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Me Too movement) 바람이 거세다. 하지만 미투 운동이 점점 남과여 대결 구도로 흘러가는 것에 대해서는 반추한다. 성추행이나 성희롱 피해자가 당하고도 침묵을 지켜온 것은 성별을 떠나 가해자가 가진 권력 때문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결국 이번에도 갑과 을의 문제다. 속 시원히 까발려지는 가해자들의 행적을 보아하니, 갑의 자리에서 확실히 내려온 듯하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는 것처럼. 

미투 운동과는 관계없는 이야기지만 여행업계의 갑을 관계도 매번 똑같지는 않다. 대표적으로 성수기에는 여행사에 내줄 좌석이 없다고 선을 긋는 항공사 세일즈가 비수기에는 어깨가 축 쳐져 와선 ‘팔아 달라’ 부탁하는 상황을 들 수 있다. 항공사들의 VI 정책도 때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최근 A여행사는 B항공사의 발권 실적이 전년 실적보다 미치지 못했지만 전년과 동일하게 VI를 챙겨 받았다. 통상대로라면 금년 VI는 전년 실적 대비 100% 이상 증가했을 때 지급된다. 하지만 일부 외항사들은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하락하더라도 해당 항공사가 정해 놓은 절대값 기준에 부합할 경우 VI를 지급하기도 한다. 매출이 하락해서 어차피 VI를 전혀 지급받지 못한다면 여행사 입장에서 해당 항공사를 하나라도 이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실적이 떨어져도 VI를 지급할 테니 우리 항공권의 판매를 아예 포기하지 말아 달라”는 의미다. 국적사가 신규 취항하는 노선에 중복되는 외항사나, 작년 대비 좌석 공급이 줄어든 항공사의 경우 특히 그렇다. 하지만 직판에 힘쓰기로 유명한 국내 C항공사도 최근 VI 규정을 기존 100% 이상 달성에서 90%로 하향 조정한 걸 보면 결국 여행업계도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그러니 비수기 하드블록 압박이나 랜드사에게 지상비나 홈쇼핑 지원금을 전가하는 등의 갑질은 비일비재한 것이 아니라 심각한 병폐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때다. 앞서가는 기업들이 ‘협력’과 ‘상생’을 외치는 이유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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