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가장 많이 접한 질문은 여행을 좋아하느냐는 말이다. 대개 여행을 인생 즐거움의 절반쯤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받는 질문이라, 사람 좋은 웃음을 흘려보이며 두루뭉술하게 넘긴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가끔은 확실한 대답을 원하는 목소리로 물어오는 통에 민망할 때도 있다. 지금 와서 고백하건데,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단연코 ‘No’다. 무거운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낑낑대는 것보다 침대에서 빈둥거리는 걸 좋아하는 철저한 ‘집돌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목전에 둔 이번 설 연휴가 유난히도 아쉽다. 멀리 떠나지 못해서가 아니라 오래도록 집에 있지 못할 것 같아서다. 특히나 지난 추석과 비교해 채 반도 되지 않는 기간이라 더더욱 짧게 느껴진다. 서둘러 제사를 끝내도 문제다. 모처럼 온 가족이 모였으니 여행을 가야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게 분명하다. 마지못해 차로 1시간 반 거리의 단골 여행지를 찾겠지... 물론 그곳에 가서도 나는‘방콕(방에 콕 박혀 지내는 것)’상태일 게 눈에 선하다.

인터파크투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여행객 중 49%가 설 연휴 여행 목적으로 힐링과 휴식을 꼽았다. 유명 관광지를 찾겠다는 응답보다 무려 7배가 많았으니, 짧은 설 연휴에도 기어코 가까운 곳에서 체류하며 휴식을 취하겠다는 ‘집돌이, 집순이들의 약진(?)’이 돋보인 셈이다.
 
체류형 휴식 여행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면서 새로운 여행 트렌드도 생겨났다. 휘게와 휴가가 합쳐진 휘겔리케이션(Hygge+Vacation)이다. 조용한 곳에서 방해 받지 않고 아늑하게 휴식을 취하겠다는 휘겔리케이션은 그 자체로 집돌이를 위한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군가는 집돌이를 위한 여행지는 없다고 핀잔을 주겠지만, 트렌드를 귀신 같이 잡아내는 여행사들은 집돌이를 타깃으로 한 여행상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찾아보면 틈새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집돌이·집순이형 여행자들도 증가하고 있다. 여행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번거로운 여행은 질색인 여행자들 말이다. 소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여행자도 잊지 않는 것, 그것도 여행사의 몫이 아닐까.
 
 
전용언 기자 eo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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