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이 지난 1일부로 사이판에 매일 한 차례 신규 취항했다. 아시아나의 단독 노선이었던 사이판이 11년 만에 국적 항공사들의 경쟁체제로 바뀌었다. 사실 이 노선은 한때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대한항공이 취항했었다. 현재는 경쟁체재로 변경된 괌 노선 또한 두 항공사가 함께 취항했던 적이 있다. 당시 양사가 한달 간격으로 운항을 중단하면서 밝힌 이유는 승객 감소였으나, 이면에는 각 사의 이익을 둘러싼 반목과 암묵적 합의가 있었다는 의혹을 지울 수가 없다. 사업자의 의도적인 경쟁 회피는 결국 소비자의 선택권을 축소시키고 장기적으로 국제 항공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한항공 독점노선이던 괌 노선은 2012년 제주항공이 신규 취항한 후에야 본격적인 항공사 간의 경쟁 체제로 변경됐다. 그 후 2년여가 지난 지금, 항공사 간의 경쟁 체제는 괌 시장에 긍정적 결과를 낳았다. LCC의 복수취항에 따른 합리적인 가격대가 형성됐으며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는 물론 편익이 개선됐다. 더불어 여행사 풀 패키지 상품의 다양화와 자유여행객의 증가에 따른 신규 수요 창출 등으로 이어졌다. 괌 시장의 파이 또한 커졌다. 괌 관광청에 따르면 제주항공이 취항하기 이전인 2012년 1월부터 8월까지 괌을 방문한 한국 관광객은 11만4,400여명이었으며, 이후 2013년 동기간은 18만2,700여명, 2014년 동기간은 20만1,700여명 등 연평균 35%씩 관광객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단독 노선의 길을 걸어 온 사이판은 조금 사정이 다르다. 인천공항공사의 항공통계에 따르면 아시아나 단독 노선 시절인 지난해의 운항 수는 1,993편으로 전년인 1,882편보다 약 9.4% 증가에 그쳤으며, 여객수는 30만9,232명으로 전년도 27만7,194명에 비해 11.6% 수준의 성장률을 보였다. 괌 노선과 비교하면 사이판의 총 여객수는 40% 수준이며 연평균 성장률은 1/3에 불과한 수준이다. 물론 괌과 사이판의 인프라 등 기본적인 한계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수치가 사이판의 최대치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사이판의 가능성과 괌 노선의 전례에 비춰 제주항공의 사이판 취항이 반가운 건 그래서다. 건강한 경쟁을 통한 합리적 가격대 형성과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는 분명 사이판 시장의 제2의 도약으로 이끌어낼 것이다. 당장 시장도 반응을 하고 있다. 제주항공에 따르면 지난 22일 현재, 취항 첫날부터 17일까지의 사이판 노선 탑승률은 85%, 18일부터 31일까지의 평균 예약률은 87%를 기록하고 있다.
 
 
신지훈 기자 jhshi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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