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호텔 시장에서 강남 지역은 그야 말로 강남다운 모습을 유지해 왔다. 명동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시내 지역과 비교하면 양질의 기업들이 존재해 강남에 위치한 외국계 특1급 호텔을 채워줬다. 한국 컨벤션 산업의 대표적인 장소인 코엑스(COEX)를 중심으로 형성된 연 6만 여명의 시장은 오랜 기간 동안 호텔들이 호경기를 유지할 수 있게 한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최근 몇 년 사이 불어 닥친 신규 호텔의 개발 붐은 강남에도 예외 없이 전이됐다. 먹음직스럽던 강남이라는 파이를 분할하기 위한 전국시대의 치열한 쟁탈전 같은 혼전이 예상된다. 2014년도 알로프트서울강남(Aloft Seoul Gangnam)을 시작으로 오클라우드호텔(Ocloud Hotel)이 오픈했고, 2015년 들어 일본계 도미인 브랜드 2개, 더 디자이너스 호텔, 코오롱 계열 호텔, 페이토 호텔, 데님 호텔 등 다양한 호텔들이 등장하게 된다. 호텔의 브랜드 수준은 중고가 시장에 맞춰진 강남지역의 특성에 맞게 분포가 이뤄지고 있으며 다양하고 개성 있는 브랜드 호텔들의 등장이 강남 호텔 시장에 미칠 영향이 사뭇 기대되기도 한다. 

호텔의 시장이라는 측면에서 강남은 각종 변화의 조짐에 그 청사진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여전히 높은 가동률을 자랑하는 코엑스 컨벤션센터의 각종 컨벤션 이벤트들은 타 지역의 유사 컨벤션 시설로부터 끊임없는 러브 콜을 받고 있고, 강남의 중심에서 외국인 유치의 효자 노릇을 한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물량도 카지노 주변 호텔들의 수혜 정도에 머무르고 있음이 입증됐다. 테헤란로를 채우던 IT기업들은 높은 부동산 임대료를 피해 구로지역으로 옮겨가거나 판교의 신도시로 이전하고 있는 중이어서 임대건물들이 높은 공실율을 보인지 오래다. 

호텔을 채워주던 소재들의 이탈에 반해 새로운 시장도 형성되긴 했다. 중국지역 고객을 중심으로 한 성형외과 수술 목적의 해외 방문객들이 ‘메디컬투어’라는 명목으로 강남 호텔의 주요고객층으로 부상했고, 개통을 목전에 둔 9호선의 역할이 공항으로부터 강남으로 직행하는 FIT고객들의 수요확대를 기대하게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늘어나는 호텔의 객실 공급 수에 비해 시장의 성장은 그 규모와 속도에 있어 차이가 분명해 앞으로 강남지역의 치열한 호텔 영업전쟁은 불가피해 보인다. 

호텔시장이라는 관점에서 강남을 바라보면 정해진 파이를 나눠 먹을 수밖에 없는 갑갑함이 보인다. 하지만 관광시장의 측면에서는 아직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개척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의 강남의 역할은 상상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일본인 방한객이 한국 관광의 주류를 이루던 2000년대 초반 일본인들에게 관광지로서의 핫스팟은 지금의 중국관광객들과 다르지 않게 명동으로만 집중됐다. 이러한 특징은 수용에 한계가 있었던 명동지역의 호텔사정과 맞물려 방한객 유치의 한계로 이어졌다. 결국 명동지역이 꽉 차버린 상황이 되면서 한국 방문의 가속도가 정지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당시 한국으로 더 많은 고객을 송객해야 하는 일본의 여행사들과 관광객 유치로 다양한 고객층을 확보해야 하는 강남의 호텔들의 이해가 맞아 들었다. 강남의 상품들이 치밀하게 준비됐고 이는 예상치 못한 한류 붐을 타고 효과를 보기 시작해 일본인 관광객 증가에 중요한 인프라로 작용하게 된다.
 
이러한 10년 전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강남은 관광시장의 조커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에 적합한 지역이다. 명동만의 시대로 돌아가 버린 한국 관광의 단순함에서 벗어나 다양한 서울을 기획하고 고급고객을 유치하고 만족시킬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지역이다. 강남의 특징이 관광상품으로 기획되고 수준 높은 관광을 목적으로 한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통로를 뚫어야 강남의 신규호텔들과 기존의 호텔들의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기업고객의 갑작스런 증가나 컨벤션 시장의 확대를 기대할 수 없다면 강남은 관광마켓의 유입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강남을 강남답게 외국인이 즐길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강남의 이미지에 맞춰 ‘부유한 타운’이라는 이미지와 높은 문화적 수준의 속 알맹이를 보여주며 기존의 서울과 차별된 상품이 나와야 한다. 그러나 강남의 본질을 잡아 재미난 상품으로 만드는 작업에 아무도 손을 대지 않고 있다. 

관광상품은 여행사가 만든다는 개념을 바꿔야 한다. 급한 사람이 우물 판다고 지금의 강남 호텔들은 좀 더 큰 틀의 방향을 만들어 내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지금 이 시기를 놓치면 또 다시 저가 관광지의 관광객을 끌어들여 이전투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도 있다. 강남 호텔들이 맞이할 전국시대의 싸움판이 관광시장에서 올바른 방향을 잡으면 호텔도 살고 서울의 관광 인프라도 튼튼해 질 수 있는 그야말로 기회의 한판 승부가 될 수도 있다. 
 
유가기획 대표 kdyoo@yooga.co.kr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