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이른바 ‘관광입국’ 정책들이 큰 성과를 거두면서 최근 일본을 찾는 외래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 관광청의 출범과 지난 2003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Visit Japan 캠페인’ 등이 결실을 맺어 지난해에 사상 처음 1,000만명대를 돌파한 방일 외국인 관광객 수는 올해도 30%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며 쾌주하고 있다. 더욱이 2020년 도쿄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일본의 관광산업은 질적인 면에서 패러다임의 일대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일본의 관광산업은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니고 있고 1억2,000만명을 넘는 인구를 배경으로 국내여행산업이 착실하게 성장해 관광인프라와 서비스가 전국 어디서나 아무 불편이 없을 정도로 잘 정비되어 있다. 이를 감안한다면 외래 관광객 1,000만명 유치가 이제야 이뤄졌다는 게 선뜻 납득이 되지 않을 만큼 늦은 감이 없지 않은 것이다.

그런 일본의 사정을 감안한다면 상대적으로 관광여건이 뒤쳐진 우리나라가 이미 2012년에 외래 관광객 1,000만명을 달성하였고 지난해에는 우리의 핵심 시장인 일본이 겹치고 겹친 악재들로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서도 방한 외래 관광객 수가 1,200만명을 넘어 섰으니 우리관광의 저력과 기세가 참으로 대견하고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는 이러한 여세를 몰아 2017년에 외래 관광객 1,600만명을 유치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이 같은 정부의 목표는 지금까지의 기세로 보아 얼핏 그리 무리한 것이 아닌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단순히 계산하더라도 매년 100만명 가까이씩, 연평균 7.5% 이상의 성장을 지속해야 달성 가능한, 결코 만만한 목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지금 우리의 관광인프라나 서비스의 현주소를 생각하면 그러한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님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를 찾는 외래 관광객은 대부분이 서울, 제주 등 일부 대도시에 편중되어 있고 그 중에서도 80% 이상이 서울에 집중되고 있는 것은 우리관광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님에 틀림없다. 더욱이 재방문객과 개인관광객의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이들 관광객의 여행목적이나 욕구가 점차 다양화되고 있어 이러한 변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목적지와 색다른 소재의 발굴, 다시 말해 ‘지방관광의 활성화’가 시급히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서울이나 제주 등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고 외래 관광객들이 방한해 여행사의 도움 없이도 큰 불편 없이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지방도시가 과연 몇 군데나 될지를 생각해 보면 안타깝지만 아직은 시원한 답을 내놓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반드시 대규모 테마파크나 호화로운 특급호텔이 아니더라도 작지만 깨끗하고 불편 없는 숙박시설과 맛깔스럽고 정갈한 음식,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관광안내소, 잘 정리된 표지판과 지도, IT강국답게 스마트폰이나 무선LAN을 이용한 자유여행 안내시스템 등 기본적인 수용태세가 탄탄하게 갖춰진 지방도시가 하나 둘씩 늘어난다면 우리관광의 모습은 크게 바뀌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구석구석, 발길 닿는 곳마다 아름다운 풍광과 음식과 산물과 축제가 있고 면면히 전해져 오는 이야기와 전설들이 살아 숨 쉬고 있으니 이 널려있는 ‘구슬’들을 꿰어 ‘보배’로 만드는 일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닐 것이고 그것이 바로 문제해결의 열쇠가 아닐까 싶다.

다행히 정부가 국내여행 활성화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고 많은 지자체들도 국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전개하고 있어 비록 늦은 감은 있지만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아무리 급하더라도 신발을 거꾸로 신고 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조급한 마음에 우선 관광객을 유치하고 보자는 식이 아니라 국내외 관광객들이 불편 없이 머물 수 있도록 수용태세의 정비와 함께 따뜻한 인정이 전해질 수 있는 접객 서비스의 개선이 우선되어져야 하는 것은 더 말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빠른 성장도 물론 중요하지만 관광의 탄탄한 기본을 갖추는 것이 바로 지속 성장의 지름길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유동수 
롯데관광 사장
dsyulotte@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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