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호텔들은 그 규모와 수준으로 나뉘어 등급이라는 딱지를 달게 된다. 몇 개의 별이 달리느냐라는 기준도 있고 호텔 브랜드로 나누는 기준도 있다. 결과적으로 호텔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어느 등급에 속하는 호텔이냐에 따라 지불금액을 수긍하고 결정한다. 명료하게 보면 비싼 호텔에는 돈이 많은 손님이 오고 저렴한 호텔에는 돈이 적은 손님이 온다. 이렇게 명료한 흐름이 혼선을 겪는 대표적인 시즌이 있다. 바로 1~2월을 포함한 겨울철 비수기 기간이다. 이때가 되면 각 호텔들 간에 뒷말들이 무성해 진다. ‘어떻게 특1급 호텔이 그 가격에 중국단체를 받을 수 있느냐’라는 투정부터 ‘비워놓을 바에는 어떤 손님이든 받는 게 현명하다’는 자기 논리까지 나온다. 한국 호텔들의 오랜 기간 변하지 않는 1~2월 레퍼토리가 되었다. 호텔의 영업을 결정짓는 시장상황이 급변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우리는 호텔 등급에 맞는 시장의 연결을 고민해봐야 한다. 즉, 자기 밥그릇의 밥을 먹는 당연한 상황이 왜 깨졌는지 그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 

외국인 비즈니스 고객이 주를 이루는 ‘Corporate Market’에서 만큼은 호텔 브랜드의 수준별로 각자의 밥그릇이 비교적 잘 지켜지고 있다. 고객들이 호텔의 브랜드 등급을 잘 인식하고 그에 따른 가격대를 수긍하기 때문이다. 호텔 등급별 인식이 혼선을 빚는 시장은 여행사를 통한 관광객 시장인 ‘Travel Market’에서 발생한다. 호텔과 고객 사이에 마진을 고려해야 하는 여행사가 있다. 때문에 좋은 호텔을 싸게 확보해야 하는 경제논리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 경제논리보다 앞서서 확인해야 하는 중요한 사실은 다양한 호텔만큼 다양한 한국 상품이 존재하는가의 여부이다. 

인바운드 시장, 즉 한국관광의 관점에서 보면 일본은 전략이 실패한 대표적인 국가이다. 한국과 2시간 남짓의 항공거리를 가진 이웃인 일본은 GDP 기준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이다. 너무 냉정한 단언이라 평가될 수도 있지만 현시점에서 보는 일본 인바운드의 현상들은 분명히 실패라 규정 할 수밖에 없다. 1억3,000만 명의 인구 중 약 1,700만 명이 해외를 나가는 거대 관광시장인 일본에서 작년 한해 우리는 약 230만 명의 일본인 입국자 수를 확보했다. 5,000만 인구의 한국은 같은 기간 260만 명이 넘게 일본을 방문했다. 명백한 적자 상태다. 

한국은 다양한 계층의 일본 관광객을 수용할 장기적인 준비를 하지 않은 채 결국 ‘싸기 때문에 가는 나라’로 만들어 버렸다. 환율 문제, 항공 문제, 치열한 주변국가간의 경쟁 문제들이 원인으로 포장돼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문제를 감추는 핑계일 뿐이다. 우리는 부자 이웃이 즐길 관광 인프라 구축에 미숙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미 화두로 떠오른 중국시장에 대한 한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인구대비 일본과 비교도 안 되는, 이제 막 문이 열린 거대한 중국시장에 한국은 일본 인바운드에서 보였던 실패의 전철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저렴한 상품만이 살아남는다는 우리의 잘못된 습성이 이미 중국시장에 뿌리내리고 있다. 억만장자가 한국의 인구만큼이나 있다는 13억 인구의 중국 시장에 우리는 다양하고 차별화된 고급 상품개발의 시도를 뒤로 젖혀 놓은 채 싸게 많이만 받으려는 위험한 발상으로 중국에 접근하고 있다.

최근 중국지역을 담당하는 여행사 관계자들이 한국의 호텔들에게 내세우는 논리 역시 “한국은 비싸면 안 팔린다”다. 오래 전 일본 담당자들이 입버릇처럼 해왔던 말들이다. 당연히 저렴한 상품은 수요층이 넓고 많이 팔린다. 고급 상품일수록 수요가 적고 관광 상품도 실패 확률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만들고 알리는 고단한 시도를 끊임없이 이어가야 한다. 그 시도를 포기하기에는 중국 관광객의 계층은 매우 다양하다. 경제적 수준 역시 그 스펙트럼이 넓다.

호텔은 자기 밥그릇에 어울리는 시장의 상품과 연계되어 있어야 한다. 저렴하게 한국을 즐기려는 대다수의 외국인 관광객에게 어울리는 중저가 호텔 프로그램도 저변을 넓혀야 하지만 가격에 상관없이 한국의 고급 상품을 즐기려는 외국인 관광객의 욕구도 충족시킬 프로그램이 준비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매년 그랬듯 우리 호텔들은 서로의 밥그릇에 손을 대며 겨울을 나게 될 것이다. 

2015년 한국의 호텔들은 중국관광객 증가라는 ‘호재’와 신규호텔의 증가라는 ‘악재’ 사이에서 힘든 고비의 시간을 경험하게 될 것 같다. 나의 호텔이 나의 수준에 맞는 상품과 연계돼 그것들이 해외 현지에서 잘 성장하고 있는지 이 근본적인 부분을 검토하고 상황에 맞는 움직임을 기민하게 보여야 한다. 그래야 호텔들은 각자의 밥그릇에 어울리는 좋은 음식을 섭취할 수 있다. 
 
유가기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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