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온라인 여행사의 초기 모델인 투어익스프레스가 출범한지 벌써 15년이 넘었다. 물론 넥스투어 등도 있지만 한때 사라졌다가 부활한 상태이고 필자가 투익에 몸 담았었던 만큼 투어익스프레스만 언급을 하겠다. 투어익스프레스는 실시간 항공 부킹 엔진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아시아나항공의 항공예약 시스템 담당하던 분들이 나와서 창업을 하고 인터넷 포털 Daum이 투자를 한 회사다. 창업 이후 2002년 기준 매출이 1,000억원 가량 되었으니 상당히 성공적인 출발과 성장이었다.

투어익스프레스의 성공 이후 많은 여행사들이 실시간 항공 부킹엔진을 너도나도 앞다투어 홈페이지에 장착했다. 여기에는 애바카스가 많은 기여를 했다. 애바카스의 온라인 부킹 ASP도 투어익스프레스 출신들이 거의 기여를 했다. 

실시간 항공 부킹엔진이란 무엇인가? 여행사 홈페이지에서 고객이 온라인으로 여정을 입력하고 검색을 하면, 실시간으로 GDS 시스템에 접속을 해서(다중 GDS가 아니라 특정 한군데 GDS) 데이터를 가지고 와서 보여 주는 시스템이다. GDS를 거치다 보니, 당연히 시간이 많이 걸리고 시스템과 UI 자체도 GDS 사정에 따라 자유로울 수 없다.

때문에 실시간 항공 부킹 엔진은 속도를 개선하고 예약 과정을 줄이는 것이 지상과제였다. 하지만, GDS에 의존하고 있는 이상 쉽지 않은 일이기도 했다. 그 다음으로 모두가 고민했던 것이, 항공과 호텔을 한꺼번에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RTS를 포함한 실시간 호텔 부킹 사이트들과 연계해서 한 번의 여정 입력으로 항공과 호텔을 한꺼번에 보여 주는 방식이다. 이 경우, 호텔은 호텔 검색 엔진을 따로 접속해서 가지고 와야 하는데 여기도 속도의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 고민이 벌써 10년이 넘었다. 현재 여행사 사이트들은 어떤가? 위의 고민을 해결한 여행사 사이트도 있고 아직 해결 중인 여행사 사이트도 있다. 그 사이에, 항공사 사이트들은 GDS 수수료와 여행사 수수료를 줄이기 위해 항공사 자체 홈페이지에서의 예약을 늘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물론 최대 고객인 여행사의 눈치를 봐가면서 속도를 조절하는 중이기는 하다. 

그렇다면 해외 사이트를 보자. 우리의 10년 전 고민은 해결 된지 오래 되었고 AJAX 기술을 바탕으로 아주 편리하게 변모한 서비스를 제공한 지도 10년쯤 되었다. 기술은 그렇다 치더라도 UI 부분만이라도 살펴 보자. 우리나라 여행사 사이트와 달리, 구글과 같은 심플한 구조를 가진 해외 사이트도 많고(필자가 한때 베타버전까지 만든 여행상품 메타 검색 사이트도 구글처럼 검색창만 있는 형태였다) 추가적인 컨텐츠가 있는 사이트라고 해도 우리나라 여행 사이트처럼 복잡 하지 않다. 우리의 경우는 무엇보다 욕심이 많은 것 같다. 첫 페이지에 너무 많은 것을 보여 주려는 욕심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효울 증대가 필요하고 제일 중요한 것은 사용자 편의성이다. 
여행사 사이트를 만들고 리뉴얼 할때 사용자 UI 테스트를 얼마나 하고 있는가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1년에 매출이 얼마나 일어나는 사이트인데 감으로 만든단 말인가? 심지어 씨트립과 같은 중국여행사 사이트도 우리나라 여행사 사이트보다 간결하고 편하다는 느낌이다. 반면에 국내 여행사들이 각자 엄청 나게 많은 돈과 인력을 투자 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고객은, 10년 전이나 15년 전 투어익스프레스를 이용해 예약했을 때와 크게 개선된 서비스를 받고 있지 못하다.

국내 여행업계는 아직 엄청난 기회가 남아 있다. 하지만 그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하는 이유는 기존 대형 업체들의 혁신 노력 부족과 신규 업체들의 짧은 안목 때문이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로 대변되는 대형 여행사들은 자금력이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온라인과 모바일에서의 사용자 편의개선에 대한 노력을 상대적으로 덜 들이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신규 진입하는 여행사들은 아이디어는 있어도 당장의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않다보니 자본력의 한계로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는 시스템 개발에 대한 장기적인 안목의 투자보다 당장 매출이 날 수 있는 부분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 두 집단의 아름다운 결합을 통해, 유저들에게 혁신적인 서비스 제공으로 시장을 좀 더 키워보는 바람을 가져 본다.
 
이수형
퍼플프렌즈 대표이사
tongky@purplefriend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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