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의 경우, 공항은 그 도시의 느낌을 압축한다. 한산한 도시의 공항은 한산하고, 분주한 도시의 공항은 분주하다. 더운 나라의 공항은 에어컨을 틀어도 후끈하고, 추운 나라의 공항은 수하물 컨테이너 벨트 소리마저 스산하다. 나고야 주부 센토레아 국제공항은 도쿄나 오사카 공항 등에 비해 확실히 차분하다. 나고야 역까지 가는 ‘뮤스카이’ 특급열차는 깨끗하고, 차창 밖으로 펼쳐진 낮은 집과 황사 없이 맑은 시계는 안정감이 있다.
 
아침시장이 열리는 미야가와 강의 모습
 
나고야에서 2시간 남짓 걸리는 히다 다카야마는 일본인들에게 ‘마음의 고향’으로 불릴 만한 곳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400년 전, 에도시대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려한 북알프스를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분지에서 1만 년 전 조몬시대로부터 동서남북의 문화가 혼합됐고, 에도와 교토의 시간이 융합했다. 일본 본토의 중앙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 때문이다.  
 
80년이 넘는 역사의 미슐랭은 관광 가이드 북에서 다카야마에 최고점인 별 3개를 수여했다. 봄과 가을, 일 년에 두 차례 펼쳐지는 다카야마 축제는 일본의 3대 아름다운 축제로 꼽히고, 축제에 쓰이는 호화로운 수레와 톱니로 만든 자동인형 가라쿠리는 에도 시대의 목조 건조물들과 함께 다카야마의 유명한 자랑거리다.  

다카야마에서 가장 좋았던 것을 꼽으라면 단연 아침 시장이다. 어느 나라나 시장은 여행객에게 매력적인 공간이고, 현지인의 삶을 좀 더 밀착되게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다카야마의 아침 시장은 번잡하지 않으면서도 활기가 있다.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볼거리와 살거리가 꽤 많다.  

미야가와 강이 투명할 정도의 맑음으로 흐르는  350m의 길이의 강가에는 약 60개의 점포가 새벽을 연다. 맛있는 타코야키를 파는 아주머니, 푸딩을 파는 아저씨, 자기들이 직접 수확한 과일과 야채를 파는 농부들, 한국인들이 맛있다고 사인한 종이를 자랑스럽게 펼쳐 보이는 사케집 사장님, 손으로 종이 접기를 하고 그것을 파는 여인 등의 표정은 평화롭고 밝다. 다카야마의 상징같은 사루보보 인형, 민예품, 채소절임, 향신료 등 볼 것과 살 것도 많다. 다카야마의 대표 음식인 미소 된장도 이곳에서 살 수 있다.  
 
다카야마 옛거리 후루이 마치나미의 인력거꾼
일본의 북 알프스 장관을 파노라마로 볼 수 있는 신호타카 케이블 카
 
여행객에게 최적화된 ‘다카야마’

미야가와 강 동쪽 고풍스런 집들이 양쪽으로 늘어선 ‘후루이 마치나미’에도 이런 여유가 있다. 다카야마 여행 1번지라 불리는 이곳에는 일본의 3대 소고기라 불리는 히다규로 만든 스시집, 만두집이 있다. 이름을 새겨주는 젓가락집, 각종 기념품을 파는 곳, 작은 미술관과 박물관 등도 늘어선 좁은 골목은 왁자하고 분주하다. 그러나 백화점을 20분 안에 둘러보는 쇼핑 포비아라면, 술 양조장의 사케 시음은 산마치 거리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다. 200엔을 내면 작은 잔을 하나 주고, 진열장에 놓여있는 일본 전통 사케 약 14종을 마음껏 마실 수 있다. 놋쇠 주전자가 올려져있는 화로 옆에 앉아 히다의 쌀과 좋은 물로 공을 들여 만든 명가의 술들을 한잔씩 마시다 보면, 400년 저쪽으로 성큼 다가가 세월아 네월아 한량이 돼 나른한 몸이 풀린다. 집 떠난 여행객이 맛볼 수 있는 축복같은 풀어짐, 게으른 고양이처럼 기분 좋은 이완감을 즐긴다.  

아침 시장과 후루이 마치나미 외에도 다카야마는 도시 전체가 여행객들에게 최적화 돼있다는 인상을 준다. 대부분 관광지가 오밀 조밀하게 연결되는 동선의 편의성도 그렇고 도시 전체가 명쾌하게 길 나눔을 해놓아 손쉽게 지도를 파악할 수 있다. 실제 일본 관광 정책은 다카야마를 대도시로 몰리는 외국 관광객을 분산 시킬 수 있는 대안형 모델로 키우고 있다. 7일 동안 시내와 민속촌 ‘히다노사토’에서 와이파이를 무료로 제공한다거나, 10개 언어의 가이드북을 만드는 등 대대적인 마케팅과 홍보를 하는 노력들이 그 방증이다. 그 성과로 2016년에만 외국인 46만명이 방문했다. 
 
일본 북알프스의 대장관 

온천을 좋아한다면 다카야마에서 버스로 2시간 거리인 오쿠히다 온천마을을 놓칠 수 없다. 북부 일본 알프스 산지 바로 밑으로 신호타카, 히라유, 신히라유, 도치오, 후쿠지 등 5개의 온천이 있다. 버스는 이들 온천 마을에 차례차례 방문객을 내려놓는다. 이 동네는 일찍이 노리쿠라 화산대에 속해 있어 화산이 많이 분포했다. 덕분에 유황온천이 발전했다. 특히 신호다카 온천에 머문다면 바로 옆 탑승장에서 일본 최초의 2층식 로프웨이인 신호타카 케이블카를 타고, 고도 2,156m 높이의 산맥과 일본 북알프스의 대장관을 봐야한다.  

다카야마 근처의 온천을 원한다면, 가류노사토 온천호텔을 추천한다. 다카야마 역에서 셔틀버스로 10분 거리다. 청소부에서 시작해 입지전 적인 자수성가를 한 70대의 사장은 다카야마의 유지가 됐다. 흡사 앤티크 박물관 같은 로비도 독특하고 깨끗한 실내외 온천도 좋지만, 나이든 어르신에게 아침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는 배품의 미덕이 인상적인 곳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시라카와고의 ‘갓쇼즈쿠리 마을’은 겨울이면 눈 덮인 풍경이 알프스의 작은 마을을 닮았다. 여름이면 손바닥을 합장한 듯한 산모양의 억새 지붕이 선명한 모습으로 여행객을 반긴다. 일 년에 4번 야간 조명 라이트업 시기에 방문한다면 압도적인 황홀감을 만나볼 것이다. 오랜 세월 고립을 자처한 이 눈 많은 마을에서 눈으로부터 가옥을 지키기 위해서는 경사진 초가지붕이 필요했다. 여기에 더해 뽕나무와 양잠업 재배를 주업으로 하다 보니 천장 쪽에 별도의 양잠 공간을 만들었다. 세계적인 독일 건축학자 브루노 타우트는 “일본적이지 않으며 이제까지 본 적이 없는 경치”라고 극찬을 했다. 그 정도의 상찬이 적합한 지의 여부는 방문객이 판단할 몫이겠으나, 300년 정도 된 114동의 특이한 집들 사이를 기웃거리며 걷는 것으로도 방문할 가치가 충분하다. 다녀오면 묘한 독특함이 남는 마을이다. 다카야마 버스터미널에서 1시간30분 걸린다. 
 
<너의 이름을>의 성지 ‘히다후루카와’

2016년 개봉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을>을 감동적으로 봤다면, ‘히다후루카와’에 가볼만하다. 기차역, 호텔의 엘리베이터, 상점까지 온통 <너의 이름을>의 포스터로 가득한, 그야말로 <너의 이름을>의 성지다. 다카야마 역에서 히다후루카와 역까지는 JR 열차로 16분이다. ‘히다의 장인’이라 불리며 탁월한 목공 기술을 가옥으로 남겨놓은 이곳은 산테라마이리(三寺まいり)라는 축제로도 유명하다. <너의 이름을>에서 시간을 달리 사는 남녀 주인공이 무스비(인연의 끈)로 서로 연결되듯이, 고향을 떠난 청춘남녀들이 1월15일에는 마을로 돌아와 축제를 즐긴다. 세토가와 하천에 수천개의 양초를 띄우고 인연을 만나기를 기도하고, 실제 만나기도 하는 마츠리다.  
 
나고야시 과학관에서 사람들은 마치 오락실처럼 과학관을 즐긴다
세계 최대 규모의 플라네타륨을 자랑하는 나고야시 과학 박물관

입장료 800엔의 행복 ‘나고야시 과학관’

나고야는 단순히 소도시로 가는 거점으로만 일정을 배분 하기에는 꽤나 즐길 것이 많은 도시다. 도쿄를 서울, 오사카를 부산으로 비유한다면 나고야는 대전 정도가 될 것이다. 그들에게 3영걸로 불리는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배출한 도시라는 묵직한 역사의 흔적은 나고야 성에서 만날 수 있다. 오아시스 21로 대표되는 세련된 디자인의 도시이자 명품 브랜드들이 단독 대형 매장을 경쟁적으로 유치하는 상업의 도시가 또한 나고야다. 무엇보다 나고야는 어린이나 청소년과 함께 하는 가족 여행지로 최적이다. 과학 분야 노벨상을 무려 6명이나 배출한 나고야대학으로 인해 일본 내에서도 경탄과 부러움의 시선을 동시에 받는 나고야는 나고야시 과학관, 철도박물관 등을 아주 잘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나고야시 과학관은 세계 최대 규모인 직경 35m의 플라네타륨 ‘Brother Earth’의 외관과 천문관에서의 오로라 영상 공연 등을 자랑으로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과학관이 가치 있는 것은 교육에의 응용과 실용성이다. 건물 전체가 과학 문화의 체험형 시설로 운영되면서 방문객들은 시종 즐겁게 웃고 즐기며 인체의 신비, 산업, 수학, 과학 이론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과학이나 수학에 어려움을 느끼는 문과적 사람이라면 최소한 하루 정도 둘러보며 직접 손으로 만지고 체험하는 과학과 원리 이해 여행의 즐거움을 누리기를 추천한다. 입장료 800엔에게 절하고 싶어지는 박물관이다.  

리니어 철도관에서는 도카이도 신칸선을 비롯해 재래선부터 자기부상 열차까지의 차량 전시를 볼 수 있으며 모형과 시뮬레이터를 통해 철도의 구조와 역사를 즐겁게 배울 수 있다. 도요타산업기술기념관은 도요타 그룹이 공동으로 설립한 체험형 박물관이다. 도요타 최초의 양산형 자동차 등 희소한 전시물들이 즐비하다. 
 
여행의 취향, 여행의 나이

2004년, 도쿄 밤도깨비 여행이라는 것을 했다. 밤도깨비, 올빼미, 반딧불이 등의 브랜드는 다르지만 내용이 똑 같은, 당시 20만 원대의 히트 상품이었다. 새벽에 인천 공항을 출발해서 아침에 하네다 공항에 내려 하루 종일 자유시간, 숙소에서 1박 후 또 다음날 전일 자유시간 후 다음 날 새벽에 인천행 비행기를 타는 일정이었다. 사람들은 마치 유격 훈련을 하듯 JR을 타고 신주쿠, 시부야, 하라주쿠, 긴자와 이케부쿠로에 발 도장을 찍었다. 서른 후반 때였다. 허리는 조금 아팠지만, 해볼만하다고 생각했다. 

2016년, 교토와 나라를 여행 한 후, 젊은 동행자의 요구를 수용해 오사카 하루 여행을 했다. 난바 역은 흡사 명동 역이었고 도톤보리와 신세카이에서는 일본어보다 한국어가 더 많이 들렸으며 돈키호테라는 가게는 중국인과 한국인이 부딪치고 발을 밟았다. 설렘이 없는 여행은 식상했고 고단했다. 식성이 변하듯, 여행지도 나이에 맞게 변해야 하나보다라고 중년의 여행자는 생각했다. 

나고야, 히다다카야마, 그리고 주변의 신호타카 온천과 시라카와고 등의 소도시 여행은 여행의 취향이 변하고 있음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그리하여 좀 더 느긋하고 디테일하며 동선과 일정이 간결한 여행지를 찾고자 하는 중년 세대들에게 적합한 선택이 될 것이다. 

그런데, 나는 중년이 도대체 몇 살 부터인지를 정확히 모르겠다. 어쩌면 여행자에게 ‘그것은 나이가 기준점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본다. 스무살에 일본의 소도시가 좋다면 그는 중년 취향의 여행자일 것이고, 일흔에도 청춘의 취향이 있다면, 그는 오사카나 도쿄에서 더 행복한 젊은 여행자일 것이다. 어느 쪽이나 당신의 취향대로, 그것이 당신에게 맞는 여행법이다.    

▶Travel Info
쇼류도 패스 
기사에 소개된 지역을 대중교통으로 가기 원한다면, 쇼류도 패스가 편하다. 나고야, 기후, 가나자와, 도야마 등 일본 중부 지역에서 이용 가능한 통합 교통 패스다. 그 노선이 용이 승천하는 모양을 닮았다 하여 쇼류도(昇龍道)라 부른다. 3일권, 5일권 패스를 사용하면 편하다. 
쇼류도 패스 네이버 예약 페이지
https://booking.naver.com/booking/5/bizes/115187/items/2661229?area=bnl
 
여행 정보 유용한 사이트
J- ROUTE  
www.welcometojapan.or.kr/jroute/
www.facebook.com/joinjroute
히다다카야마 한글 홈페이지  www.hida.jp/hangul/
 
여행사 
채널팩토리에서는 이 지역에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신개념 자유여행’이라는 컨셉을 입혔다. 쇼류도 패스 미션북을 만들어, 다카야마 아침 시장을 비롯해 곳곳에 숨어있는 여의주를 찾아 스탬프를 찍어 용이 승천하는 길을 미션 완료하면 채널팩토리에서 소정의 선물을 보내준다. 02-3453-3304 
 
 
숙소  
호텔 신호다카 
www.hotel-hotaka.jp/
유황온천이 좋고 히다규 중에서도 AAAAA 5등급의 특급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곳. 1년에 1만 마리의 특급 히다규를 소비하는 호텔에만 받을 수 있는 히다규 인증서를 받은 호텔이다.

가류노사토 호텔  www.garyunosato.book.direct
본관, 별관을 포함해서 일본식, 서양식의 숙박도 가능하고, 온천도 같이 즐길 수 있다. 입욕비 성인 600엔, 초등학생 300엔 

히다 토모에 호텔 www.tomoe-jp.com
히다 후루카와역 도보 3분, 온천과 기타 시설이 오밀조밀하게 갖춰진 일본의 전형적인 3성급 호텔
 
 
다카야마 추천 음식  
히다 소고기

히다규는 기후현 내에서 14개월 이상 사육된 검은 털의 일본소를 말한다. 마블링이 좋고 육질이 부드러워 고베규, 마쓰자카규와 함께 일본의 3대 소고기로 평가 받는다. 흔히 혀에 살살 녹는다고 하는데, 얇게 날리는 맛의 증발감이 한우의 묵직하게 부드러운 잔존감과 대비되는 식감이다.  

호바 미소 
숯불 위에 후박 나뭇잎을 깔고 그 위에다 된장, 파, 버섯 등을 올려놓고 기름을 둘러 구우면서 먹는데, 우리나라의 강된장과 비슷하지만 좀 더 달콤하고 그 자체로 반찬이다.

다카야마 라면
깔끔한 간장으로 개운한 라면이다. 
 
나고야 추천 음식 
히츠마부시 

3가지 방법으로 먹는 장어의 즐거움. 그냥 먹고 두 번째는 김과 파 그리고 와사비 등과 함께 맛 보고, 세 번째는 차를 부어서(오챠즈케) 먹는다.

나고야 코친  
고급 토종닭, 탄력 있는 육질과 깊은 맛이 특징으로, 졸여도 구워도 맛이 있다. 

키시멘  
얇고 평평한 칼국수 느낌의 나고야 대표 우동
 
쇼핑 
메이테츠 백화점

본점과 남성관으로 나눈다. 나고야 역과 연결돼있어서 공항이나 다카야마 등 주변 도시를 이동할 때 오가며 쇼핑이 가능하다. 히츠마부시 등 나고야의 대표 맛집들이 이 백화점에 입점돼 있다.
 
 
나고야 글·사진=윤용인 여행 칼럼리스트 
취재협조=일본정부관광국(JNTO), 채널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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