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업무 차 제주도에 내려갔다가 남이섬의 강우현 부회장이 내려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수소문해 현장을 기습했다. 작년 2월부터 이곳에서 제2의 남이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가 도대체 제주도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다행히 그는 제주도 한림읍 일대의 ‘탐나라 공화국’ 건설 현장에 있었다.

노란색 야전잠바에 벙거지 모자, 빨간 페인트가 칠해진 목장갑을 끼고 중무장한 채 얼어붙은 땅을 파고 돌을 캐고 있는 모습이 마치 포켓몬스터의 전사 ‘피카츄’를 연상시켰다. 겨울바람이 거세게 불어오는 허허벌판 한 가운데, 컨테이너 박스에 임시로 차려진 작은 현장 사무소는 페인트 냄새가 가득했고 남루한 테이블위에 강우현 서체가 새겨진 나무 목판이 여러 개 나뒹굴고 있었다.

기습적으로 방문한 제주도 공사 현장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외롭고 황량했다. 초입에 세워진 작은 정자에는 그가 손수 쓴 현판 ‘그리운 남이섬’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을 뿐 사방은 온통 거친 땅과 돌, 잡초 투성이었다. 그러나 10여년 전 그가 남이섬에 처음 취임할 당시보다 훨씬 악조건이었지만 즐거운 상상을 하는 그의 얼굴은 행복한 표정이 가득했다.

남이섬이 그랬듯이 “제주도 사람들이 하지 못한 정말 새로운 일”을 하고 싶다며 그가 특채로 뽑은 ‘탐나라 상상특공대’들도 비장한 각오로 그를 지키고 있었다. 당시 응모자격은 ‘쓰고 그리고 만드는 데 능통한 맥가이버형, 실력을 인정받지 못해 쉬고 있는 나 잘난형, 무한도전 실패 경험을 자랑하는 검투사형, 강우현과 일해도 지치지 않을 일놀이형, 불가능한 도전을 즐기는 돈키호테형’이었고 지원자들이 스스로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면접을 해서 채용을 했다고 한다. 그 다운 발상이다.

지난해 2월 제주에 내려와 한림의 황량한 들판에서 돌멩이 하나 올려놓고 상상기공식을 하고 시작된 공사 현장에는 지금도 변변한 화장실도 없이 20여명의 특공대들과 함께 자연에서 해결하면서 작업을 한다.

‘강우현과 탐나라 상상특공대’가 지난 1년여 간 제주의 거친 바람과 땅을 달래가며 싹틔우고 있는 제주 네버랜드 탐나라의 공사현장은 벅찬 감동과 도전을 선물해줬다.
역시, 강우현 이라는 이름은 허명이 아니었다. 그가 10년 넘게 남이섬에서 일궈낸 엄청난 성과는 이처럼 직원들과 함께 밑바닥부터 뒹굴며 현장의 돌맹이 하나하나까지 섬세하게 관찰하고 살려내는 그의 노력과 집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감히 누구도 쉽게 흉내내기 어려운 작업들을 즐거운 상상으로 승화시키며 그만의  감성으로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 상상의 중심에 우뚝 선 창조주와도 같은 힘이 느껴졌다.

탐나라 공화국은 어떻게 설계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태연스럽게 “내 머리 속에 다 있지만 보여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다. 제주도는 땅만 파면 아래가 다 돌밭이라 토목공사 계획을 알 수가 없다. 비용도 훨씬 많이 들어간다. 그렇다면 돌을 다 파내지 말고 그 거대한 돌  덩어리들을 다 살려 내보자는 생각을 했고 오늘도 그는 조심스럽게 흙을 파헤치며 땅속에 갇혀있는 돌들을 세상에 내놓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우리 눈에는 그저 쓸모없는 돌무더기지만 그의 눈에는 쓸데가 많은 보물들이다. 

움직일 수 없을 만큼 큰 돌 을 만나면 그 자리에 서서 흙의 옷을 벗고 조각상으로 변신하고 공사 현장에서 나온 작은 돌들은 알알이 틈새를 메우는 자재로 쓰인다.웅덩이 같은 공간이 나오면 그대로 연못을 조성하여 인어공주가 뛰놀던 성으로 스토리를 창조하고 막히면 한 구비 돌고 돌아서 길을 만든다.
처음엔 황량한 들판으로만 보이던 이 땅에 강우현의 ‘제주 네버랜드’가 조금씩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보물찾기 하듯 들여다본 탐나라의 속살은 거룩한 창조의 공간이었다. 빈손으로 찾아가 미안해하는 필자에게 그는 “다음에 제주에 올 때는 꼭 만원어치의 꽃씨를 가져오라”고 당부했다. 그 꽃씨를 텃밭에 뿌려 필자의 이름표를 단 꽃밭을 만들어 주겠다는 제안이 덤으로 묻어왔다. 앞으로 그를 만나러 제주를 방문하는 손님들은 모두 만 원정도의 나무 묘목이나 꽃씨를 가져오면 좋겠다며 웃는 그의 모습을 보며 10년 후 이 땅은 또 어떤 모습으로 그 존재를 드러낼까 참으로 기대가 된다.

우선 그의1차 목표는 오는 5월9일 ‘제주남이섬 탐나라공화국 개국 행사’다. 이미 세계적인 문화 예술인들에게 초청장을 발송했다. 그를 닮은 괴짜들만 선별했단다. 과연 제주의 뿌리 깊은 ‘괸당문화’를 깨고 강우현식 상상경영이 나래를 펴고 비상할 수 있을까? 150여개에 달하는 테마파크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제주에서 입장료의 80%를 알선 수수료로 떼이는 치열한 비즈니스 현장에서 수수료를 한 푼도 주지 않고도 세계적인 관광지로 키워낼 수 있을까? 관광업계는 물론 제주 현지에서 그를 바라보는 기대는 벌써부터 차고 넘친다. 관광 제주의 힘은 펜과 입이 아니라 험난한 공사 현장에서부터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5월이 오기 전에 만 원짜리 꽃씨를 사들고 제주를 한 번 더 방문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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