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이 서울 정독도서관 근처에 위치한 유명한 떡볶이 집을 다녀왔다며 말을 꺼냈다. 지인이 떡볶이를 주문하고 먹는 동안 가게 안의 모든 테이블에는 ‘요우커’가 자리하고 있었다고 한다. 

평일 오후, 면세점에서 근무하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잠시 들린 면세점은 요우커로 북새통을 이뤘다. 중국어를 전공한 친구는 ‘요우커를 상대하느라 한국어를 잊어버릴 것만 같다’며 하소연했다.

지난 21일 한국을 방문한 중국국가여유국 두장 부국장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양국을 오간 관광객은 1,000만명을 넘어섰다. 2016년까지 목표였던 1,000만명 달성이 2년이나 앞당겨진 셈이다. 1월부터 12월까지 방한 중국인은 612만4,000명에 달한다. 2014년 전체 방한 외래객 중43.1%가 중국 관광객이다. 전년과 비교하면 무려 41.6% 성장했다.

넘쳐나는 중국 관광객은 명동거리만 둘러봐도 체감할 수 있다. 상점 간판의 중국어 표기는 기본이고 반세기 동안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에스콰이어가 중국인 관광객이 선호하는 신발 브랜드 매장으로 바뀌었다. 버거킹이 있던 자리에는 화장품 매장이 자리 잡았다. 길거리 음식도 중국인의 입맛에 맞게 바뀐 지 오래다. 모두 ‘큰 손’으로 불리는 중국인 관광객을 잡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불평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중국인 관광객이 삼청동의 작은 상점들을 들락날락 하기만 하고 물건을 사지 않아 상인들이 불만을 제기했고, 경복궁 안에서 흡연에 노상방뇨까지 하는 중국인 관광객까지 생겼다. 경복궁 측에서 한국여행업협회를 통해 중국 전담 여행사로 ‘중국 관광객 관리를 부탁한다’는 건의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일부에서는 ‘어글리 차이니스’라는 말까지 나왔다.

1989년 한국의 해외여행 자유화가 이뤄진 당시, 한동안 물밀 듯이 해외로 나간 한국 관광객은 ‘어글리 코리안’으로 낙인찍혔다. 떼로 몰려다니며 시끄럽게 떠들고, 금연이라 지정된 장소에서 버젓이 흡연을 했다. 심지어 리조트 풀장에 소변을 보는 아이에게 잘한다고 칭찬을 하기까지 이르렀다. 물론 그때보다 여행 문화는 많이 발전했다. 하지만 어글리 코리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현지에서 과하게 물건 값을 깎기 위해 생떼를 쓴다거나, 기내에서 난동을 부리는 일은 여전하다. 우리도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어느덧 해외여행 1,600만시대다. 613만명의 중국 관광객의 실수를 질타하기보다 그 모습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는 어떤지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양이슬 기자 ysy@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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