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여행박사 투표 동행취재기- 투표로 임원 뽑는다던 말 ‘장난 아니었네’

작성자 고서령 작성일2013-11-04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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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표이사 등 12명 사퇴·12명 승진해
-임원-사원 간 견제 기능, 직급 강등되기도
-익명성 이용한 ‘막말’ 후유증도 적지 않아

 

여행박사의 투표를 놓고 외부에선 ‘장난스럽다’ ‘인기투표일 것이다’ 등 비판적인 시선이 많다. 반면 여행박사 측에선 공평하고 민주적인 인사 시스템이라고 강조한다. 장난스런 이벤트일까, 진지한 쇄신 노력일까. 혹시 톡톡 튀는 경영으로 고속 성장을 이뤄 온 여행박사의 비결을 투표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궁금증 해소를 위해 지난달 25일, 투표가 열리고 있는 서울 용산구 여행박사 사무실을 찾았다. <편집자 주>


 

'잘난 맛에 사는 팀장' 적나라한 지적도


‘선거관리위원 외 출입금지’. 지난달 25일 여행박사 건물 지하1층 사무실엔 이런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기자라는 특권(?)으로 들어간 그곳에선 선거관리위원(수습사원)들의 개표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날은 1년에 한 번 있는 여행박사의 사내 투표일. 현직 임원들에 대한 재신임 투표와 승진에 도전하는 신규 후보에 대한 투표가 함께 진행되고 있었다. 이날 재신임 투표 후보에 오른 사람은 대표이사 1명, 대표이사 권한대행 2명, 이사 1명, 본부장 5명, 팀장 20명(서울 13명·부산 7명) 등 총 26명. 기준 찬성률을 넘지 못하면 직급이 격하되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보안이 철저했다. 후보에 오른 한 팀장은 “번지점프를 하기 직전의 기분”이라며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투표에 참가한 직원들은 찬성·반대·기권 중 하나를 선택하는데, 찬성과 반대의 경우 그 이유를 함께 적어야 한다. 선거관리위원들은 찬반 여부와 이유를 모두 타이핑해 사내 인트라넷에 익명으로 공개한다. 개표실에서 살짝 엿본 반대 이유 목록엔 ‘말로만 열심히 하는 것 같음’ ‘권위적이어서 팀원을 아우르지 못함’ ‘뭐 해달라고 하면 안 된다는 피드백이 너무 많음’ ‘자기 잘난 맛에 사는 팀장’ 등 적나라한 내용이 가득했다. ‘투표로 임원을 뽑는다니, 장난이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시선을 무색케 하는 분위기였다.


저녁 7시께 마침내 개표가 끝났다. 그 결과 재신임 후보 26명 중 대표이사 권한대행 2명, 본부장 3명, 팀장 6명 등 11명이 기준 찬성률을 넘기지 못해 사퇴하게 됐다. 신창연 대표이사는 79.2%의 지지율을 얻어 기준인 70%를 넘겼으나 ‘80% 이상이 아니면 사퇴하겠다’는 공약을 지키겠다며 자진 사퇴를 결정했다. 이와 함께 신임에 도전한 17명 중 12명은 이사(1명), 본부장(2명), 팀장(9명) 등으로 승진하게 됐다.

 

매출 책임지는 팀장 ‘인기로 뽑을 리가’


여행박사는 2005년부터 거의 매년 이같은 사내 투표를 진행해 왔다. 당시 신 대표가 나이 어린 팀장을 선임한 것에 대해 반발이 일자, 직원들에게 직접 임원을 뽑을 권한을 넘긴 것. 신 대표는 직원 수가 늘면서 대표가 모든 직원의 능력을 알 수 없다고 생각했고, 사장이 독단적으로 인사를 단행하는 것보다 전 직원이 인사에 참여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같은 인사 방식을 놓고 외부에서는 ‘인기투표로 임원을 뽑는 격’이라는 우려가 많다. 이에 대해 신 대표는 “만약 팀원들로부터 70%의 찬성을 받았다면 그것이 인기 때문이든, 능력 때문이든 굉장한 일”이라며 “대통령을 뽑을 때도 그의 모든 능력을 세세히 알고 뽑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여행박사 심원보 홍보팀장은 “여행박사는 성과에 따라 팀별 인센티브가 천차만별로 차이난다”며 “팀장의 능력은 팀의 매출 및 인센티브와 직결되기 때문에 직원들은 매출을 높일 수 있는 실력 있는 팀장을 뽑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여행박사 직원들 역시 투표에 불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억울하면 후보로 나서면 되는 것 아니냐’라는 시선과 함께 대부분 투표 결과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심원보 팀장은 “투표로 연임을 결정하다 보니 팀장들은 사원들을 배려하고, 사원들은 직접 뽑은 팀장을 따르는 존중 관계가 형성된다”면서 “여행박사 사무실에서 큰 소리가 잘 나지 않는 것도 투표가 팀장-팀원 간 견제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익명성 이용한 막말 …상처받는 임원들


투표 인사에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후유증도 적지 않다. 익명성이 보장되다 보니 반대 이유를 적을 때 막말을 서슴지 않는 직원들이 있는 것. 신창연 대표는 개표가 끝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서는 입에 담을 수 없는 인신공격성 비난도 난무한다”며 “아무리 마음에 안 들더라도 매일같이 얼굴 맞대고 보는 팀장, 본부장인데…”라는 내용의 자조 섞인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선거 후유증 때문에 민주주의를 포기하고 공산주의로 갈 수는 없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잘못된 점을 보완해 매년 더욱 더 튼튼한 민주주의 방식을 선보이고 싶다”고 밝혔다.


고서령 기자 ksr@traveltimes.co.kr


■ 여행박사 투표 이렇게 진행


서울 본사와 부산 지사에서만 진행되며, 모든 정규직 직원이 투표권을 하나씩 갖는다. 투표는 크게 재신임 투표와 신임 투표로 나뉜다. 재신임 투표 후보는 현직 팀장, 본부장, 이사, 대표이사 권한대행, 대표이사이며 기준 찬성률을 넘지 못할 경우 직급이 한 단계 강등된다. 유효표 기준으로 2년차 임원은 60% 찬성, 3년차 임원은 70% 찬성을 얻어야만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대표이사 역시 70%가 기준이지만 신창연 대표이사는 자발적으로 ‘80% 이상이 아니면 사퇴하겠다’고 공표했다. 이번 투표에서 신 대표가 79.2% 지지율을 얻었지만 사퇴한 이유다.


신임 투표 후보는 익명 추천을 통해 선정된다. 익명이므로 자기 자신을 추천할 수도 있다. 올해의 경우 10월7일부터 1주일 간 후보자 추천·접수·등록이 진행됐다. 추천을 받았으나 본인이 원치 않을 경우 기권 가능하다. 신임 후보는 50% 찬성률만 넘으면 승진할 수 있다.


투표 당일 출장 등으로 인해 투표가 불가능한 사람에 대해서는 부재자 투표도 진행한다. 올해는 10월21일~23일 3일간 부재자 투표가 이뤄졌다. 수습사원 등 투표권이 없는 직원이 선거관리위원을 하게 되며 선거관리위원들은 개표가 끝날 때까지 개표실에서 나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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