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는 그야말로 ‘저무는 별’ 신세다. 올해 하나투어와 모두투어가 매월 발표하는 실적만 보더라도 마이너스 릴레이나 다름없다. 
성수기인 8월, 하나투어의 동남아 비중은 35.5%로 40%선을 넘기지 못했다. 수익 자체는 크지 않더라도 숫자로 밀어붙일 수 있었던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부분이다. 저렴하고 가까워 가장 파이가 컸던 동남아 비중이 야금야금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5월 인천공항 통계에서 동남아 주요 국가를 살펴봤다. 말레이시아의 탑승률이 지난해 71.2%에서 올해 80.2%로, 싱가포르가 64.3%에서 70.2%로 상승한 것을 제외하면 태국,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지역의 탑승률은 모두 떨어졌다. 태국은 68.8%에서 65.1%로, 필리핀은 69.0%에서 63.6%, 베트남은 70.5%에서 66.5%, 인도네시아는 74.9%에서 65.7%로 후퇴했다.
물론 올해 5월은 비수기였던 데다가 세월호 타격이 가장 컸던 달이다. 더불어 긴 5월 연휴가 있어 전후 날짜의 판매가 어려웠던 것도 일조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부진이 5월만의 일은 아닌 것 같다. 업계 관계자들의 근심어린 표정이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하다는 점에서 9월인 지금도 별다른 반전은 없다는 것을 가늠할 수 있다. 동남아가 이렇게 긴 암흑기를 가진 적이 없다고들 한다. 큰 사고가 나도 한두달이면 다시 회복됐는데 이번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여행 트렌드가 급속하게 변하고 있다는 데 오히려 무게를 싣는다. 엎친데 덮친격의 동남아 상황과 맞물려 자유여행이 늘어나면서 패키지 여행사들이 부진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는 대체로 패키지를 중심으로 돌아가다보니 그 타격이 심할 것이란 추측이다. 공항 탑승률 통계가 앞으로 더 나와 봐야 알겠지만, 일리가 있는 말이다. 태국 쿠데타로 패키지 수요가 급감했을 때, 오히려 자유여행을 가는 여행자는 늘었다는 분석도 있었을 정도다. 

과거에 비해 동남아 세미패키지 상품이 늘어나고, 그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은 이런 변화의 한 단면일 수도 있다. 마냥 시장이 좋아지기만 기다릴 수가 없게 됐다.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면 유연하게 그에 맞는 방식으로 여행자를 찾아나설 일이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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