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국내 식당에 갈 때마다 가장 눈 여겨 보고 또한 제일 불평하는 사항은 그곳의 음식이나 서비스, 위생 상태가 아니라 바로 메뉴판이다. 대부분의 식당에서 손님 숫자대로 메뉴판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두 명이 가면 당연히 메뉴판 한 개를 나눠서 봐야 하고, 3-4 명이 가도 대부분 한 개를 가지고 돌려봐야 한다. 열 명쯤 가면 두 세 개 정도의 메뉴판이 주어지며, 혹시라도 메뉴판을 더 달라고 불평하면 한 개 정도 더 주겠지만 10명 모두에게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물론 토종 한국인인 나 역시도 이렇게 메뉴판을 일부 사람에게만 주는 상황이 익숙한 터라 무심히 지나가고는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를 방문해 한식당을 경험한 외국인들 눈에는 이런 광경이 이상하거나 심지어 야박한 인심으로 보이나 보다. 처음에는 ‘이 식당은 제일 중요한 메뉴판이 왜 이렇게 부족한가요?’, ‘우리 외국인은 한국 음식을 모를 거라 생각해서 안주는 건가요?’, ‘메뉴판을 모든 고객에도 주지 않아도 한국인들은 불평 안하나요?’ 라고 하다가 몇 번 같은 경험을 하고나면 ‘한국 식당에서는 고객 일부에게만 메뉴판을 주는 것이 문화다’라는 반응으로 이어지곤 했다.  

일부 사람에게만 메뉴판을 주는 이런 행위가 주문을 재촉하기 위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어느 지인의 농담처럼 ‘우리가 오랫동안 통일을 외치다 보니 식당에서도 한 가지 음식으로 주문을 통일하라’는 식당 측의 무언의 압박 같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한식이 가지고 있는 속성이 만들어낸 결과이기도 하다. 모든 고객에게 메뉴판이 주어지는 서양의 식단은 에피타이저, 메인과 디저트로 나뉘어져 있어서 같은 일행이라도 3가지 모두를 먹을 수도 있고, 이 중 하나만 골라서 주문하기도 한다. 샌드위치 하나를 주문할 때도 빵의 종류와 소스도 다르게 선택하고, 스테이크도 취향에 따라 굽기를 달리해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음식은 개인의 취향과 요구에 따라서 주문하고 먹는 것을 인정하는 문화의 산물이다.  

반면에 우리 식단은 된장찌개나 비빔밥과 같이 단순하게 하나만 주문해서 먹는 형태이기도 하거니와 자기 입맛대로 이렇게 해달라고 저렇게 해달라는 개별적인 요구 따위는 애초부터 할 수도 없는 구조이다. 이렇다 보니 식당 입장에서도 번거롭게 모든 고객들에게 메뉴판을 나눠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식당에서 메뉴판을 못 받아도 대부분 음식 주문에 별 문제가 없는데 왜 사소한 문제로 시비를 거느냐하겠지만, 절대로 시비를 거는 것은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그 사소함 속에 숨어 있는 배려 없는 서비스다. 마치 우리나라에는 표준 식당 운영 매뉴얼 같은 것이 있어 고객이 오면 사람 숫자에 맞춰 메뉴판을 주면 안 된다고 안내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전국 대부분의 식당이 이와 비슷하다. 한 개의 메뉴판을 여러 사람이 돌려가면서 보라고 하는 것은 고객에 대한 배려는 사라지고 식당 편의만 앞세운 무례함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를 방문해서 이런 무례함을 반복적으로 경험한 사람들이 마치 이런 행태를 우리나라의 문화로 오해하는 것이 안타까운 것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최근 신규 한국 관광 브랜드로 ‘상상하세요. 당신만의 대한민국(Imagine your Korea)’을 선보였다. 공모전도 펼치고 다양한 논의를 통해 만들어진 이번 슬로건은 ‘전 세계 관광객들에게 한국이 최신 트렌드와 세련된 문화를 갖춘 곳이라는 인식을 강화해서 2,000만 외래 관광객 시대를 앞당기는데 기여하고자한다’는 것이 그 배경이다. 상상하는 것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려면 좋은 경험이 필수다. 트렌드와 세련된 문화를 상상하기를 기대하는 것과는 달리, 현실에서는 배려심 없는 대한민국을 상상하게 될 수도 있다. 작고 사소한 것에 대한 배려가 오히려 깊은 인상을 주는 경우가 많다. 식당에서 사소한 메뉴판조차도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 것은 우리의 문화가 아니다. 그저 관행일 뿐이다.   
 
김연경
프로맥파트너십 이사
akim@promac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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