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호텔 판매의 중심축은 인바운드 여행사를 통한 관광객 시장이었다. 수십 년간 일본이라는 시장은 한국 인바운드 관광산업의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해 왔고 그 영향력은 호텔에게도 직접적이고 강력했다. 

최근 수년간 일본 인바운드 시장의 침체가 일본지역 인바운드 여행사와 호텔들에게 변화의 시대적 흐름을 요청하고 있으며 그 요청에 각자의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중이다. 변화의 필요성을 더 빨리 감지하고 대응하는 쪽은 인바운드 여행사보다 호텔 쪽이 기민하게 움직인다. 때마침 불어온 중국시장의 성장에 맞춰 중국인 관광객 수용에 시선을 돌리는 호텔들이 나타났고 인바운드 시장보다는 온라인 여행사 시장에 맞춰 체질을 개선하는 호텔들도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런 호텔의 움직임에 비해 오랜 기간 호텔을 먹여 살려온 일본 인바운드 여행사의 현재 상황은 ‘속수무책’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한 우울한 실정이다. 

일본 인바운드 시장은 사실 그 구조 자체가 비정상이었다. 비정상의 첫째 형태는 일본 인바운드 여행사와 그 목줄을 쥐고 있는 일본 에이전트와의 관계가 협력업체 개념이 아닌 하청업체 구조로 고착화 되었다는 것이다. 단수의 일본 내 에이전트는 복수의 한국 인바운드 여행사를 거래처로 두고 본인들이 판매하고자 하는 상품의 가장 낮은 견적 가격을 제출하는 여행사에게 물량을 안겨준다. 그러다 보니 한국 인바운드 여행사는 그 본분이 어떻게 하면 싸게 상품을 구성해 그들에게 낙점되느냐가 업무의 핵심이 되어버렸고 우리끼리의 출혈경쟁이 비즈니스가 돼버린 구조가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왔다. 그런 척박한 환경 속에서 적자투성이의 대금을 일본 에이전트로부터 평균 3개월 후에나 지불받는 불공정한 시스템이 유지돼 왔고 그 비정상이 정상처럼 인지되어 왔다. 누구도 그들에게 이건 비정상이라고 감히 소리치지 않았다. 

비정상의 둘째 형태는 한국 여행상품의 기획 주체가 바뀌어 버린 것이다. 한국이라는 상품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다양한 상품을 기획해야 하는 여행사 본연의 업무는 뒤로 밀리고 호텔가격을 경쟁사보다 싸게 받아내야 하는 업무가 주가 되다 보니 다양하고 장기적 관점의 좋은 상품은 일본 지역 내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대형 에이전트의 젊은 한국 담당자의 요구에 맞춰 저가의 상품조합을 기획이라 착각하며 살아왔다. 일본 에이전트는 한국은 ‘비싸면 안 팔리는 상품’으로 시각을 고정한지 오래다. 이 시각에 보조를 맞추다 보니 한국을 찾는 일본인 마켓이 싼 맛에 가는 하위레벨의 고객들로 시장이 고착화 된 게 현실이다. 고가의 고급상품도 의미 있는 문화적인 상품도 한국이라는 나라에는 다 쓸데없는 짓으로 결정짓고 여전히 지금도 일본 에이전트의 젊은 담당자는 더 싼 한국을 찾아 여행상품을 기획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의 기획에 충실한 보조자 역할을 수행할 뿐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오랫동안 누이 좋고 매부도 좋았던 일본 인바운드 여행사와 호텔은 주체적인 변화나 새로운 시도에는 영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일본 인바운드 시장의 의존도가 높고 길었던 호텔일수록 변화가 요청되는 지금의 시대에 대응하는 움직임이 매우 둔하다. 오랫동안 일본 인바운드 시장은 호텔에게 약간의 영양분도 남겨줬지만 변화를 두려워하는 나약함도 남겨줬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1억2천의 인구에 GDP세계 3위의 그야말로 부자 이웃이다. 부잣집에 걸 맞는 고급상품이나 수준 높은 관광 상품의 구성을 영민하게 맞춰 놓지 못하고 부자동네 끼어 사는 가난한 사람들만 바라보고 이게 일본이라고 단정짓고 살다 보니 우리의 경쟁력도 가난해 져 버렸다. 

우리나라의 일본 인바운드 여행사는 사실 어마어마한 경쟁력과 자산을 가지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일본인 관광객을 위한 일본어 가이드의 양적 구성과 경험을 우리만큼 가지지 못한다. 온라인 시장이 확대되면 확대될수록 직접적인 대면 서비스는 고급상품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고급여행을 찾는 일본인들에게 고급의 서비스를 제공할 인프라가 구축되었음에도 우리는 그 인프라를 그 동안 김치와 기념품을 파는데 써버리고 있었다. 새로운 시도를 위해 인바운드 여행사와 호텔은 변화를 결심해야 한다. 어려운 위기를 넘기고 발전을 공유하기 위해 호텔과 일본 인바운드 여행사는 지금의 자포자기 상황을 뛰어넘어 새로운 시대로의 변환을 시도해야 한다. 지금 이 시대의 일본 인바운드 시장은 호텔에게 공존을 위한 변화의 방법을 숙제로 남기고 있다. 
 
유경동
유가기획 대표
kdyoo@yoo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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