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권 장외발매소 용산지사(이하 용산 화상경마장)를 둘러싼 마사회와 주민, 학생, 시민단체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마사회는 2009년 9월 한강로 3가에 소재한 구 용산화상경마장을 용산구 청파로에 건물을 신축하고 이전할 계획을 세웠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승인을 받고 용산구청장의 건축허가와 사용승인을 취득한 뒤 2013년 9월 개장을 추진했지만 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지금까지 미뤄오다가 지난 6월28일 개장했다. 주민들은 자녀들의 교육과 주거환경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도박 유혹과 같은 정신적 피해, 기피시설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우려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세인의 관심을 끌게 됐다. 서울시도, 국민대통합위원회도 나섰고 급기야 지난 14일 오후 성심여중고 학생들이 청와대 인근까지 몰려가 대통령에게 호소하는 사태에 이르게 됐다. 결국 15일 서울서부지법이 “10월 말까지 시범운영토록 하라”고 결정해서 일단락됐지만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이 문제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우선 화상경마장에 대해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2009년 발간한 ‘사행산업 이용실태 및 국민 인식 조사 결과보고서’에서 필요한 부분을 발췌했다. 첫째, 국민들은 경마, 카지노, 경륜, 경정을 여가ㆍ레저라기보다 도박으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사회적 문제 심각성에 대한 우려가 카지노(93.6%)와 경마(89.6%)가 가장 높다. 둘째, 경마 이용자의 도박 유병률은 66.7%이며, 특히 장외 발매소의 유병률(72.9%)은 본장(39.3%)의 두 배가 넘었고, 카지노의 유병률은 79.3%였다. 셋째, ‘장외발매소를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 80.9%나 되고, ‘장외발매소를 아예 없애거나(42.7%)’, ‘장외발매소의 수를 지금보다 줄이거나 제한하는 것(38.1%)’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높았다. 또 ‘장외발매소의 도심 외곽으로의 이전’도 차선책으로 평가했지만, ‘장외발매소를 추가하거나 확대하는 것을 허용하자’는 의견은 거의 없었다. 국민들이 장외발매소의 허용이나 확대를 바람직하게 여기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허가를 받았고, 감독기관들은 무엇을 했는지 궁금하다.

며칠 전 세계적 카지노업체 대표가 잠실운동장을 대규모 카지노 복합리조트로 개발하자는 제안을 했고, 맨해튼 건너편의 뉴저지에 95층 카지노호텔 건립계획이 있다는 기사도 읽었다. 또 일본에서도 아베노믹스 제3탄의 성장전략에 관광산업 육성을 위한 카지노 허용이 담겨 있고, 2020년 도쿄올림픽을 대비해 도쿄 오다이바에 카지노를 설치하자는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들의 실현 여부는 확실치 않지만, 싱가포르의 사례를 보면 도심이나 주변에 내국인 출입 카지노를 설치하는 것을 금기로만 여길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가장 중요한 점은 국민들이 카지노 복합리조트가 필요하다고 납득하는 것이다. 도박피해를 줄이기 위해 싱가포르처럼 자국민들의 출입제한과 입장료 부과 등 여러 대안을 갖추고 국민들을 꾸준히 설득해야 한다. 그 다음 계획도 세우고,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성가족성당을 짓는 데 100여년이 걸렸고 아직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 급할수록 돌아가자. 그러나 허송세월만 보낼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생각을 조사하고 이해시키는 데 더 많은 노력을 하자.

그런데 작금의 화상경마장의 사례를 대입하면, 당장이라도 서울주변에 내국인 출입 카지노를 설치해도 무방할 것 같다. 도박성이나 유병률이 카지노와 비슷한 화상경마장 23개소가 수도권에서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다. 그럼 국민들이 도박으로 여기는 경마는 허용되고, 세계 각국이 복합리조트의 중요한 요체로 인정하고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카지노는 금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경마의 주관부처가 농림축산식품부이고, 카지노는 문화체육관광부인 탓인가. 같은 잣대와 정책이 시행되길 기대한다.
 
오용수
오용수 한일문화관광연구
소장/ 가천대학교 교수 ysoh5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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