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가깝지도 않은 사람으로부터 “언제 식사 한번 같이 하시죠?” 하는 제안을 받으면 십중팔구 연락이 오지 않는다는 것쯤은 누구나 상식처럼(?) 안다. 길을 걷다가 남과 어깨를 부딪쳐 넘어질 뻔해도 ‘그런가 보다’하고 넘겨 버리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다는 것 또한 우린 잘 안다. 그 뿐이랴. 운전대를 잡고 거리에 나서기만 하면 거의 모두가 육두문자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몸싸움도 마다 않는 ‘거리의 투사’가 되어 버리는 것도 우리에겐 너무나도 익숙한 풍경이다. 중국의 운전자들이 우리보다 더 험하게 차를 모는 게 사실일지 모르지만 마치 시비를 못 걸어 몸이 근질근질한 우리보다는 그래도 좀 나은 듯 보인다. 

이상하지 않은가?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고 OECD 선진국 블록에 가입한지도 꽤나 된 나라로 보기엔 어딘가 많이 부족해 보이니 말이다. 사회 각 분야 곳곳에서 합리와는 거리가 먼 일들이 오늘도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면 지나친 말일까? 

몇 달 동안 법안처리 한 건 안하고도 버젓이 세비 챙기고 국정감사장에서 호통만치는 국회의원이란 직업, 참 매력적이기도 하다. ‘갑질’의 대표주자 격인 이들은 4년에 한번 있는 선거 때만 을로 위장했다가 당선만 되면 잽싸게 갑으로 변신하는 재주가 탁월하다. 국회 회기 중에 최루탄을 투척하는 몰상식을 저질러도 별반 제재 없이 넘어가는 대한민국 국회가 그래서 더 놀랍다.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도 이상한 관행은 너무도 많다. 청첩장을 받을 때마다 돈 걱정부터 드는 게 사실이지만 가까운 지인의 경우는 그래도 당연히 가야 하나, 연고라고는 별 것이 없는데 어김없이 날아오는 청첩장은 그저 딱하기만 하다. 이러니 억지춘향 격으로 참석해 예식도 안보고 식당으로 내달리게 되는 게 아닌가! 하긴 뭐 친한 사람의 결혼식에도 예식은 관심 없이 식당으로 직행하고도 거리낌 없는 것이 요즘 세태이긴 하다. 경조사를 맞은 직장동료 챙겨준다고 팩스로 계좌번호 넣은 안내문을 보내는 우애 깊은 회사들도 있으니 말해 뭐할까…. 

진리탐구의 전당이라는 대학이 해마다 여는 축제에 비싼 돈 들여가며 연예인을 불러다 판을 키우는 것도 이해 불가이다. 풋풋한 청춘들의 순수한 열정과 지성이 어우러져 학내의 잔치가 되어야 할 곳이 팝 콘서트를 방불케 하니 동네방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다 몰려가 난장을 치고 있는 게 아닌가? 

우리의 외모에 대한 유별난 관심과 편견도 정상이 아니다. 외모 지상주의가 판을 치니 ‘얼짱’이 아니면 취업도 걱정해야 하며 SNS에 사진 올리기도 겁이 날 정도다. 이제 어지간히 식상할 때도 됐지만 외모와 관련된 표현들은 여전히 우리를 어지럽게 하고 있다. ‘자체 발광모드’ ‘이기적인 각선미’ ‘황금비율’ 갖고도 모자라 급기야는 ‘여신’들까지 우후죽순 등장했다. 

아무리 ‘빨리빨리’가 우리 특유의 성정이라지만 엘리베이터 안에서의 조급함도 이해하기 어렵다. 무슨 전자오락 게임이라도 하듯 탑승자가 내리기가 무섭게 버튼을 눌러 댄다. 심한 경우는 탑승자가 내리기도 전에 눌러 내리려던 사람을 놀라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대형 빌딩의 출입문 사용매너도 거의 낙제점이다. 뒤에 오는 사람을 전혀 배려하지 않으니 말이다. 뒤 따르는 사람을 위해 문이 닫히지 않도록 미소와 함께 잡아주는 센스를 발휘하면 얼마나 보기 좋을까? 

우리 업계도 이상한 관행은 여전히 존재한다. 예전보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업무파트너를 아직도 막 대하는 이들이 있다. 협의의 대상인 문제를 일방적으로 결정해 통보하듯 던지고도 스스로 이상한 생각이 안 드는지 궁금하다. 상식이나 보편적인 타당성이 통하는 사회라야 건강하다.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봐도 충분이 해답이 나올만한 일들이 스스로의 이익만을 위해 여과 없이 행해질 때 그 공동체는 희망을 발견하기 어렵다. 선진국은 거저 되는 것이 아니다. 돈만 있다고 되는 것도 아니요 철학이 고매하다고 되는 것만도 아닐 것이다.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사회, 그리고 그것을 실천으로 보여주는 곳이 진정한 선진국의 모습일 것이다. ‘멋진 대한민국’이 되는 길, 그렇게 멀지 만은 않은 듯 하다.
 
 
신의섭
위투어스 대표
esshin@ouitou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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