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좌석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그동안 비행기 좌석 등급이 퍼스트, 비즈니스, 이코노미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뉘었다면 이제는 한 클래스를 더 포함시켜 네 가지로 나눠야겠다. 이코노미 클래스보다 조금 더 넓고 비즈니스 클래스보다는 저렴한 클래스. 소비자들의 니즈를 채우기 위해 탄생한 신종 하이브리드 클래스, 바로 ‘프리미엄 이코노미’다. <편집자 주>
 
-넓은 좌석과 저렴한 가격으로 통했다
-80년대 비즈니스 등장 때처럼 화제
-이코노미 위의 고정 클래스로 확산
 
 
B777기 30% 프리미엄 이코노미 도입
 
통상적으로 프리미엄 이코노미의 좌석은 이코노미 좌석과 비교해 5~7인치 정도의 추가적인 앞뒤 공간이 있으며 좌석폭도 1~2인치 정도 더 넓다. 좌석 각도도 2~3도 정도 더 뒤로 젖힐 수 있다. 머리받침대, 발받침대 등이 조정되며 허리지지대가 구비돼있기도 하다. 또한 기내식 등의 서비스도 이코노미 좌석과 차별화를 둔다. 좌석금액도 비즈니스 클래스와 비교해 약 30~50% 저렴하다.
최근 주요 국제 항공사들도 이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를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한마디로 대세다. 보잉사 수익 분석 및 객실 설계를 연구하는 부서의 켄트 크레이버 팀장은 “보잉이 인도하는 베스트셀러 여객기인 777 기종 가운데 30% 이상에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가 들어가 있으며,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을 설치한 777 기종 비율은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10년 전만 해도 새로 인도하는 777 기종에는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가 없었다. 이 좌석에 대한 관심이 대단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며 “프리미엄 이코노미는 요즘 항공업계의 핫이슈”라고 전했다.
 
 
국내도 프리미엄 이코노미 도입 급증
 
인천을 취항하고 있는 국제 항공사들의 프리미엄 이코노미석 도입도 속속 이어지고 있다. 에어캐나다는 지난 2일 인천-밴쿠버 노선에 도입한 보잉 787 드림라이너 기종에 21개 좌석 규모의 프리미엄 이코노미 석을 새롭게 선보였다. 에어캐나다는 프리미엄 이코노미 특가 요금 등을 선보이며 적극 프로모션에 나서기도 했다. 

루프트한자는 지난해 11월 한국에도입한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판단, 이 좌석을 더욱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오는 5월 유럽항공사 최초로 에어버스사의 A380 기종을 한국 노선에 도입하며 전체 520석 가운데 10%에 해당하는 52석을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으로 채운다. 이는 현재 운항하고 있는 보잉사의 B747-8기종의 프리미엄 이코노미 석보다 20석 늘어난 숫자다. 루프트한자 아네트 만 프리미엄 이코노미석 총괄이사는 “이코노미와 비즈니스 좌석의 서비스와 가격 차이가 커지면서 그 사이를 메울 수 있는 좌석에 대한 니즈가 더욱 커진 상황”이라며 “한국을 포함해 루프트한자 전체 장거리 노선에 올해 말까지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를 모두 적용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싱가포르항공은 8월부터 일부 항공편을 시작으로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인천-싱가포르 노선은 내년 1월 도입된다. 싱가포르항공 고춘퐁 CEO는 “몇 년간 검토한 결과 소비자들이 프리미엄 좌석에 돈을 많이 쓰고 싶어 하지는 않지만 기존 이코노미 클래스보다는 나은 서비스를 누리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지금이 도입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항공사는 약 8,000만 달러를 투자해 에어버스사의 A380 19대와 A350 20대, 보잉사의 B777-300ER 19대 등 총 58대에 프리미엄 이코노미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밖에 지난 2010년 한국노선에 최초로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을 도입한 에어프랑스, 영국항공, 일본항공, 뉴질랜드항공, 캐세이패시픽, 콴타스항공, 델타항공, 하와이안 항공 등이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현장에서도 판매량 증가 체감할 정도
 
실제로 국내 여행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영국항공 관계자는 “승객들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했는데 여유로운 좌석 공간을 제공 받았을 때 큰 폭의 만족도 상승이 나타났다”며 “이런 측면에서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에 대한 승객들의 반응은 굉장히 좋은 편이며, 기존 이코노미석을 이용했던 승객이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으로 갈아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개별 항공권 시장에서 그 판매량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파크투어 기획실 남창임 차장은 “지난해부터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의 반응이 조금씩 나타나며 최근에는 그 증가세를 체감할 만큼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의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유럽 국적의 한 항공사 관계자도 “지난해 프리미엄 이코노미석 판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 좌석은 대부분 꽉 찬 상태로 운항되고 있다”고 말했다. 

개별항공권 판매량에서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의 비중이 증가하면서, 패키지 상품에도 이 좌석의 도입을 적극 검토하는 여행사들이 늘고 있다. 하나투어 홍보팀 조일상 과장은 “지난해까지는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 판매가 거의 없었다”며 “올해는 영국항공을 시작으로 아에로플로트항공의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 판매를 시작할 것이며, 2개 항공사와도 계약을 앞두고 있어 올해 상반기 중 총 4개 항공사의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을 판매하게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항공사는 수익 고객은 만족 ‘이해 맞아’
 
프리미엄 클래스의 인기가 가속도를 붙게 된 이유는 국제 항공기의 퍼스트 및 비즈니스 클래스와 이코노미 클래스의 서비스 격차가 너무 크게 벌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항공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대다수 국제 항공사들이 비즈니스 클래스에 침대로 변형 가능한 좌석을 설치하는 등 업그레이드 하는 과정에서 이코노미 클래스의 공간은 더욱 좁아졌다는 것이다. A항공사 관계자는 “비즈니스 클래스를 업그레이드하며 이코노미 클래스 승객이 앉을 공간을 줄여 열 사이의 간격을 좁힌데다, 각 열마다 좌석을 한 개씩 더 추가하기도 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승객들의 좀 더 넓고 안락한 좌석에 대한 열망은 더욱 커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잉사 켄트 크레이버 팀장도 “지금 이 상황은 과거 1980년대 비즈니스 클래스가 등장하던 시절을 연상시킨다. 당시 퍼스트 클래스와 이코노미 클래스 차이가 굉장히 컸었다. 이코노미 보다 좀 더 나은 좌석을 갈망하던 탑승객들에게 비즈니스 클래스는 새로운 세상이었다. 결국 요즘 비즈니스 클래스는 30년 전 퍼스트 클래스보다 더 안락하다”며 “지금의 프리미엄 이코노미는 일종의 새로운 비즈니스 클래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로는 대다수의 기업들이 여행출장경비를 대폭 삭감했기 때문에 이 좌석클래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BT&I 한 관계자는 “최근 기업들의 출장 사규에서 비즈니스 클래스를 허용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으나,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는 업무상 항공을 자주 이용하는 승객을 위한 좋은 절충안이다”라며 “실제로 이 좌석을 문의하는 건수도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어느 상용 전문 여행사 항공본부장도 “이노코미 좌석의 정규요금과 비교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을 선호한다. 인천-런던을 오가는 영국항공과 인천-프랑크푸르트를 취항하는 루프트한자의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이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효자상품으로 확대될 듯
 
항공사 입장에서도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는 여러 가지로 유용하다. 항공사가 이를 유용한 마케팅 도구로 사용하거나 만의 하나 좌석이 초과 예약돼 비즈니스 승객 등급을 낮춰야 할 경우에도 양해를 구하기가 조금이라도 더 쉽기 때문이다. B항공사 관계자는 “항공사의 골드회원들은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를 예약하며 비즈니스 클래스로 업그레이드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기도 한다”며 “항공사 입장에서는 이코노미 클래스보다는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에서 비즈니스로 업그레이드를 할 때 수익을 더 얻고 있는 반면, 승객들은 비즈니스로 업그레이드가 되지 않았더라도 해당 항공편에서 적당히 편하게 지낼 수 있다는 안도감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는 좌석 만석으로 비즈니스에서 프리미엄 이코노미로 다운 그레이드된 고객을 상대하는 항공사나 공항직원들에게도 훨씬 편리한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이 비즈니스 클래스보다 훨씬 낮은 것도 항공사 입장에서는 매력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이코노미 클래스보다 비용을 조금 더 들이고도 높은 운임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코노미 클래스에 비해 공간을 조금 더 넓힌 것일 뿐이라 여전히 많은 승객을 태울 수도 있다”며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야말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좌석”이라고 말했다. 루프트한자 옌스 비쇼프(Jens Bischof) CCO 역시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는 고수익 상품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신지훈 기자 jhshi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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