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데스크 담당 1달…‘사무실 밝아졌다’ 칭찬
-“여행-공연 공통점은 ‘치유’, 배려로 고객응대”

최근 서울 중구 서소문동에 위치한 참좋은여행사의 입구가 환해졌다. 지난달 중순 안내데스크 담당으로 입사한 박지우(31) 사원의 미소 때문이다. 박지우 사원이 안내데스크에 앉기 시작한 뒤로 참좋은여행을 찾아오는 손님들이 ‘사무실 분위기가 참 밝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직원들도 모두 박 사원을 좋아하는 눈치다. 한 직원은 “한 일주일 정도 웃다가 말 줄 알았는데 아직까지 저렇게 웃는다”며 장난스런 칭찬을 건넨다. 실제로 박 사원을 만나보면 안내데스크 5년 경력자를 제치고 합격한 비결이 ‘좋은 인상’이란 얘기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사실 박지우 사원의 이처럼 밝은 미소엔 배경이 있다. 그녀는 지난 6년 동안 뮤지컬, 연극 등 공연계에서 배우로 활동했다. “공연을 하면서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을 많이 키운 것 같아요. 무대 위에선 아무리 기분이 안 좋아도 웃어야 하고, 기분이 좋을 때도 슬픈 역할을 맡으면 울어야 하니까요.”

그런데 어떤 이유로 돌연 여행사에 취직하게 된 걸까. 공연은 그녀가 사랑하는 일이었지만 불규칙한 수입 탓에 힘들 때가 많았다고. 안정적인 직업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공연업계 상황이 급격히 악화됐다. “공연계는 5월 한달 동안 바짝 벌어서 1년을 먹고 사는 구조거든요. 그런데 세월호 사건이 4월에 벌어지면서 모든 공연이 취소돼 버렸어요. 많은 배우들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죠.”

하지만 취직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무용을 전공하고 공연계 경력만 많았던 것이 큰 장애물이었다. 적지 않은 나이 탓에 식당 아르바이트 자리에서도 거절을 당했다. 그나마 스스로 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안내데스크 자리에 열 곳 넘게 원서를 넣었지만 서류 합격조차 어려웠다. 그러던 차에 참좋은여행에서 연락이 왔다. “참좋은여행은 사회적인 편견 속에 버려진 듯한 저를 선택해준 유일한 곳이에요. 그래서 정말 감사하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어요. 사실 안내데스크가 그렇게 할 일이 많지는 않거든요. 조금만 열심히 해도 이렇게 알아주시니 더 감사해요.”

지금 참좋은여행 안내데스크에서 그녀가 보여주는 미소는 연기가 아닌 진심이다. 입사 후 CS교육을 받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이 ‘서비스의 기본은 배려’라는 말이었다고. “여행과 공연의 공통점은 지친 사람들을 치유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다, 나, 까’체를 쓸까 ‘요, 조’체를 쓸까 고민하는 것보다 그저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고서령 기자 ksr@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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