지했고, 연초 7위였던 타이드스퀘어가 11월 기준 5위로 상승하며 차근차근 도약하는 모습이다. 삼성 물량을 기반으로 BSP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호텔신라도 연말에 폭발적인 성장률을 기록하며 20위 안으로 진입했다. 

BSP 순위에 여행사가 일희일비 했으니 여행사가 항공권 시장에 둔 기대가 만만치 않았던 한 해였다. 그러나 올해는 포화된 항공권 시장에 대한 투자보다 단품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하나투어는 액티비티, 입장권, 티켓 등 단품 속성을 모아 서비스하는 온라인 플랫폼 ‘모하지’를 올해 중 론칭한다. 모두투어는 지난해 말부터 항공본부와 개별여행본부를 통합해 보다 유기적인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방향 전환에는 항공권 시장에 대한 여행사의 회의가 작용했다. 날이 갈수록 경쟁은 심화되고 있는데 마땅한 수익원이 없다는 것이다. 매월, 매년 매출 성장을 이뤄야 하는 VI베이스의 수익구조는 경쟁 심화로 인해 성장이 거의 불가능한 지경에 와 있다. 2년 전만 해도 인터파크투어를 필두로 한 항공권 커미션 경쟁이 있었지만 작년엔 대형사 사이의 경쟁이 거의 전무했다. 볼륨 확대보다 현상 유지에 초점이 맞춰졌단 뜻이다. 올해 1월부터 발권 수수료를 도입해 새로운 수익원이 생기긴 했으나, 이는 있던 볼륨에 마진을 붙인 것일 뿐 볼륨 자체를 키울 수 있는 원천적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또한 네이버, 다음카카오 등 온라인 기업과 티몬, 11번가, G마켓 등 유통업계 플랫폼, 익스피디아 등 외국계 OTA 등이 항공권 시장에 뛰어들면서 유통마진까지 낮아지고 있다. 

때문에 단품에 대한 여행사의 방향 전환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아직 국내에서 마땅한 단품 플랫폼이 없는 것은 호재다. 대부분 중소규모 지역업체에 불과하고, 그 마저도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최근에는 클룩, KKday 등 외국계 단품 플랫폼들이 한국 시장에 진입했으나,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여서 국내 업체들에겐 진입 장벽이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꺼진 불도 다시보자, 패키지
 
지난해 패키지는 의외의 선전을 했다. 주요 여행사들은 지난해 실적 향상의 이유로 ‘패키지의 성장’을 들었는데, 곧 완만했던 성장 곡선이 다소 가파르게 올라갔다는 것이다. 의외라는 표현이 적절한 것은 이미 여행업계 내에서 패키지의 선전이 어려울 거란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유여행이 중장년층까지 번지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을 때 패키지는 젊은 층에게서 철저히 소외됐고, 쇼핑 및 옵션 강요 혹은 낮은 자유도 등이 부각되며 성장 동력을 잃고 있었다. 

지난해 갑작스럽게 패키지가 주목을 받은 데는 여러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우선 ‘테마여행’의 본격화가 있다. 테마여행 자체는 예전부터 각 여행사별로 운영해 왔지만, 보다 무게감이 실린 것이다.  음식, 역사, 영화, 축제 등 세분화된 주제에 집중해 일정을 만든 테마여행 마케팅이 대대적으로 진행됐다. 셰프, 운동선수 등 분야별 전문가를 섭외해 여행과 접목하면서 파급력도 더욱 커졌다. 여기에 2016년 11월부터 패키지 여행을 다녀오는 방송 프로그램인 <뭉쳐야뜬다>가 방송되면서 부정적이었던 패키지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는 평가다. 

올해는 떠오른 패키지 시장을 유지하고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한 여행사의 활동이 심화될 전망이다. 소비자의 니즈를 보다 세분화하고, 그에 맞춘 일정을 제안하는 테마여행은 올해도 강세가 예상된다. 같은 맥락에서 전문가와의 콜라보레이션도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다. 단순히 이슈몰이를 하는데 그치지 않고 질적 향상도 같이 논의된다. 실제로 테마여행은 일반 패키지보다 높은 수준의 프리미엄 상품으로 포지셔닝 돼 있고, 마찬가지로 수익 또한 높은 편에 속한다. 테마여행의 확산을 통해 수익 향상까지 노리는 것이다.  

‘예전엔 안 이랬는데’ 책임 커진 여행사
 
시장이 확대되면서 사회가 여행사에 요구하는 책임도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여행자와의 관계를 비롯해 여행사의 윤리적, 도덕적 운영도 보다 더 중요해진다. 지난해 고객 정보 유출, 성추문, 고객 환불 문제 및 횡령 문제 등 업계에서 발생한 여러 문제들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업계에만 머물렀을 법한 이슈라는 점에서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가 체감된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여행 분야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높아졌음을 반증하는 요소라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의 권리와 여행 사업자 권리의 균형을 맞춰야 할 필요성도 커진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 권고에 따라 항공에 이어 지난해에는 호텔 판매 부문의 환불불가 요금 정책이 일부 수정됐다. 하나투어, 인터파크투어, 호텔패스 등 국내 여행사는 체크인까지 120일 이상 남은 상품의 취소 및 환불을 가능케 하기로 했다. 해당 내용을 적용하는 방법론에서는 공정위와 여행사간 이견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소비자 보호에 초점을 맞춰 여행사의 판매 정책이 변화하는 추세에 있다. 단순히 항공과 호텔 부문이 아니라 판매 전반, 유통 거래 전반에 걸쳐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과한 부분을 덜어내는 손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