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어수선해도 크리스마스는 다가온다. 겨울 밤 거리를 화려한 크리스마스트리와 캐롤송이 장식하며 사람들 마음을 들뜨게 한다. 호텔 역시 크리스마스 패키지와 크리스마스 케이크와 햄퍼를 성공적으로 판매하기 위해 분주해진다. 좀 더 세련된 크리스마스 장식과 수준 높은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디자인 팀과 시설부를 비롯한 모두가 정신없는 시기다. 

호텔에 있어 크리스마스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호텔의 위치를 가늠하게 하는 재미난 지표이기도 하다. 사실 불과 10년 전 만 해도 호텔에게 있어 12월25일은 죽음의 날이었다. 모두가 들뜬 세상의 분위기와는 달리 객실의 가동률은 형편없이 떨어지는 겨울 비수기의 휴일일 뿐이다. 10여 년 전 이웃나라 일본의 호텔 상황과 비교하면 이상할 만큼 대조적이었다. 정작 크리스마스가 휴일이 아닌 일본에서는 크리스마스이브에 호텔을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크리스마스가 연인끼리 화려한 밤을 보내는 문화가 형성된 덕에 일본의 호텔들은 겨울철 반짝 호황을 누릴 수 있었다. 심지어 체크아웃을 하며 다음해 크리스마스이브 밤의 객실을 미리 예약해 두는 고객이 있을 정도였다. 크리스마스 휴일이 다가오면 싸구려 단체라도 받으려고 동분서주하는 한국 호텔의 입장에서는 그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렸다. 그러던 한국도 크리스마스 시즌의 호텔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다. 경제성장도 영향이 있었고, 젊은 층들의 의식이 크리스마스에는 친구들끼리 또는 연인끼리 뭔가 고급스럽고 화려한 하룻밤을 즐기는 것이 당연시 되면서 호텔들을 찾는 수요층들이 늘어났다. 특히 고급브랜드의 호텔들이 바빠졌다. 재미난 변화이자 호텔의 입장에서 보면 다행스러운 현상이다. 

크리스마스와 같은 화려하고 들떠있는 시즌은 호텔리어와 같은 서비스 직종의 사람들에게는 사실 매우 위험한 시기다. 호텔리어로서 평상시에 가졌던 자긍심이 모두들 즐겁게 쉬는 날에 고객의 뒤치다꺼리나 하고 있는 듯한 자괴감이 자리한다. 집에서 기다리는 가족과 아이들의 얼굴이 그리고 근무여서 어쩔 수 없이 참가하지 못한 친구들의 즐거운 모임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특히 호텔근무 연한이 그리 길지 않은 젊은 새내기 호텔리어들에게는 직업에 대한 회의가 자리 잡는 시기이기도 하다. 호텔업이라는 직군이 어쩔 수 없는 구조이고 휴일 수당이 나가니 그걸로 된 거 아니냐며 세련되지 못한 원칙론을 고수한다면 얘기를 진전시킬 수 없겠지만 그런 차디찬 원칙론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인지상정이 서비스업에서는 존재한다. 적어도 호텔을 구성하는 호텔리어들의 서비스 질을 향상시키려면 그들의 업무 상태를 잘 관리하고 그것들이 고객에게 전달되게끔 하는 것이 경영이라고 생각하는 제대로 된 호텔 경영자들에게는 이런 크리스마스와 같은 시즌은 좀 더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조금 규모가 큰 호텔들은 명절이나 특별한날은 직원식당의 특별한 메뉴로 직원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시하기도 하고 직원 모두에게 선물을 나눠주며 직원 만족도를 고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 직원들의 마음속에 자리할 자괴감을 상쇄시킬 좋은 아이디어는 눈에 띄지 않는 듯하다. 

플로리다의 ‘Hyatt Regency Grand Cypress 호텔’은 매년 ‘감사의 날’을 운영하며 직원들과 직원들의 가족에게 정성스런 식사와 귀중한 시간을 호텔에서 보낼 수 있게 한다. 이 기간에 가장 바쁜 사람은 20분 단위로 칠면조구이를 한 마리씩 구워내야 하는 평상시에는 엄격하고 철저했던 총주방장이다. 좀 더 창의적인 발상으로 호텔리어들이 각자의 팀워크을 향상시키는 계기로 삼게 하는 경우도 있다. 크리스마스 휴가시즌이나 추수감사절 휴가시즌을 호텔에서 보내는 고객들이 호텔 내부를 장식한 각 팀들의 인테리어 소품이나 고객에게 전달한 팀별 감사 카드를 평가하여 점수를 주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팀은 호텔이 제공한 팀 전체 특별한 고급 파티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미국의 대형 리조트 Wilderness는 고객이 가족과 중요하게 보내는 시즌에는 리조트의 직원 역시 가족과 함께 있을 시간이 보장 되어야 한다며 직원이 원하는 날짜에 대해 8시간 근무 스케줄을 4시간 근무 스케줄로 조정할 수 있도록 직원간의 역할 분담 및 임시직원을 투여하기도 한다. 

비정규직과 계약직 직원의 서러움을 밑바닥에 깔고 사는 우울한 한국의 실정에 동화 같은 이야기 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만족에 대한 높은 기대치를 갖고 방문하는 고객이 대상인 호텔이라는 업종의 경영은 적어도 즐거워하는 손님들을 바라보며 가족들 생각에 속상해할 직원들의 속내 정도는 이해해야 자격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고객에게도 호텔의 모든 직원에게도 똑같은 상황의 관광 관련 종사자 분들에게도 올해의 크리스마스는 메리크리스마스 이길 기원한다.
 
유경동
유가기획 대표
kdyoo@yoo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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