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항공 3사 무서운 성장, 모노상품 두각
-에볼라·테러에 아프리카·성지순례 문의 ‘뚝’

긴 연휴 유럽시장 효자 노릇
 
유럽여행 수요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상승세가 이어졌다. 한국관광공사, 주요 관광청의 한국인 출국 통계자료 및 방문객 통계를 보면 대부분이 전년대비 상승세를 기록했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올해 월별·분기별 해외여행수요 결과를 발표할 때마다 증가를 이끈 노선으로 단연 유럽을 꼽았다. 하나투어 유럽팀 관계자는 “올 한해 유럽은 서유럽이 중심을 잡고 지중해, 동유럽,  발칸 지역이 받드는 형국으로 작년도의 상승세를 이어나갔다”고 밝혔다. 모두투어 관계자 역시 “작년에 방송 등의 영향으로 유행처럼 유럽지역의 인기가 높아졌다면, 올해는 그와 같은 분위기를 바탕으로 유럽 여행의 진입장벽이 낮아진 해”라며 “유럽은 더 이상 큰 마음을 갖고 떠나는 여행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대체휴일이 적용된 긴 연휴도 유럽 지역 수요 상승을 이끈 하나의 이유였다. 특히 올해 추석연휴는 대체휴일과 연차 적용 시 최장 열흘간 휴가를 즐길 수 있었다. 예년 명절여행이 동남아시아 등 가까운 곳 위주였다면, 올해는 유럽 등 장거리 여행을 마다하지 않는 여행자들이 늘었다. 대한항공 한 관계자는 지난 8일 “올해 추석연휴는 시기적으로 이른 데다 여름휴가에 추석 연휴가 이어져 여행수요가 줄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장기 연휴의 기대가 커지면서 추석을 열흘 정도 앞두고 유럽행 노선의 대부분이 매진을 보였다. 추석, 설 연휴 등을 활용해 유럽 여행을 계획하는 여행자가 확연히 늘었으며, 이제는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고 설명했다. 

1개국 혹은 1개국 내에서도 특정 지역에 집중하는 ‘모노여행’의 인기가 크게 확산된 것도 올해 유럽시장의 큰 특징이다. 또한 터키, 스페인이 1개국 목적지로 연중 방문객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이 같은 분위기에 양 국적사도 스페인 바르셀로나, 이탈리아 베네치아, 프랑스 마르세이유 등에 전세기를 띄우기도 했다. 유럽 주요 관광청 관계자들은 각 국가별 중소도시 등이 포함된 모노여행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11월 한국을 찾은 프랑스 남부도시 생트로페 관광안내사무소의 끌로드 마니스칼코 대표는 “니스, 엑상프로방스, 아비뇽 등 남부도시를 여행하는 한국인 수요가 매우 늘었다. 이같은 분위기에 같은 남부에 위치한 생트로페도 한국에 알리고자 방문했다”고 말했다.
 
중동 3사 파격공세
 
올해 유럽 항공시장은 오일머니를 앞세운 중동 항공3사(에미레이트항공·에티하드항공·카타르항공)의 파상공세였다. 중동 항공사들은 특유의 프리미엄 서비스에 한국·유럽·미주·아프리카의 가운데 위치한 유리한 지리적 이점을 내세우며 환승편을 통해 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해갔다. 

중동 항공사가 가장 앞세워 강조하는 점은 프리미엄 서비스다. 에미레이트 항공은 ‘하늘 위 호텔’이라 불리는 A380 기종을 인천-두바이 노선에 투입하며 연간 평균 탑승률 80%의 높은 수치를 이끌어 냈다. 카타르항공 역시 도하공항에 ‘프리미엄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다. 다른 항공사들이 일반적으로 라운지를 운영하는데 비해 카타르항공은 약 1억 달러를 투자해 프리미엄 전용 라운지를 새롭게 건설한 것이다. 에티하드항공은 항공권을 구매하는 한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맨체스터시티 경기를 VIP석에서 볼 수 있는 관람권과 최고급 호텔 숙박권을 지원하는 등의 프리미엄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최신형 여객기 숫자를 대폭 늘리며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국내 및 유럽 항공사 관계자들은 중동 항공사들이 이런 과감한 투자를 통해 원하는 것이 결국 유럽의 장거리 승객 유치를 위한 것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국내 한 항공사 관계자는 “실제 새로 주문한 A380 50대를 포함, 이 기종만 140여대를 갖춘 에미레이트항공은 앞으로 유럽에서 미국이나 아시아로 가는 승객을 겨냥해 경쟁을 벌일 것이 분명하다. 벌써부터 어떻게 경쟁을 벌여나갈 것인가 걱정이다”고 말했다. 에티하드항공도 140여대가 넘는 항공기를 보유한 데다 올 한해는 유럽 항공사인 에어베를린, 알 이탈리아항공, 에어세르비아는 물론 에어 세이셸 등의 지분 인수에 적극 나서며 노선 확대에 힘썼다.

중동 항공3사는 세계 각지로 연결되는 다양한 취항 노선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도 크게 부각시키고 있다. 에미레이트항공의 허브 두바이, 에티하드항공의 허브 아부다비, 그리고 카타르항공의 허브인 도하가 한국과 유럽, 아프리카, 남미의 가운데에서 세계 각지를 연결하는 허브공항임을 각자가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적극적인 공세는 실제 승객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두바이관광청 관계자는 “2011년 두바이공항을 경유해 유럽으로 간 한국, 중국, 일본 탑승객은 81만8,320명이었으며 지난해에는 143만8,828명을 기록해 80% 가까이 늘었다. 올해는 17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한국 항공사와의 공동 운항편을 통해 한국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에미레이트항공은 대한항공과 제휴하고 있으며, 카타르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에티하드항공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모두와 제휴를 맺고 있다. 한 중동항공사 관계자는 “한국시장에서 이미 구축된 판매망을 활용하는 동시에 마일리지 공유 등으로 한국 고객들에 대한 브랜드 인지를 높이려는 전략”이라고 밝혔다. 
 

악재로 멀어진 아프리카·성지순례 시장

연초부터 발생한 이집트 버스 폭탄 테러와 에볼라바이러스 등의 악재로 성지순례 및 아프리카 여행시장은 고전했다. 
지난 2월 이집트 시나이반도의 이스라엘 접경도시 타바에서 발생한 버스 폭탄 테러로 한국인 3명을 포함한 4명이 숨졌다. 테러 발생 소식이 한국에 알려지자 국내 성지순례 전문 여행사들에는 일정 변경과 취소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아울러 이스라엘 가자지구 사태까지 이어지며 성지순례 시장에는 먹구름이 드리운 한해였다. 대한항공 등 항공사들은 텔아비브 노선을 비운항 조치하기도 했다. 성지순례 한 여행사 관계자는 “연이은 악재 신규문의 받기도 어려웠다. 성지순례 여행은 보통 25~30명으로 팀을 꾸린 단체 관광 행태로 진행되는데 우리 같은 전문 여행업체들은 생계가 어려울 지경이었다”고 토로했다. 

막연히 상황이 나아지기만을 기다릴 수 없었던 성지순례 여행사들은 신상품을 출시하며 새로운 활로를 찾아 돌파구를 모색하기도 했다. 에티오피아 정교회 성지순례 상품과 그리스, 터키 등을 중심으로 한 상품 등은 성지순례 여행객들에게 좋은 대안이 됐다. 

서아프리카 3국에서 발생한 에볼라 바이러스로 아프리카 여행업계도 힘들었다. 여름 성수기와 추석연휴 등의 호재는 남의 일이 돼버렸다. 여행문의는 뚝 끊겨버렸고 그나마 있던 예약도 취소됐다.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 공포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며 소비자는 물론 여행사 담당자 조차도 상품 상담에 애를 먹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마치 아프리카는 어디든 가게 되면 에볼라에 걸릴 것이란 분위기가 팽배해 답답할 뿐이다”고 말했다.

이에 아프리카를 취항하는 항공사들은 에볼라 바이러스 진화작업에 적극 나섰다. 여행업계 관계자 및 미디어를 대상으로 긴급 간담회를 개최하고 “에볼라에 걸린 환자와 직접 접촉하지 않는 이상 감염될 확률은 없다. 아프리카 대륙을 고립시키지 말 것”을 당부했다. 한 여행사 아프리카 담당자는 “그동안 특수 지역으로 간주되던 아프리카는 대중화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한 시장이다. 최근 남아프리카항공에서 신상품을 출시하는 등 업계 살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아프리카 신 시장 개척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에볼라 바이러스로 아프리카 여행 대중화가 더욱 멀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지훈 기자 jhshi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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