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시각으로 17일 현재 캐나다 밴쿠버에서 위니펙으로 향하는 비아레일(VIA rail)에 탑승해 있다. 록키산맥, 폭포, 유채꽃밭, 강과 호수를 따라 자리한 캐나다 시골마을이 차장 밖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구간이다. 잘 갖춰진 침대칸과 비아레일 스태프들의 친절 덕에 2박3일의 기차 여정도 안락하기만 하다. 

이 여행을 더욱 편안하게 해 주는 것은 올인클루시브(All inclusive) 서비스다. 비즈니스클래스는 별도의 비용 지불 없이 아침, 점심, 저녁을 코스로 즐길 수 있다. 휴게실엔 커피·차·핫초콜릿, 여러 종류의 과일·비스킷·머핀 등이 준비돼 있어 언제든 심심한 입을 달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공짜’라고 해서 마구 집어가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승객들은 과일이나 비스킷을 한 번에 하나씩만 챙겼고, 티백 하나도 여러 번 우려 마셨다. 이 풍경을 보며 왠지 씁쓸했던 건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못한 한국 여행문화의 일면이 떠올라서다.

얼마 전 가을 허니문 시장을 취재하다 당황스러운 이야기를 들었다. 칸쿤을 찾은 한 허니문 여행객이 룸서비스 음식이 올인클루시브, 즉 무료라고 하니 한번에 12개나 주문해 사진만 찍고 대부분을 그냥 버린 일이 있었다는 거다. 무료 비치웨딩을 예약해 놓고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그동안 비일비재했다. 무료 비치웨딩으로 유명한 하드락 칸쿤 리조트는 1년여 전부터 비치웨딩 예약을 지키지 않은 여행객에 대해 벌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최근 칸쿤 리조트들은 한국인 여행객들이 약간이라도 돈을 지불해야 하는 액티비티나 서비스는 전혀 이용하지 않고 공짜 서비스는 함부로 남용한다는 불만을 내놓고 있다고 한다. 이런 일이 계속되면 칸쿤 여행 시장에서 한국의 이미지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

우리나라의 해외 여행객 수는 매년 성장하고 있지만 여행 문화와 관련된 교육, 정보제공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우리가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을 보며 느끼듯, 각 여행객의 여행 태도와 여행지에 대한 배려가 해당 국가의 이미지를 만든다. 그 나라 여행객이 얼마나 많이 찾든 얼마나 많은 돈을 쓰든 관계없이 말이다. 
해외 여행지에서 ‘한국인’이란 이유로 환영받고 싶은가? 그에 걸맞은 여행 문화를 만들기 위한 모두의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 때다.
 
고서령 기자 ks@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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