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영의 獨修工房
 
최고의 대학이 청춘에게 들려주는 성공 습관
하버드 새벽 4시 반(2014년12월)┃저자 웨이슈잉┃옮김 이정은┃출판사 라이스메이커┃정가 1만4,000원

공부는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하는 거라 생각한다. 부끄러운 경험담 하나 털어 놓으면, 어렸을 때 나는 소위 ‘일진’이었다. 학교 자체가 워낙 공부를 안 하는 분위기라 시험 전에 한 시간만 투자해도 성적은 나쁘지 않았는데 중학교 2학년 영어시간에 정신을 차리게 됐다. 선생님이 일어나서 교과서를 읽으라고 하셨는데, 전혀 읽을 수가 없었다. 당시 난 and와 but의 차이도 몰랐던 수준이었다. 

그런 내가 불과 1년 후에 외국어 고등학교에 가게 된 스토리는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을 만큼 짠하다. 각설하고 7.5:1의 경쟁률을 뚫고 기적처럼 합격을 한 후 반 친구들의 성분(?)을 보니 장관, 대기업 회장, 외교관 등 부모님의 스펙이 어마어마했다. 과목마다 대치동 학원선생을 과외선생으로 둔 친구도 있었고, 초등학교 때부터  발레, 골프, 피아노 레슨 등 귀족으로 길러질 훈련을 한 친구들도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공부 못하는 학교의 일진이었던 나로써는 학교생활이 극심한 스트레스의 연속일 수밖에 없었고 딱 죽을 만큼 힘들었지만, 지나고 보니 꾸역꾸역 넘게 된 그 고비들이 내 인생을 가로지르는 중심이 되었다. 

당시의 그 여정에 가장 좋은 친구, 멘토가 되어 준 책이 있다. <아! 서울대학교>라는 책인데, 지금 현실과는 좀 맞지 않지만, 시골이나 서울 변두리에서 지긋지긋한 가난을 벗어나고자 서울대에 가기 위해 공부했던 분들의 눈물겨운 수기를 읽으면서 마음을 다잡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책상에 앉으면 무조건 그 책부터 읽으며 마음을 정돈하고, 잠자는 건 사치요, 먹는 건 호사라는 생각으로 죽을 힘을 다해 공부했던 때가 있었다. 그 때의 추억을 다시 새록새록 일깨워 주는 책을 만났다. <하버드 새벽 4시반> 제목만으로도 압박감이 확 밀려온다. 

비단 학생들만을 위해 쓴 책이 아니기 때문에 직업을 포기하고 고시에 전념하라는 식의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읽고 나면 그 동안 시간이 없고, 머리가 나빠서 공부를 안 한 게 아니라, 간절히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하지 않았다는 반성을 하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정신력이 강하다’는 틀린 말이고 ‘의지가 강한 것'이 맞는 말이다. 마음의 힘이 주 엔진이고, 머리는 그 힘으로 움직이는 톱니와 같다. 우리의 대뇌는 무한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뇌 과학자들은 사람의 뇌에 저장할 수 있는 정보량이 최대 5억권의 책에 담긴 내용 만큼이라고 한다. 자신의 잠재력을 효과적으로 계발할 방법만 찾는다면 누구나 아인슈타인에 버금가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다(26페이지). 

많은 사람들이 성인이 되면 공부를 멀리하는 이유 중 하나가 교과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뭘 모르시는 이야기’를 하기 때문 일 텐데, 하버드의 학생들은 결코 이론 습득만을 위해 ‘시간낭비'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지식을 최대한 활용해 과제를 해결하며, 이론과 현실 지식의 접점을 찾는다고 한다. 공부하는 동시에 현실 속에서 경험을 쌓는 것이다. 이론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그 지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지식이 내 몸에 체화되게 해야 한다는 것이 하버드의 공부방법이란다. 또한 하버드 학생들은 공부와 일은 어쩔 수 없이 하고, 행복한 삶은 나중에 찾아 올 것이라는 식의 이원론적인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자신이 하고 있는 공부가 목표이기 때문에 쉬는 시간도, 먹는 시간도 모두 이 목표를 위한 도구일 뿐(35페이지)이라는 것이다. 누구든 자기가 있는 위치보다 더 높이 오르고 싶고, 더 나은 삶을 원할 것이다. 그러나 세상이 말하는 ‘성공’의 기준은 너무 높아 보인다. 돈을 어마어마하게 벌거나, 대단한 명성을 얻어야 성공했다는 명함을 내 밀 수 있다는 잘못된 주입을 받아 온 것 같다. 물론 하버드 정도 다니는 사람이라면 우리같은 범인에게는 이미 성공을 보장받은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한편으론 전 세계 수재들이 모인 그 치열한 공간에서 겪는 나름의 애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에서 꽤 담담한 어조로 내린 '성공의 정의'가 흥미로웠다. "성공이란 가치 있는 목표가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한 가지 방향을 향해 최대의 노력을 기울이면 성공이 따른다. 인생에서 가장 피해야 할 것이 바로 방향은 없는 맹목적인 행동이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아는 사람은 어떤 일이 생겨도 그것과 반하는 것에 대해서 타협하지 않는다 (266, 275페이지). 이 맥락이라면 성공은 끊임없이 한 방향을 향해 자라가는 것이다. 마음이 한결 편안하다. 그럼 나도, 우리 모두 성공 ing 일테니. 
 
마지막으로 정말 큰 위안이 되었던 이야기 하나 덧붙이자면, 공부는 머리가 특출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닌, ‘꾸준함’이 핵심이란다. 쉬지 않고 공부하다보면 어느 덧 배움의 양은 엄청난 것이 되어 있다.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은 시간이 흐를수록 순환하면서 점진적으로 향상되기 때문이다. 또 한 일부 지식은 나중에 다른 지식과 접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모든 승패는 지식의 힘에 달렸고, 지식은 연속적인 학습에서 나오기 (147페이지)때문이다. 새로운 언어를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비슷한 경험을 했을 텐데, 처음 몇 개월은 절대 실력이 늘지 않다가 갑자기 튀어 오르는 순간이 있다. 그 저변에는 그런 정체기에도 끈을 놓지 않았기 때문에 수직상승의 기회를 만나게 된 것이다. 요즘 시작만 해 놓고 진도를 못 빼고 있는 공부 몇 가지가 있다. 물리적으로 정말 시간내기가 어려워 한 페이지도 들춰보지 못한 책들도 점점 쌓여간다. 하지만 잘 하고 있다. 성공하는 중이다. 좀 느릿한 보폭이지만 누가 뭐래도 난 이 길을 계속 걸을 테니까. 
 
 
 
박지영
주한FIJI관광청 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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