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레이트항공, 에티하드항공, 카타르항공 등 중동항공사의 유럽 노선이 한국 시장에서 갈수록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해마다 취항도시를 늘리고 인기 노선을 증편하면서 전체 유럽시장의 볼륨 확대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항공사별 강점을 활용해 타깃 수요층도 차별화하며 입지를 굳히는 모습이다. <편집자 주>
 
 
-국적사 못잖은 기종·서비스로 승승장구
-EK는 FIT, QR은 패키지, EY는 상용 ‘인기’
-취항도시 지속 확장…소비자 선호 높아져
 
밤 출발 스케줄, 단기여행 수요층 적중
 
한국 시장에 첫발을 뗀 중동항공사는 에미레이트항공(EK)이다. 2005년 5월 인천-두바이 노선에 취항해 올해로 취항 10주년을 맞는다. 이어 2010년 3월 카타르항공(QR)이 인천-도하 노선에, 12월 에티하드항공(EY)이 인천-아부다비 노선에 차례로 취항했다.

중동항공사가 한국에 처음 취항했을 당시 가장 획기적이었던 건 밤 늦게 출발하는 스케줄이었다. 에미레이트항공이 밤 12시가 다 되어 출발하는 스케줄을 내놨을 때, 시장에서는 ‘과연 그렇게 늦은 시간에 떠나려는 수요가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컸다. 하지만 이 스케줄은 오히려 에미레이트항공 유럽노선의 인기 요인으로 작용했다. 유럽여행 패턴이 2주 이상 장기여행 위주에서 1주일 정도의 단기여행으로 변화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 종합여행사 FIT팀 관계자는 “밤 늦게 출발하는 스케줄을 이용해 직장인들은 금요일 업무를 마치고, 신혼여행객은 결혼식을 마친 당일 떠나는 것이 가능해져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면서 “밤새 이동하기 때문에 1박 숙박요금을 아낄 수 있다는 것도 이점”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중동항공사들의 인천 출발 시각은 에미레이트항공 밤 11시55분, 카타르항공 밤 12시5분, 에티하드항공 밤 1시15분이다. 밤 출발 스케줄이 인기를 끌자 일부 유럽항공사는 중동항공사를 따라 스케줄을 변경하기도 했다. 터키항공은 2009년 2월부터 밤 11시55분으로, KLM네덜란드항공은 2013년 10월부터 밤 12시55분으로 인천 출발 시간을 바꿔 운행하고 있다. 한 유럽FIT전문여행사 관계자는 “KLM네덜란드항공은 출발시간을 바꾼 뒤 인기가 크게 높아진 사례”라며 “스케줄 때문에 선택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요금대비 품질 우수”…타깃 차별화
 
최신식 항공기와 요금대비 질 높은 서비스도 중동항공사 유럽 노선이 빠르게 정착할 수 있었던 이유다. 기내에 한국인 승무원을 배치하고 있고 환승 시간도 2~3시간 정도로 길지 않아 이용객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여행사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한 직판 패키지여행사 유럽팀장은 “3~4년 전에는 중동항공사를 잘 모르는 손님들이 많았는데 가격 대비 서비스가 좋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선호도가 높아졌다”며 “한번 이용한 사람은 반복해서 찾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에미레이트항공은 인천-두바이 노선과 두바이에서 연결하는 대부분의 주요 유럽 노선에 A380을 투입하고 있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에미레이트항공과 에티하드항공의 경우 각각 두바이, 아부다비에 스탑오버해 중동 관광을 곁들일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기도 한다. 

중동항공 3사는 각사의 강점을 활용해 타깃수요층을 차별화하고 있다. 에미레이트항공의 주요 수요층은 허니무너와 FIT여행객이다. 패키지 수요는 20%에 그친다. 기종과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중동항공사 중 가장 높은 만큼 개별여행객들 사이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카타르항공은 저렴한 요금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좌석의 대부분을 여행사에 하드블록으로 판매하고 있다. 패키지여행사들이 가격경쟁력을 갖춘 상품을 만들 때 카타르항공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에티하드항공은 상용 수요의 비중이 높다.
 
지중해 노선 인기, 취항지 계속 늘려

중동항공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유럽노선은 스페인, 그리스 등 지중해 지역이다. 특히 스페인은 대한항공의 인천-마드리드 노선 외에 직항이 없고 유럽항공사 연결편 좌석도 넉넉지 않아 중동항공사 이용률이 높다. 직항 또는 유럽항공사를 선호하는 홀세일여행사들도 지중해 상품에서는 중동항공사를 많이 이용하고 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한국 내 인기 노선 상위 5개 중 2개가 스페인 노선(인천-두바이-바르셀로나, 인천-두바이-마드리드)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중동항공사들은 해마다 취항도시를 늘리고 인기 노선을 증편하는 등 유럽 노선 확장에 여념이 없다. 현재 에미레이트항공은 40여개, 카타르항공은 30여개, 에티하드항공은 20여개 유럽 도시에 취항하고 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작년 하반기에만 노르웨이 오슬로, 벨기에 브뤼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신규 취항했다. 카타르항공은 오는 3월 불가리아 소피아 직항을 취항하고 이스탄불 앙카라 노선과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노선을 각 주1회씩 증편한다. 6월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신규 취항한다는 계획이다.
 
유류할증료, 악재로 작용할까
 
이런 가운데 최근 뚝 떨어진 국적항공사의 유류할증료가 중동항공사의 성장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동항공사의 여러 장점도 직항노선보다 저렴한 요금이 전제되어야 의미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오는 2월 국적항공사의 유류할증료는 왕복 30달러선까지 떨어질 예정이다. 왕복 300달러대였던 작년 중순 유류할증료의 10분의1 수준이다. 이에 비해 중동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왕복 400~500달러선을 유지하고 있다. 총액요금표시제를 적용하면 국적사와 중동항공사의 요금이 거의 같은 수준이 된다. 한 유럽FIT전문여행사 관계자는 “기존에는 유럽항공사 70%, 중동항공사 30% 수준으로 예약을 받고 국적사는 거의 이용하지 않았는데, 최근엔 고객들에게 국적사 요금 위주로 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장기적으로는 중동항공사 이용률이 크게 떨어지거나 침체되지는 않을 것이란 게 여행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의 유럽 취항지가 다양하지 않고 좌석 한계도 있어 중동항공사 노선 수요는 지속될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황금연휴나 휴가철 등 성수기에 부족한 좌석 공급책 역할을 중동항공사들이 지속적으로 해 줄 것이란 전망이다.
 
 
고서령 기자 ksr@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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