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니체의 <우상의 황혼> 23페이지에 나오는 말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했던 철학자지만 니체(독일, 1844~1900)가 대단한 천재임은 부정할 수 없다. 철학자이며 음악가이자 시인이고, 종교, 도덕, 당대의 문화, 철학, 과학에 대한 비평을 썼고 니힐리즘, 아포리즘, 실존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 사상 발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24세에 이미 바젤대학에서 고전 철학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러나 보불전쟁 이후 편두통과 안질환 등 각종 질병에 시달렸고 1889년 무렵부터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다가 1년 후인 1900년에 사망했다. 

1889년에 나온 <우상의 황혼>은 정신적으로 가장 고통을 받은 시기에 써 내려간, 다소 중언부언하지만 생의 마지막에 그 특유의 회의적인 태도로 바라본 인간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담겨있는 책이기도 하다. 니체는 엄청난 고통을 극복하고 나면, 또 다른 고통을 이겨나갈 엄청난 힘이 내재된다고 했다. 아픔 자체가 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니며, 그것을 달게 받아들인다면 인간이 겪는 고통이 역으로 삶을 위대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환락에 ‘예'라고 답한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내 친구여, 모든 고통에도 ‘예'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있고, 서로를 필요로 한다.”, “아픔과 고통은 우리 삶의 일부분이고, 기쁨과 행복에 이르는 한 과정이다. 또 아무리 큰 고통이라도 이 아픔 때문에 죽을 수는 없다. 그러므로 아픔이나 상처도 기꺼이 받아들이고 견뎌내는 용기를 가진다면, 우리는 어려운 삶 속에서 승리할 수 있다.”라고 니체는 말했다.

고통과 기쁨이 상부(相扶)할 수 있다는 그의 말은 많은 사람들의 삶을 통해 증명되는 것 같다.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큰 희열을 느꼈던 순간을 떠올려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20대 초에 두 달간 입원을 했을 때였다. 큰 일 앞에서는 오히려 더 담담한 성격이기도 하지만, 나와 비슷한 진단을 받으신 내 주위의 엄마 벌되시는 아주머니들이 가족을 끌어안고 오열을 하며 인생을 한탄하고 반 시체처럼 지내실 때 나는 어느 때 보다 가슴이 뛰는 시간을 보냈다. 8시간 짜리 수술을 두 번이나 받고 입원을 한 직후에 예상치 못하게 관광청의 대표직을 맡게 되었다. 병원에 있는 동안 나는 앞으로 어떤 그림을 그리며 어떻게 더 열심히 살지 생각하고 제안서를 만드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무통주사를 3개나 주렁주렁 달고, 움직일 때 마다 피가 줄줄 흘러내려도 별 다른 고통, 특히 심리적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팔다리가 잘린 것도 아니니 통곡을 할 이유도 없었고, 오히려 병원에 갇혀 있으면서 이것저것 생각을 많이 할 수 있어 오히려 감사했다. 육체적인 불편함이 더 커질수록 정신은 오히려 맑아지고 살고 싶다는 의욕이 더욱 간절해졌다. 빨리 나아서 다시 신나게 일을 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던 지라 치료도 열심히 받고 잘 먹고 잘 쉬었다.

험한 세상을 살면서 사람들에게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지도 모른다. 별다른 어려움을 모르고 온실 속 화초처럼 커온 사람들은 작은 고난에도 쉽게 무너지지만, 산전수전 다 겪어 본 사람들은 웬만한 일에는 눈 깜짝도 하지 않는다. 너무 깨끗한 환경에서 자란아이들은 면역력이 약해서 작은 병도 잘 이겨내지 못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얼마 전 박지선(29, 개그우먼)이 <청춘페스티벌>에서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지금 저의 민낯 캐릭터와 메이크업을 못해 갖게 된 제 캐릭터를 줍고 일어났죠.”라고 했다. ‘넘어지면 반드시 뭔가 줍고 일어난다’는 ‘땅그지’ 정신이 반짝반짝 빛나는 지금의 그녀를 있게 한 것일 게다. 
 
주한FIJI관광청 지사장 www.facebook.com/fijiassi
박지영 지사장은 업무와 공부, 육아 모두에 욕심 가득한 워킹맘이다. 전형적인 A형인 박 지사장이 일상에서 발견한 깨알같은 인생의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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