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문지상에 하루도 빠짐없이 등장하는 조어가 있다. 공무원 사회에 부조리 집단이 있으면 ‘관피아’, 철도와 관련해 부정이 조직화 되어 있으면 ‘철피아’, 외교통상부의 경우면 ‘모피아’…. 어느 지역사회나 집단 할 것 없이 경쟁하듯 비리가 만연해 신문지면 어디에 한 번이라도 빠지면 섭섭할 정도다.

세월호 사건 수사에서도 밝혀지고 있듯 먹이사슬처럼 줄줄이 엮인 부정과 비리가 곳곳에서 민낯을 드러내는 게 마치 이익집단들의 경연장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도 예전과 비교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건들을 ‘0피아’라는 이름으로 맞닥뜨려야 할 지 난감한 지경이다. 학연, 지연, 혈연이란 호재를 ‘우리가 남이가!’라는 필살기로 승화(?)시켜 사회와 국가를 좀먹는 이들이야 말로 ‘공공의 적’ 으로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지 않을까 싶다. 

우리 여행업계는 어떤가? ‘관성의 법칙’이란 엉뚱한 논리로 예전의 폐습을 이어가고 있는 곳이 있진 않을까? 우월적인 지위나 갑을 관계를 이용해 불이익을 주는 행위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본다. 정제되지 않은 언어와 논리에 맞지 않는 행위를 여과 없이 해대는 개인과 회사가 아직도 있다는 뜻이다. 동료를 챙겨준다고 동료의 가족상 부고에 계좌번호를 넣어 팩스로 보낸다 던지, 합의되지 않은 환율을 일방적으로 적용한다던지 하는 처사는 그 조직에 직업윤리나 대외 행동규범이 있기나 한지 의구심이 들게 한다. 

자신이 일하고 있는 회사의 재정업무 규정에 어긋나서 못하는 일을 남의 회사에 해달라고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우리보다 앞서간 유럽·미국의 여행에선 떠올리기 어려운 ‘여피아’ 케이스란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만치 않은 세월을 여행업계에서 몸 담아온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이젠 우리도 많이 달라졌다고 힘주어 말 할 수 있다. 회사의 운영형태로 보면 IMF외환위기 이전과 이후가 큰 차이를 보이는데 재무관리의 투명성제고와 합리적 경영이란 측면에서 특히 그렇다. 구성원면에서도 외환위기 직후에 구태를 지닌 많은 이들이 업계를 떠나 자연스레 동맥경화를 예방한 측면도 있다. 게다가 인터넷을 통한 양방소통으로 인해 고객에 대한 존중과 충성도가 한층 높아졌다. 

역지사지라고 내부의 눈이 아닌 외부의 눈으로 우리를 돌아보자.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우리업계를 ‘여피아’로 여기진 않을까? 잊을 만하면 신문지상과 TV에 등장하는 바가지쇼핑과 여행경비 먹튀 행위가 좋은 예다. IMF외환위기 중에 적지 않은 대형여행사가 도산을 해 국민들에게 여행사에 대한 불신을 갖게 한 데다 이런 보도가 잇따르며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도록 빌미를 제공하고 있는 격이니 말이다. 

한편 우리의 해외여행 상품가가 대체로 낮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는 말이 적합할지 모르겠으나 80년대 후반 해외여행이 자유화되고 90년대 중반 대중화를 이루며 쇼핑을 전제로 한 상품가 낮추기는 ‘판도라의 상자’를 연상케 한다. 세상의 어느 상품이나 그 제품의 품질과 효용성에서의 차별을 내세운 후 원가와 마진을 고려해 값을 매기지 얼마가 될 지 알 수 없는 기대금액(쇼핑 액수)을 판매가에 반영시키는 무리수가 어디 있겠나? 

구매자야 상품가격이 싸면 반기겠지만 이런 사정을 안다면 이것 또한 ‘부조리’로 받아 드릴 것이 뻔하다. 우리가 TV를 통해 특정업계에 대한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을 보며 혀를 차듯이 우리 업계 또한 이 점에서 자유롭지 못할 듯하다. 

우리 아웃바운드 여행업계는 항공사와 여행사, 랜드오퍼레이터(랜드사)로 축을 이루며 그를 대변하는 KATA가 있다. 우리가 ‘여피아’가 아닌 건전한 사회공익 집단으로 인정받으려면 각자의 위치에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선 서로 동업자 정신에 기반한 상생의 지혜가 필요하며 존중과 합의가 필수이다. 먼저 언급한 세월호사고와 관련된 단체나 회사들을 보라. 하나같이 검은 유착과 비리로 얼룩져 있지 않은가. 꼼수가 아닌 정도를 택하고, 유착이 아닌 협력을 하며, 상대방의 이익을 취하는 것보다 전체의 파이를 키우고자 하는 의지를 갖는다면 존경 받을 만하지 않은가? 여피아가 아닌 국민들로부터 존중 받는 여행업계로의 길, 생각보다 먼 데 있지 않다.    
 
신의섭
위투어스 대표
esshin@ouitou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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