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1일, 제주도에 아라리오뮤지엄이 개관했다. 옛 도심인 제주에 버려졌던 총 3개의 건물을 새롭게 리모델링하고 뮤지엄으로 탈바꿈시켰다.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 탑동바이크샵, 동문모텔이 그곳이다. 서울 창덕궁옆, ‘공간 사옥’에 아라리오미술관의 옷을 입혔던 아라리오그룹 김창일 회장이 만든 곳이다. 

출장으로 방문해 우연히 찾은 그곳은 솔직히 제주에서 기대했던 모습이 아니었다. 서울도 아니고 지방도시에서 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거만하게도), 뉴욕이나 런던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뮤지엄의 모습이었다. 빨간 외관부터 눈길을 사로잡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안의 으리으리한 작가들의 작품들이다. 회화부터 설치작품, 영상작품까지 전 영역을 두루 아우르는 수집품들은 입을 쩍 벌어지게 했다. 시간에 쫓기면서도 세곳 뮤지엄을 층마다 다 돌며 나온 것은 ‘다 둘러보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었다. 

으레 그렇듯이 소소한 카페와 게스트하우스, 작은 오름을 오르는 기쁨을 상상하고 온 제주였다. 아라리오뮤지엄은 그런 면에서 뜻밖의 선물 같은 것이자,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한 고마운 단서였다. 

아라리오뮤지엄이 둥지를 튼 곳은 여행자들은 대체로 무심히 스쳐지나가는 지역인 제주도의 구 도심이자, 과거의 낡은 건물이다. 특히 동문모텔의 경우엔, 과거 모텔이었던 흔적들이 제법 남아있다. 낡은 창틀과 창문, 타일을 붙인 화장실 등등. 이런 흔적들은 뮤지엄의 작품들과 만나 새로운 분위기를 입기도 하고, 때로는 그 자체가 오브제가 되기도 한다. 과거의 흔적을 살렸던 전례가 드물기 때문에 그 공간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참신한 시도는 의외로 단순한 것에서 시작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개관한지 한달이 채 되지 않아서인지 아직 아라리오뮤지엄을 찾는 사람은 많지 않아보였다. 그러나 예술에 깊은 지식이 없는 내가 보아도 그곳은 매력적인 곳이었으니, 예상으론 방문객은 점점 늘어날 것 같다. 언젠가 제주 여행의 필수 코스로도 자리잡지 않을까. 제주공항에 내리면 뒤도 안돌아보고 좌로 우로 흩어졌었다면, 이제는 잘 만든 스폿 하나가 살려낼 구도심을 찾아가게 되길 기대한다. 
 
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