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항공사인 루프트한자가 새로운 브랜드 디자인을 선보였다. 루프트한자는 지난 7일, 프랑크푸르트와 뮌헨에서 개최된 루프트한자 학(Crane)로고 100주년을 맞아 기념행사를 갖고 새로운 항공기 도장을 포함한 현대화된 브랜드 디자인을 발표했다. <편집자 주>

새로운 디자인은 보다 현대적인 느낌으로 더욱 얇게 디자인된 학 로고와 디지털 시대에 맞게 모바일 기기 등에 최적화된 브랜드 서체가 포함됐다. 또한 기존 루프트한자(LH)를 대표하던 두 색상인 노란색 및 남색에서, 프리미엄 항공사를 상징하는 짙은 남색 계열의 색채로 변화를 주었다. 루프트한자는 이 날 행사에서 새로운 브랜드 디자인을 적용한 보잉 747-8 및 에어버스 A321 기종도 공개했다. 루프트한자의 기체 도장이 변경된 것은 전반적인 CI변경 프로그램이 있은 지 30여 년 만이다. 이 두 항공기는 이후 독일과 유럽의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새 디자인을 알린다. 루프트한자의 새로운 브랜드 디자인은 항공기 외관 도장 뿐만 아니라, 공항 카운터, 탑승권, 승무원 유니폼부터 기내 식기, 어메니티 키트, 담요 등 기내 물품까지 다양한 분야에 순차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루프트한자 에비에이션 센터(Lufthansa Aviation Center, LAC)에 이어 A380격납고(hangar)에서 열린 행사에서 루프트한자 그룹 카르스텐 슈포어(Carsten Spohr) CEO는 “루프트한자의 역사를 함께 한 학 로고는 오늘날까지도 최고의 품질, 우수성, 전문성, 정확성, 혁신 정신, 그리고 신뢰를 상징하며, 동시에 루프트한자에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서비스를 의미한다”며  “변화와 혁신을 거듭해온 루프트한자는 현재 그 어느 때보다 성공적인 운영을 하고 있고 이러한 강점은 앞으로 새롭게 적용될 브랜드 디자인을 통해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렬한 한방으로 프리미엄 이미지 강조
 
“우리는 노란색을 버린 게 아닙니다.” 
기자회견에서 루프트한자 그룹 카르스텐 슈포어 CEO는 연신 이 점을 강조했다. 브랜드의 노란색 ‘실종 사태’에 대한 기자들의 집착에 가까운 질문 공세에 그는 태연하게 말했지만, 어쩌면 속으로 진땀을 흘리고 있었을지 모른다. 급기야 그는 애플이 오리지널 무지개색 로고를 버렸지만 건재하지 않냐는 농담까지 던졌다. 

그럴 만도 했다. 유독 팬덤이 많은, 그래서 손 대지 않아도 좋았을 법한 루프트한자의 남색/노란색 로고가 하나의 남색으로 바뀌어 버렸다. 액센트 역할을 한 오묘한 채도의 노란색은 전체 로고에서도 백미였으니,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루프트한자가 로고에서, 그리고 비행기 외관 도장에서 노란색을 뺀 이유는 한 가지, 프리미엄 항공사의 표방이다. 프리미엄의 이미지는 강렬한 주류 색상 한 가지로만 만들어진다고 본 것이다.

루프트한자를 상징하는 하늘을 나는 학 로고가 탄생한 게 1918년이니, 올해가 딱 로고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다. 이번 변화에서 다행히 학은 그대로 남았지만 ‘계란 프라이’라 불리던  노란색은 사라지고 보다 짙은 남색만으로 바뀌었다. 폰트 또한 디지털 시대에 맞게 교정되었다. 

한편, 저녁 연회장에서 카르스텐 슈포어 CEO는 스피치 도중 느닷없이 자신의 구둣발을 들어 보이며 노란색 양말을 보여주는 ‘쇼’를 연출했다. 많은 이들이 아쉬워하는 노란색이 앞으로도 곳곳에 활용될 것임을 재치있게 전달한 메시지였다. 그랬다. 실제로 비행기의 외부 도장에서만 노란색이 사라졌을 뿐, 한눈에 루프트한자임을 인식하게 해주는 노란색은 어디서나 계속 쓰인다. 기능적인 면에서라도 체크인 카운터나 비행기 앞쪽 도어의 명판, 항공권 등에는 계속 특유의 노란색이 필요함을 강조한 것이다.
 
로고 100주년 행사장에는 길다란 굴절버스들이 쉴 새 없이 게스트들을 쏟아 놓았다. 초청된 사람들은 대주주, 투자자, 파트너 사, 미디어 등 루프트한자에서 나름 엄선한 VIP들로 직원들조차 겨우 일부만 참석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일개 항공사의 평범한 행사일 수도 있음에도 이처럼 전 유럽, 더 나아가 글로벌 행사처럼 치러짐을 보며 루프트한자의 규모와 위상을 짐작해 볼 수 있다

●항공사보다 오래된 100년의 로고
 
정작 로고를 사용하는 루프트한자의 역사는 60여년 정도임에도 로고 탄생 100주년이 가능한 배경에는 루프트한자의 이색적인 연혁이 숨어있다. 루프트한자는 유럽에서도 역사가 깊은 항공사로, 근대 항공 산업의 역사와 그 맥을 같이 한다. 루프트한자는 1917년 독일 최초의 항공사인 도이체 루프트-레더라이(Deusche Luft-Reederei, DLR) 가 설립된 이래 여러 차례 인수합병 과정을 거치면서 생겨났다. DLR은 그래픽디자이너이자 건축가인 오토 피를레(Otto Firle)가 도안한 학 로고를 1918년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DLR은 1923년 도이체 에어로 로이드(Deusche Aero Lloyd, DAL)에 합병된 이후 또다시 1926년 융커스 루프트 베르커(Junkers Luft Verkehr)에 합병되면서 도이체 루프트 한자(Deusche Luft Hansa, DLH) 라는 이름으로 독일의 국적 항공사가 된다. 이후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문을 닫았다가 1953년 쾰른에 본사를 둔 오늘날의 루프트한자가 설립된다. 항공사보다 로고의 역사가 더 긴 재미있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1962년 독일의 유명 디자이너인 오틀 아이허(Otl Aicher)에 의해 대대적인 CI 개편을 거치면서 오늘날 익숙한 타이포그래피와 색상 등이 만들어졌는데 학 로고는 이런 큰 변화의 와중에도 살아남는다. 오틀 아이허는 이 학을  그대로 둔 채 원으로 둘러싼 로고로 만들었는데, 당시 ‘원 안에 갇힌 새는 이코노미석에 갇힌 승객을 의미합니까?’ 라는 질문을 받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화다. 이번에 개편된 로고는 그 원이 보다 가느다랗게 되면서 학 앞뒤 공간이 넓어졌다는데, 그렇다면 이번 로고 속 학은 이코노미석의 개선을 상징하는 것일까?
 
루프트한자 그룹은 
루프트한자 그룹(Lufthansa Group)은 540여개의 자회사와 투자처를 소유한 글로벌 항공 그룹이다. 여객, 화물, 정비, 기내식, 기타 등 총 5개 사업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분야에서 업계 선두를 이끌고 있다. 루프트한자 그룹 사 중 핵심 사업인 여객 부문의 경우 루프트한자 독일항공(Lh), 스위스항공(SR), 오스트리아항공(OS), 유로윙스(EW) 및 브뤼쉘항공(SN)을 소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 400개 이상 도시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이 중 루프트한자 독일항공은 유럽계 항공사 중 여객 수송량 1위*를 자랑하는 유럽 최대 항공사이자 스카이트랙스(Skytrax) 선정 유럽 최고 항공사 및 유럽 최초 및 유일의 5-스타 항공사이다. 한국에서는 30년 이상 운항 중이며, 현재 인천에서 프랑크푸르트 및 뮌헨을 주 5회 운항하는 등 독일과 전 세계를 연결하고 있다. 한국 노선에는 A350 및 A380·B747 등 최신 및 최대 기종을 운항 중이며, 4개의 객실 클래스(퍼스트, 비즈니스, 프리미엄 이코노미, 이코노미) 모두 최신 프로덕트를 갖추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식 기내식, 한국어 엔터테인먼트, 한국인 승무원 등 맞춤형 현지화 서비스는 물론 기내 인터넷 서비스인 플라이넷을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루프트한자 독일항공은 스타얼라이언스의 창립 회원 항공사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 세계항공수송통계 기준 2015년, 2016년 연속
 
 
프랑크푸르트=유호상 Travie Writer  사진=루프트한자독일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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