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 보면 지난해도 안팎으로 소란스러웠다. 최초로 대통령 탄핵이 있었고, 덕분에 신임 대통령 선거가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 치러졌다. 경주와 포항에서는 큰 규모의 지진으로 피해가 발생해 여태 없었던 지진에 대한 공포도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연초부터 온 국민의 피를 말린 중국의 사드 보복은 어떻고. 미국부터 예루살렘까지 동네방네 휘젓고 다니며 분열을 조장하는 인물도 있는가 하면, 혜성처럼 나타난 비트코인은 국경 없이 사람들을 통합 시켰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침없이 해외로 나갔다. 매달 여행자는 꾸준히 늘어, 지난해 예상 해외 출국자 수가 2,600만명이다. 이 정도면 여행은 사회의 여러 이슈와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가 아닌가? 정말 물리적인 길이 막혔던 사드 문제 외에는 우리 국민의 앞을 막은 자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왜 국내여행은 해외만큼의 인기를 끌지 못하는 걸까?

이맘때쯤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해외여행만 나가고 국내여행은 가지 않는다’, ‘살만해 지니 외국만 나가려고 한다’는 둥의 이야기다. ‘외화만 유출되고 국내 경기 진작은 이뤄지지 않는’ 해외여행을 가는 여행자에게 매국노의 프레임을 씌운다. 누군가는 ‘너도나도 무분별하게 해외여행을 떠나는 행태를 되돌아보라’고 했다. 살만해서, 갈만해서 간다는데 무분별한 것은 무엇이고 행태란 표현은 무엇이냐? 

해외와 국내를 놓고 비교할 때 결정의 척도 중 하나는 비용이다. 여행과 관련해 요새 온라인에서 인기인 댓글은 ‘지금은 방콕 가지만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평창, 제주도 가고 싶어요’다. 시즌만 되면 훌쩍 높아지는 국내 숙박료와 ‘싯가’로 뭉뚱그린 덤터기를 비꼬는 말이다. ‘옛날에나 그랬지, 지금은 안 그래’ 안 먹힌다. 지금 평창은 바가지 요금으로 홍역을 앓는다. 현재진행형 문제인 것이다. 

그 밖에도 개선 돼야 할 문제는 많을 터지만, 개인의 선택 문제에 국내 경기 활성화를 들먹거리려면 적어도 비용의 합리성이 갖춰져야 할 일이다. 한 해 동안 제주의 오름을, 진해의 벚꽃을, 강릉의 바다를 한 번이라도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다만 무참한 가격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돈 많이 벌고 나서 가려고 꾹꾹 담아뒀을 뿐이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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