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에도 동대문에도 일본인 관광객은 별로 보이지 않고 중국인 관광객들만 눈에 띈다. 버스에서 우르르 내리는 단체관광객도 여전히 많지만 삼삼오오 친구들과 함께 여행하는 개별여행객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중국여유법이 개정된 작년 말, 어느 국내여행사 대표는 앞으로 저가격 과잉쇼핑의 구조적 틀을 깨뜨릴 수밖에 없으므로 3개월 정도 쉬면서 고품격 상품 개발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도 저가격 상품은 여전하다. 손해를 보전하기 위해 쇼핑을 줄이기도 어려운 상황인데 관광객들은 쇼핑에 시간을 많이 허비한다며 불평을 더해 이중고에 시달린다고 한다. 

가장 쉬운 해결책은 중국여행사들로부터 저가로 송객을 받지 않으면 된다. 그러나 업계 구조상 ‘갑’인 중국여행사가 덤핑을 요구할 때, ‘을’인 국내여행사가 거절하기는 어렵다. 중국은 자국 여행자들의 품격관광을 위해서 여유법을 개정만 했을 뿐 적절한 후속관리는 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수수방관할 일은 아니다. 한중 양국 당국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협의해 법 집행에 앞서 업계의 자율적인 개선을 촉구하든지, 그도 아니면 시장 논리에 맡겨야 할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여행사의 과잉쇼핑이 싫은 고객에게 개별여행을 권하는 것이다. 작년 방한 외래객 중 에어텔(Air-tel)을 포함한 개별여행(FIT)이 72%를 차지했다. 방한여행에서 만족도가 가장 높은 항목이 ‘치안(안전)’인데 공교롭게도 최근 안전에 다시 문제가 생겼다. 세월호의 충격은 말할 나위도 없고, 최근의 판교 환풍구 붕괴 사고도 그렇다. 자칫 한류관광에 까지 영향이 미칠듯하다. 특히 일본인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에 민감하고, 한류에 관심이 많은 개별여행객이 85%나 차지하기 때문에 더욱 우려스럽다. 그러잖아도 정치나 엔저 문제로 어려운데 안전마저 흔들린다면 큰일이다.
일본은 충실한 안전관리를 통해 외래객의 신뢰를 얻는 것을 필수요건으로 생각하고 있다. 국토교통성은 수도권의 대표 관광지에 방재체계 정보를 공유토록 하고, 관광청은 외국인에게 빠르게 정보를 제공하고, 도쿄도청은 외래객의 안전을 위한 재해 대처 매뉴얼을 만들어 업계에 배포하고 있다. 환풍구에 대해서도 국토교통성은 1992년 ‘지하주차장 설계 시공지침’을 마련, 배기량이 흡입량보다 많도록 해 배기가스가 정체되는 일이 없도록 규정했다. 즉, 비나 눈에 막히지 않도록 하고 안전을 고려하라는 것이다. 실제 도쿄의 지하철 역사나 지하상가의 환풍구는 보통 2~3m 높이의 벽으로 된 곳이 많다. 일본뿐만 아니라 광화문 네거리 환풍구도 높이가 2m 정도고, 분당 서현역 환풍구는 높이뿐만 아니라 지붕을 입혀 보기에도 좋다.

이처럼 환풍구를 안전하게 만들 수 있었는데도 왜 사고가 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향후 대책을 생각해보자. 첫째, 전국의 환풍구 등을 점검해 개보수해야 할 곳은 서두르자. 만약 부적합하게 시공이 이뤄졌다면 당시의 시공업체가 보수토록 하고, 적법했다면 예산을 감안해 순차적으로 개선토록 하자. 둘째 미흡한 법 체계도 큰 원인으로 보이는 만큼, 환풍기나 관광객 안전, 행사에 관한 법령을 마련하는 것도 서둘러야 한다. 셋째, 행사 주최자의 안전점검을 강화해야 하고, 관리감독도 엄격히 해야 한다. 넷째, 외국인에게도 불안감을 조성하는 안전사고는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민들도 고발ㆍ제안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잘못되거나 개선할 점은 ‘신문고’ 등에 알리자. 

대충주의, 얄팍한 상혼, 무법과 태만이 더이상 우리 사회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자. 그래야 일본이나 중국의 개별여행객들이 안심하고 한국으로 올 것이 아닌가. 개별여행객은 인터넷으로 정보를 가장 많이 입수한다. 일본에서는 야후재팬과 페이스북을, 중국에서는 바이두나 웨이보를 많이 활용한다. 이들 채널을 통해 한국의 안전과 매력을 알리자. 마침 중국어 모바일 앱 '한국자유여행'도 시기적절하게 나왔다. 또 방한 외래객 수가 9월에 1,000만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이제 양보다 질이 요구된다. 개별여행객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때다. 
 
오용수 한일문화관광연구소장/ 가천대학교 교수 
ysoh5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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