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앞바다에서 여객선이 침몰했다. 총 475명이 탑승했고, 사고 이후 하루가 지난 지금(4월17일) 구조자는 179명, 사망자는 9명이다. 이 기사가 나갈 때쯤에는 더 많은 사람이 구조됐길 바란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비통함이 나라를 휩쓸고 있다. 사고 당시 누구도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여객선 내부에 있었던 구조 장비를 사용하려 하지도 않았단다. 오히려 ‘움직이지 말라’는 방송을 내보내 수많은 승객들이 피할 생각도 못하고 객실에 머물렀다. 사고 상황에서 아무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던 것이다. 인천에서 제주도까지 망망대해를 14시간가량 항해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 사건을 지켜보면서 비행기에서 안전벨트를 헐렁하게 묶었던, 승무원의 안전교육을 지켜보지 않았던, 매번 똑같은 형식이 지겹다고 생각했던,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단언했던 스스로를 떠올리게 됐다. 남에게만 일어날 것 같았던 거다. 비행기가 추락하고, 배가 침몰하는 일은 수십년 전에나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했던 거다. 어제 비행기가 추락했고, 배가 침몰했음에도. 

무리지어 이동하고, 행동하는 여행업에서 안전불감증은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으레 그래왔듯 구명조끼를 입지 않고 보트를 타거나 벨트를 착용하지 않고 버스를 타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반면,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상황임에도 철저하게 안전 수칙을 지키는 곳도 많다. 한 기자는 유럽으로 출장을 갔다가 해가 진 늦은 저녁에 일정을 나가게 됐다. 차라고는 한 대도 보이지 않는 도로, 행사 관계자는 달리는 차를 피하기 위한 형광색 조끼를 입으라고 나눠줬다. 차도 없고 걸리적거리는 지라 그냥 안 입겠다고 했단다. 그러나 관계자는 단호했다. 입지 않으면 죽을 거라며. 또 다른 예도 있다. 크루즈를 탄 다른 기자는 탑승 한 시간 후, 모든 승객과 선원이 나와 안전 교육을 받았다. 나이 지긋한 할머니 할아버지들까지 모두 나와 교육을 받았다. 위험에 대한 1%의 가능성만으로도 철저하게 대비하는 것이다. 

대체로 안전 교육과 수칙이 잘 지켜진다고 여겨지는 곳은 슬프게도 우리나라가 아니다. 물론 앞에 든 사례들도 모두 해외 이야기였다. 그러나 모두가 울었던 이번 사건으로 벨트의 끈을 바짝 조일 수 있지 않을까.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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