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개의 부스, 수백 개 국가에서 찾아온 수만 명의 참가자. 보기만 해도 입이 떡 벌어지는 규모의 국제 트래블마트 행사들. 잘만 활용하면 알짜 정보를 얻고 계약을 따 내는 데 무엇보다 좋은 기회다. 하지만 막상 그 방대한 규모 속에서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 짧은 비즈니스미팅 시간 내에 뭘 얻어낼 수 있을지 막막한 경우가 많다. 기왕에 시간과 돈을 투자해 참가하는 행사, 어떻게 하면 야무지게 활용할 수 있을까? ‘트래블마트 부지런히 다닌다’고 소문난 여행업계 관계자들에게 그 노하우를 물었다. <편집자 주> 
 
-세계시장 큰그림 한눈에, 국제평판 얻을 기회
-준비 철저하면 큰 규모·짧은 미팅 문제 안돼
-목적따라 적합한 직원 선정, 목표설정 해줘야

국제 트래블마트의 양대산맥으로는 매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ITB, 영국 런던에서 개최되는 WTM(World Travel Market)을 꼽을 수 있다. ITB베를린은 190여개 국가에서 1만개 이상의 전시업체가 참가하고, 17만명이 넘는 참관객이 몰려드는 세계 최대 트래블마트다. WTM 역시 5,000여개 업체와 5만여명의 여행업계 관계자들이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다. ITB베를린보다 규모는 작지만 B2B에 집중돼 왕성한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이처럼 세계적인 두 행사에 참가하는 한국 업계 관계자들은 많지 않다. 일각에선 총인구의 5분의1인 1,000만 이상이 해외여행을 가는 한국에서 주요 국제행사에 너무 무관심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트래블마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들은 이 두 행사에서 가장 얻을 것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이 외에도 미국 최대규모 트래블마트인 IPW(International Pow Wow), ITB베를린을 모태로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는 ITB아시아, 중국 상하이와 쿤밍에서 번갈아 개최되는 CITM(중국국제관광교역전), 호주 정부가 직접 주도하는 ATE(Australian Tourism Exchange) 등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트래블마트는 무궁무진하다. 이들 행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며, 어떻게 임해야 할까.
 
인맥 형성·트렌드 파악 최적의 기회
 
우선 트래블마트를 통해 가장 크게 얻을 수 있는 것은 ‘관계’다. 세계 각국 여행업계의 주요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만큼 짧은 시간 동안 넓고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 위투어스 신의섭 대표는 “트래블마트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얼굴 익히기”라며 “행사에서 자주 얼굴을 보고 관계를 돈독히 쌓아 두면 향후 거래 관계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관심이 가는 업체의 관계자와 직접 만나 인사를 나누는 것, 기존 거래 업체와 한 번 더 얼굴을 보고 안부를 묻는 것이 긍정적인 비즈니스 결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주요 트래블마트에 지속적으로 참가할 경우 국제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이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투어마케팅코리아 김형렬 IT실장은 “트래블마트에 꾸준히 참가하다 보면 만났던 업체와 사람들을 여러 행사장에서 반복적으로 마주치게 돼 인적 네트워크와 국제적인 평판이 형성된다”며 “국제시장에 그 회사가 활발히 활동하는 회사라는 인식이 생겨 향후 새로운 업체와 계약을 맺을 때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트래블마트는 국제 여행시장의 동향과 새로운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도 최적의 기회다. 여행사, 호텔 외에도 유통업체, 렌터카, IT시스템 업체 등 여행과 연계 가능한 모든 분야의 업체들이 모여들기 때문에 큰 그림을 그리기에 좋다. 이를 통해 한국 여행시장의 5년 후, 10년 후 모습을 엿볼 수도 있다. 비코티에스 이미순 대표는 “머리속으로 막연하게 구상하던 사업들이 트래블마트 참가를 통해 구체화된 경험이 많다”며 “한국에 없는 전혀 새로운 것들을 많이 접할 수 있기 때문에 회사의 미래 그림을 그리고 아이디어를 얻는 데 최적의 기회”라고 말했다. 
 
15분, 무엇에 집중할까
 
한 번의 비즈니스미팅에서 주어지는 시간은 고작 15분. 인사와 자기소개만 해도 3~5분은 훌쩍이다. 하지만 준비를 철저히 해 간다면 절대로 짧은 시간이 아니라는 게 ‘트래블마트 고수’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자기소개는 최대한 압축해서 간결하게 해야 한다. 구구절절 회사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을 펼칠 필요는 없다. 추후에 살펴볼 수 있도록 간단한 회사 소개 자료를 준비해 건네는 것도 방법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목적 설정이다. 기존 거래 업체와 관계를 유지·관리하기 위한 것인지, 세부적인 거래를 논의하고 싶은 것인지, 새로운 업체와 계약관계를 논의하고 싶은 것인지 등을 정해 미팅에 들어가야 제한된 시간 안에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새 업체와 계약관계를 논의하고 싶을 경우, 현장에서 새로운 업체를 찾아선 안 된다. 미리 해당 트래블마트 홈페이지를 통해 참가 업체를 살펴보고 관심 가는 신규 업체를 고르고, 충분한 사전 조사를 해 가야 한다. 미팅 전 이메일로 인사를 건네 놓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진짜 비즈니스는 트래블마트가 끝난 뒤에 시작된다. 위투어스 신 대표는 “비즈니스미팅에서는 서로 좋은 인상을 주고받는 것으로 만족해도 좋다”면서 “관심이 갔던 업체에 대해선 사후에 이메일 등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구체적인 계약, 거래 사항을 논의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직원을 보낼 땐 이렇게
 
트래블마트에 회사의 대표가 직접 참가하기도 하지만 직원이 참가하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 ‘돌아가면서 보내기’ 식으로 참가자를 선정했다간 아무 성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비코티에스 이 대표는 “새로운 것을 탐구하기 좋아하는 직원은 신규 업체 중심으로 조사해 오고, 유지·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직원은 기존 거래 업체들만 많이 만나는 등 같은 행사에 참가해도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며 “평소 직원들의 직무와 성격을 잘 파악해 두었다가 해당 트래블마트의 참가 목적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직원에게 목표 설정을 확실히 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 유로스테이션 김신 대표는 “중요한 논의사항이 있을 땐 직원에게 거래처별 과제를 구체적으로 정해 주는 편”이라고 말했다. 
직원이 돌아온 뒤에는 어떤 업체의 누구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땠는지에 대해 보고서를 받아 전 직원이 공유하도록 하면 좋다.
 
‘플러스’ 효과를 원한다면
 
트래블마트에선 예상치 못한 사업 기회나 아이디어를 포착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때문에 애초 목적 외에도 적극적으로 새로운 것을 접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비코티에스 이 대표는 조언했다. 트래블마트 기간 동안 진행되는 저녁만찬, 칵테일파트 등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것이 좋다. 때로는 작은 칭찬이 큰 호감을 불러오는 경우가 있으므로, 칭찬을 아끼지 않는 자세도 비즈니스미팅에서 중요하다.

고서령 기자 ksr@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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