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맥도널드 등 전설이 된 회사들의 중요한 공통점 중 하나는 경영자 스스로가 손발이 오글거릴만큼 ‘판타지’에 푹 젖어 살았다는 점이다. 그들은 자신의 판타지를 쉽고 명료한 일상 언어로 표현해서 인간이면 누구나 가진 감성과 욕구를 자극해 ‘마음이 동하게’ 만들었다. 

사업보고서에 실리는 KPI(주요성과지표)나 ROI(투자수익률) 같은 수치를 따지고 목표치를 달성하는지 못하는지 검사하는 감독관의 자세가 아니라 비즈니스를 단순하고 명료한 한 가지 컨셉으로 정리하고, 구성원들에게 “비전 DNA”를 심어 각 사람을 자신과 비슷한 신념과 열정을 가진 전사로 만들었다.

“나와 함께 세상을 바꾸자”는 허무맹랑한 말로 최고의 실력자들을 끌어 모은 스티브 잡스나, 맥도널드의 창업자인 레이몬드 회장이 입버릇처럼 하고 다닌 “우리는 햄버거를 파는 게 아니라 쇼(show)를 한다”는 말은 회사 뿐 아니라 개인의 아이덴티티가 됐다. 직원들은 컴퓨터를 잘 팔기 위해서가 아닌 세상을 바꾸기 위해, 햄버거를 맛있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라는 더 중요한 가치에 ‘마음이 동하여’ 자발적으로 즐겁게 일했다. 

지금 당장 배를 하나 만들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대부분 “배의 설계도를 그린다, 자재를 확보한다, 역할을 분담시킨다, 전체 일정을 차질없이 지휘한다” 정도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어린왕자>의 저자인 생떽쥐베리는 전혀 다르게 접근한다. “배를 제대로 만들고 싶으면, 일꾼들에게 목재를 나르도록 지시하거나 일일이 일감을 배분하고 명령하지 마십시오. 대신 저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품게 하십시오.” <논어(論語)> 옹야편(雍也篇)을 봐도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라고 했다. 

자신이 몸 담은 조직이 그저 그런, 변변치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조직에 기여도 하지 못하며 스스로도 별 볼일 없는 사람으로 남는다. 그러나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큰 그림, 맥락 속에서 그 일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도록 훈련받은 사람들은 스스로 발전하고, 조직도 성장시킨다. 오를 산이 높고 가야할 길이 분명하니 눈 앞에 소소한 아귀다툼에 정신을 쏟고, 귀찮은 일이라고 붙잡고 늘어져 허송세월을 보내지 않는다. 이는 비단 경영자가 조직을 관리할 때 참고할 지침에 그치지 않는다. 분명한 목표가 머리뿐이 아닌 가슴으로도 받아들여져 마음이 동한 사람에게는 무서운 힘이 생긴다. 

기억을 떠올려보면, 내 평생 가장 열심히 살았던 때는 고입준비를 하던 3개월 동안이었는데,  정동의 흐드러진 은행잎을 밟으며 이 학교에 꼭 오고 싶다는 감정이 복받쳐서 그 날부터 주말도 명절도 없이 미친 사람처럼 공부를 했던 것 같다. 그 간절함은 좋은 학교에 들어가 성공하겠다는 냉철한 이성이 준 것이 아닌, 세상을 온통 진 노랑색으도 뒤덮어버린 정동의 오솔길과 사랑에 빠진 사춘기 중딩의 충동적이지만 강한 심상이 부여한 동기였다.
분명한 목표, 명확한 컨셉이 마음을 동하게 하는 감정어로 표현되어 가슴팍에 꽂히면, 조직이건 개인이건 무서운 힘을 발휘하게 된다.
 
*박지영 지사장은 업무와 공부, 육아 모두에 욕심 가득한 워킹맘이다.
전형적인 A형인 박 지사장이 일상에서 발견한 깨알같은 인생의 재미.
주한FIJI관광청 지사장 www.facebook.com/fijias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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